9월 18일 검찰의 ‘사이버검열’ 논란으로 국가수사기관이 개인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면서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뜻밖의 러시아 출신 개발자가 만든 텔레그램이 국내 유저들에게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메신저로 인식되면서 짧은 시간에 다수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캘커타커뮤니케이션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앱스토어(구글 플레이, 애플)에서 텔레그램의 순위는 검찰의‘사이버검열’ 발표 이후 대폭 상승했습니다. 랭키닷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첫주 텔레그램의 이용자는 약 260만명으로 집계되면서 일주일 전 이용자(약 138만명)보다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신저 망명’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반짝일 것 같았던 텔레그램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메신저 망명’ 뉴스를 접하면서 “그런데 왜 하필 사람들은 텔레그램으로 망명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언론에서 보도된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메신저와 차별화되는 ‘텔레그램’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세계에서 인증된 서비스

텔레그램은 단기간 엉성하게 개발된 메신저가 아닙니다. 텔레그램은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로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 두 형제가 개발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들 둔 텔레그램은 2014년 10월 20일 안드로이드용 앱을 공식 출시했고,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세계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은 서비스입니다.

2014년 2월 아이폰 Social 부분 국가별 1위 앱

자료: 캘커타커뮤니케이션
자료: 캘커타커뮤니케이션

캘커타커뮤니케이션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 2월 국가별 애플스토어 소셜부분 1위 앱을 살펴본 결과,텔레그램이 세계 1위 메신저라고 불리는 왓츠앱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북미, 남미, 유럽을 중심으로 유저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서비스의 완성도를 검증받았습니다.

2. 잘생긴 CEO, 스토리를 통한 마케팅

파벨 두로프(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텔레그램 CEO)

텔레그램의 미남 CEO이자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국내 많은 여성의 마음을 공략했습니다. 잘생긴 얼굴보다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를 떠나게 된 이야기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더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파벨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개발하기 전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VK.com’을 출시하여 대부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12월 ‘파벨 두로프’는 반정부운동에 가담한 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러시아정부 요청을 거부하면서 VK.com CEO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러시아를 떠나 독일로 망명하여 지금의 텔레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국내 사이버검열 논란에 대처한 카카오톡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많은 사람이 텔레그램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3. 평생 무료, 광고 없는 서비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로프 형제는 “우리의 목표는 수익창출이 아니다. 광고가 없고 외부 투자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이용자를 위한 메신저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텔레그램을 광고 없이 평생 무료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메신저의 대부분은 이모티콘을 판매하거나 광고수익을 통해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기본 이모티콘만 제공하고 있으며, 광고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유저는 ‘카카오톡’이나 ‘라인’에서 발송하는 광고형 푸시 메시지나, 친구들의 하트 요청 없이 메신저의 고유한 기능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왓츠앱의 경우, 2012년 12월까지 가입자에 한해 진행한 평생 무료이용 이벤트를 2014년 12월까지 연장했다.
왓츠앱의 경우, 2012년 12월까지 가입자에 한해 진행한 평생 무료이용 이벤트를 2014년 12월까지 연장했다.

4. 보안에 집중한 메신저라는 인식

유저들이 텔레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로 ‘보안’에 철저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텔레그램은 해외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텔레그램이 국내에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메신저들보다 검열에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왓츠앱, 라인, 위챗 등 다른 메신저들도 해외에 서버를 운영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은 다른 해외 메신저들과 다르게 ‘비밀대화 모드’를 제공하면서 보안에 더욱 강한 메신저로 인식되었습니다. ‘비밀대화 모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텔레그램이 주최한 ‘텔레그램 해킹 콘테스트’에서 우승자가 없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텔레그램 보안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카카오톡도 보안에 집중한 ‘프라이버시 모드’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5. 오픈 API를 통한 빠른 대응력

많은 사람이 텔레그램으로 망명하는 가장 큰 이유로 텔레그램의 빠른 대응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텔레그램에서 제공하고 있는 오픈 API를 이용하여 텔레그램은 다른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국내에서 영문으로 제공되는 텔레그램도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한국의 몇몇 개발자가 텔레그램의 오픈 API를 이용한 텔레그램 한국버전을 출시하면서 국내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국내에서 텔레그램의 트래픽이 증가하자, 텔레그램 측도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 번역가를 구하는 등 온라인을 이용해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최근 모바일 전자책 서비스 ‘북팔’은 텔레그램의 오픈 API를 이용한 북팔톡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을 검색하면 텔레그램의 공식 앱을 비롯한 6개의 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검열논란으로 텔레그램이 이슈화되고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한 개발자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톡 역시 출시 초기, 유저들이 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앱 시장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성공한 서비스를 변형하거나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 또한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모바일 시장에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듯, 다른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저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