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일까. 투자자를 구하는 스타트업이나 투자 전문 회사 모두 궁금할 주제이다. 5일 열린 맥스서밋 2015에서 이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맥스서밋에서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매력과 어려움’을 주제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정신아 케이큐브벤쳐스 상무,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탈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통점은 초기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탈(VC)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히 초기 스타트업을 투자할 때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유범령 모비데이즈 대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상무,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탈 대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인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탈 대표는 “영업비밀이라 전부 공개할 순 없지만”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윤 대표는 “과거에 성공한 이력이 있는 경우와 비슷한 패턴을 찾게 된다”며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벤처투자사라면 과거 패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전에 공대 출신의 창업자가 좋은 결과를 냈다면 같은 패턴의 공대 출신 창업자에 더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창업자의 과거 이력부터 팀웍, 기술력을 전부 살핀다. 평가 기준을 만들어 점수를 부여하거나 하는 숨겨진 문서 같은 게 있는 건 아니다”며 “왠지 느낌이 될 것 같은 회사가 있는데, 그 때문에 모든 게 평가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를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이메일을 어떻게 썼는지, 인상이나 목소리 톤은 어떤지 등도 본다. 인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투자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많이 없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쳐스 상무는 “창업자가 해당 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본다”며 “패션이라고 하면 그 사람이 패션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O2O(Online to Offline)라고 하면 그 영역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등 그 분야에 대해서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도 이전 패턴에 의지하게 되는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으론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경쟁력이나 비즈니스 모델 모두 괜찮은데 팀웍이 약해 투자하지 않은 곳이 있다”며 “그 회사가 얼마 후 다른 VC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6개월만에 팀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무 똑똑한 팀도 피하게 되는데 똑똑한 팀들은 깊이 파지 않고 안 된다고 판단되면 금방 다른 분야를 파는 경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팅을 할 때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팀을 평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첫 미팅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두 번째 미팅에서는 위험 요소를 찾으려고 한다”며 “결국 한 장의 카드로 이 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모든 걸 평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이 100%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다만 단순히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있는 건지, 과거 업력이 있는지, 해당 분야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평가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활발한 투자에 비해 대기업의 인수가 활성화하지 않은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택경 대표는 “창업자들에게 엑싯(Exit, 투자회수)은 없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국내는 엑싯을 염두에 두고 회사의 운영 계획을 세우면 위험한데, 그 만큼 대기업의 M&A(인수 합병)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늘 시리즈 A, B, C 투자 받고 손익분기점 넘기고, 상장까지를 목표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좋다는 것 이다.

(왼쪽부터)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상무,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탈 대표

정신아 상무는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업체간 경쟁 때문에 공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다”며 “내가 안 산 곳을 다른 곳이 사면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문화가 없는데, 내부적으로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게 더 빠르다는 인식이 생겨나야 한다”며 “이런 문화를 대기업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윤필구 대표는 M&A를 목표로 사업 전략을 짜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M&A를 염두에 둔 사업 전략은 대부분 실패한다”며 “사업은 고객에게 가치를 주기 위한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리콘밸리도 그건 마찬가지인데 M&A는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없다고 생각하고 본업에 열중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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