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강자 ‘쿠팡’과 오프라인 리테일 강자 ‘이마트’가 기저귀 전쟁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습니다.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니 초반 치열했던 가격 경쟁이 조금은 누그러진 듯 보입니다.

초반 야심 찬 공세는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지난 17일 새로운 할인 품목을 내세우기로 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일정을 미뤘다. 오는 24일에도 할인 품목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마트가 “가격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최저가 전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힘이 빠진 이유는 뭘까.’ – 이마트-쿠팡 ‘최저가 전쟁’ 한 달 만에 ‘휴전 모드’(한국경제) 

그간 ‘기저귀’로 대표되는 육아용품의 강자는 단연 쿠팡이었습니다. ‘친절함’과 ‘신속’으로 무장된 쿠팡맨들은 갓 아이를 출산해 움직이기 어려운 20~30대 중반의 여성 고객들이 사는 집 문앞까지 당일 배송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기에 이릅니다. 쿠팡은 로켓 배송 실시 후 1년 만에 연매출액이 1464억원에서 3485억원으로 배 이상 뛰며 업계 1위를 굳혔다는 평가도 있죠.

소셜커머스 주 고객은 2030 여성들인 셈인데요. 쿠팡이 기저귀를 선택한 배경에는 ▲재고관리가 비교적 편리한(유통기한이 따로 없는) 기저귀를 통해 ▲움직임이 비교적 불편한 2030 여성을 충성고객으로 만들며 ▲이들의 자녀와 가족까지도 충성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업계에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주요 쇼핑 채널로 이용하는 `2030 여성` 고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고객 비중이 오픈마켓보다 소셜커머스가 더 높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주요 3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여성 비중이 평균 70%를 웃돈다. 여성 고객 비중이 평균 60% 수준인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 업계를 넘어서는 수치다. – 소셜커머스, `女心` 잡아라···여성 고객 비율 급증(전자신문) 

그런데

오프라인 리테일 강자인 이마트가 이 바닥에 뛰어들기에 이릅니다. 그것도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죠.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용진(48)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20~30대 여성 고객이 주로 사는 몇몇 상품(기저귀·분유 등)을 활용해 관련 유아용품은 물론 신선식품까지 고객을 가져갔다. 우리는 왜 대응을 안 하고 방관했는가”며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이어 “우리(이마트)는 흑자를 내며 지속 성장하는 회사다. 적자를 보더라도 전 유통채널에서 최저가 전략 상품을 정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는 20~30대 고객을 놓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 “쿠팡에 왜 대응 안 하나” 반격 나선 정용진(중앙일보) 

왜 그러는 걸까요. 지난 3월 3일 페이스북 라이브 ‘도라이브’에서 말한 적이 있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도라이브 유재석의 비틀어보기 – 이마트 vs. 쿠팡

도안구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3월 3일 목요일

이마트의 의도는 뭘까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쿠팡을 재물(?)로 자사의 쇼핑몰인 SSG닷컴에도 ‘모바일 커머스’의 타이틀을 달고자 하는 건 아닐까요.

그간 이마트의 가격 경쟁 대상은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오프라인 마트였습니다. 이들의 치킨게임 역시 심각했죠.

마트 역시 올해 다양한 세일을 펼친 가운데 창립일을 바꿔가면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11월 개점 행사를 내세워 행사에 돌입하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4월, 5월이 창립 달이지만 일제히 행사에 들어갔다. 세일을 내세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 3조6837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3%으로 소폭 올랐다. 롯데마트는 올해 1조58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410억원으로 46.4% 급감했다. – 유통업계 반복되는 연중 세일···‘치킨게임’ 시작돼(이코노믹 리뷰) 

오프라인 마트끼리의 가격 경쟁은 이용자 유치에 목적이 있습니다. 위와 같이 영업이익에는 큰 도움이 안되는 전략이죠. 쿠팡과의 경쟁은 조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전체 제품의 가격을 할인하는 총력전을 펼치는 게 아니라 쿠팡의 주력 제품인 육아용품, 그것도 기저귀만을 공략했기 때문이죠.

이마트로서는 큰 출혈 없이 기저귀 항목만 낮추면서 ▲쿠팡의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마트로도 고객을 유입해 다른 제품 구매로까지 연결지을 수 있는 셈입니다.

허나, 쿠팡도 손해본 것은 없습니다. 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가 브런치에 정리한 글을 첨부합니다.

신세계가 선전포고를 한 이후 쓱의 방문자는 2월 15일부터 21일까지 19만1402명 수준이었으나 2월 29일부터 3월 5일까지 31만8383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마트몰도 같은 기간 약 15% 정도의 방문자 유입 상승을 기록했어요. 하지만 쿠팡은 더 대단했습니다. 신세계의 공습이 시작되었으나 오히려 평균 모바일 방문률 420만명이 470만명으로 더 많아졌어요. 일단 양쪽은 기저귀와 분유 등 특정 상품을 기점으로 전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치열한 신경전만 펼치고 있으나, 결론적으로 쿠팡이 이기고 있는 게임입니다. – 이마트의 온라인 진격, 목표가 쿠팡이어서 실패한다(브런치) 

쿠팡 역시 이마트가 대신 홍보해준 덕(?)에 모바일 방문 고객을 50만 가까이 늘립니다. 2015년 4분기 순방문자(UV) 기준 G마켓, 11번가, 옥션에 밀려 4위를 기록한 쿠팡이었는데요.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경영진의 자금 긴축 방침 때문에 쿠팡이 작년 연말 이후 눈에 띄게 할인쿠폰 등의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하는 기사마저 나온 상황에서 호재라면 호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승자만 있는 전쟁이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두 업체의 전쟁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보통 유통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 방법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가격에 반영해 할인하거나 ▲대량 구매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 마진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포털은 자사의 쇼핑 카테고리에 입점하는 오픈마켓, 쇼핑몰들에 1.5~2%의 수수료를 받는데요. 이 수수료의 일부를 제품 가격 할인에 반영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쇼핑몰에서 할인 가격이 반영된 1만원짜리 제품에 200원을 추가 할인해 9800원에 판매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죠. 소비자들이 쇼핑몰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포털에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겠죠.

대량 구매를 해서 마진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10개의 제품을 개당 1000원에 구매했다면 100개의 경우엔 개당 990원, 1000개일 땐 950원에 제품을 사들일 수 있는 셈이죠.

결국, 이러한 가격 할인 경쟁에 등이 터지는 곳은 납품업체라는 의미입니다.

이번 이마트와 쿠팡의 가격 전쟁을 가장 가슴졸이면서 지켜보고 있는 곳도 역시 납품업체들입니다.

이마트나 쿠팡이 아직까진 분유로 대표되는 유제품이나 기저귀 등의 제조업체들에 가격인하 압력을 가하진 않고 있다. 할인에 들어간 제품의 유통마진이 다른 품목에 비해 크다는 점이 경쟁을 지속시키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경쟁이 2~3개월 지속되면 제조업계에 가격인하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식음료·생활용품 제조업계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 이마트-쿠팡 장기전 돌입할까…제조업계 ‘노심초사'(인베스트조선)

이마트와 쿠팡, 쿠팡과 이마트는 이번 가격 경쟁을 통해 각각 의도했던 실리를 챙기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쿠팡이라는 거물의 뒷덜미를 잡는 액션을 취하며 SSG닷컴을 모바일 커머스로 자리잡게 하고 있고, 쿠팡은 예상치 못했던 추가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쟁취하기 위한 두 거대 업체의 충돌 이면에는 이들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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