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입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리즈가 지난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한 지 5년째 방영되고 있습니다. K팝스타는 슈스케(슈퍼스타K), 위탄(위대한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던 시기에 방영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타 방송사에서 하는 오디션을 본떠 만든 게 아니냐는 인식이 많았는데요.

결과적으로 가장 오래 살아남았고, 시즌1 때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K팝스타1부터 5까지 시청률.

뭐야 예능 기사도 써?

아…아닙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발주자인 K팝스타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콘텐츠 큐레이터’의 관점으로 정리했습니다.

#관점 있는 큐레이터의 위력

K팝스타 역시 슈스케, 위탄과 같이 심사위원이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심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 사람은 소속사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즉, 이들은 노래를 잘 부르는 참가자를 합격/불합격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직접 이들의 능력을 판단한 뒤 영입할 목적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죠.

이들이 단순히 참가자들의 실력만을 평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참가자들에게 혹평하며, 자기 소속사에 어울릴만한 사람이 등장하면 이들의 현재 실력과 상관없이 열광합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꽤나 주관적인 평가들로 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합니다. 특히, 박진영 씨의 직설화법에 대해서 그렇죠.

여기서 주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뚜렷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진영은 감성을, 양현석은 스타일을, 유희열은 참가자 본연의 색깔을 강조합니다. 셋 모두의 공통점은 억지로 꾸며내는 무대에 대해서 질색한다는 것입니다.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선 노래 실력이 합불합의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참가자들을 선별합니다.

이를 콘텐츠 크리에이터-큐레이터-플랫폼으로 해석해볼까요. K팝스타 프로그램은 참가자(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게재하는 플랫폼입니다.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 세 심사위원은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콘텐츠를 선별합니다. 제작진은 그 장면과 결과를 편집해 K팝스타란 플랫폼에 게재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콘텐츠에 소비자(시청자)들이 열광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피로도와의 싸움…해답은 콘텐츠에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면 꼭 나오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어두웠던, 혹은 슬픈 과거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스토리가 있듯 눈물 쥐어짜는 광경이 꼭 등장하곤 합니다. 슈스케, 위탄, K팝스타를 막론하고 빠지지 않는 부분이었죠. 이제는 식상합니다.

식상한 콘텐츠는 매력이 떨어집니다. 아무리 뛰어난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가령, 박진영이 28일 방영된 K팝스타5에서 네명의 여성 보컬로 구성된 마진가s팀 경연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하기도 했죠.

“처음에 후렴을 듣는데 이렇게 시작할 줄 알았어요. 항상 이렇게 시작하니까요. 뻔히 그 작전을 쓰고 알고 들었는데 놀랐어요. 뻔히 아는데 그걸 뚫고 좋습니다. 네 명의 목소리가 합쳐졌을 때 맛있으면서 조화롭게 강합니다. 그런데 눈이 아쉬워요. 너무 같은 분위기의 노래를 계속하는 것 같아요. 톱8에 진출하면 분위기를 바꿔봤으면 좋겠습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진행되는 똑같은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K팝스타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시즌1에서 최대 20%까지 나오던 시청률이 시즌3에서는 10% 초반에 그칩니다.

하지만 독특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참가자를 선별하겠다는 기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시즌4부터는 더욱 색깔이 있는 참가자들이 나타나게 되고, 세 심사위원의 트레이닝을 통해 실력까지도 갖추게 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에 성공합니다.

#천편일률 형식, 구조라는 숙명

안심할 때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5가 분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색깔이 있는 참가자들이 있긴 하지만 지난 시즌과 유사한 테마의 참가자들도 많이 보입니다. 마진가s와 같은 걸그룹 형태의 팀은 시즌4의 스파클링걸스나 시즌3의 짜리몽땅 등 전례가 있고, 발라드나 알앤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교포들의 팝송과 이들을 향한 예찬은 계속됩니다. 실력있는 남성 보컬 숫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래도 나름의 반전은 안예은 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톱10까지 텔레비전에 딱 두 번 등장한 참가자로, 어제 방송에서 호평을 받으며 B조 1위로 등극했습니다. 이전 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장르의 연주, 노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간 방송에 두 번만 출연시켰던 것도 지루함을 막기 위한 편집 전략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본질적인 이유는 때문입니다. 그간 박지민, 이하이(시즌1)와 악동뮤지션(시즌2)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데뷔한 팀이나 참가자가 없습니다. OST나 피처링 등에서 언뜻 보이긴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차세대 K팝스타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슬로건이 무색하기까지 합니다.

K팝스타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혹은 보아)이라는 관점있는 큐레이터를 통해 우수한 콘텐츠 제작자(참가자)들을 선별하는 구조는 매력적입니다. 물론, 여기에 악마의 편집까지. 하지만 시즌5 이후에도 똑같은 구조라면 계속해서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비단 K팝스타에 국한된 건 아닙니다. 참신한 콘텐츠로 이슈가 되는 콘텐츠 플랫폼, 큐레이터, 에디터 모두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전에 “우리 회사의 에디터들이 통통 튀긴한데, 3년 후에도 참신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포장이 중요한 시대라고들 하지만, 형식의 차별화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답보할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K팝스타가 시즌5까지 진행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콘텐츠 그 자체’입니다. 매년 비슷한 프로세스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특별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기량을 펼칩니다. 시청자는 시청률로 호응하죠.

핵심키는 세 심사위원, 큐레이터가 쥐고 있습니다. 때론 이들의 생각이 틀릴 때도 있습니다. 안예은 양에게 박진영과 양현석 두 심사위원은 첫번째 무대 때부터 퇴짜를 놓았으나, 그는 톱10 무대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K팝스타를 보는 이유가 완벽한 심사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이들의 큐레이션에 담겨 있는 진정성 때문이겠죠.

누군가는 K팝스타 무대에서 온 힘을 다해 콘텐츠를 뽑아내고, 무대 앞 세 사람은 그 콘텐츠를 어떻게 조합할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매 회차마다 편집을 거쳐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뿌려지고 냉혹한 평가를 받습니다.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콘텐츠 제작자, 큐레이션, 플랫폼의 고민이 뒤섞인 생태계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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