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명문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커머셜디렉터가 스타트업과 IT업계 종사자들이 모인 라이즈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했다.

축구 구단이 스타트업 행사에는 왜 온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맨유는 영국의 명문 축구 구단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유니폼, 트레이닝복, 기념품 등 맨유와 관련된 모든 것이 상품화 되고 있고, 스폰서쉽과 선수들의 초상권, 광고 계약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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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이미지’, ‘인지도’, ‘충성도’ 측면에서 현재 맨유는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이다.

그래서 홍콩에 온 이유가 뭐야?

라이즈콘퍼런스에 참여한 ‘제이미 리글(Jamie Reigle, 이하 제이미)은 맨유의 커머셜디렉터(Commercial Director)로 2007년부터 글로벌 브랜딩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맨유의 글로벌 스폰서쉽 세일즈, 마케팅&브랜딩, 라이센싱 세일즈, 선수 초상권 등의 기업전략과 홍콩을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의 매니징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는 연사로 초청받아 축구 구단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오랜기간 맨유를 응원해온 팬으로서 그의 콘퍼런스 참여소식은 매우 반가웠다. 사심을 가득담아 제이미에게 꼭 인터뷰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지난 6월 1일 홍콩 라이즈콘퍼런스에서 맨유의 글로벌 브랜딩 전략과 한국시장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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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리글, 맨체스터 유나이티즈 커머셜디렉터

맨유는 지난 두 시즌간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아디다스와 7억5천만 파운드(약 1조3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스폰서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어려웠던 지난 시즌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은 여전히 맨유에 있었다.

“이적설과 성적부진이 엮이며 미디어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5위를 기록했지만, 1, 2위 팀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죠. 이는 팬들이 맨유를 핵심적인 구단으로 본다는 신호로 생각합니다 물론 다음 시즌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야겠죠.(웃음)”

그는 전세계적으로 퍼져가는 축구의 인기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독특한 경쟁구도가 맨유의 브랜드 가치를 계속 상승시킨 비결로 보았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국가에서 축구 중계 미디어가 증가하면서 중계권의 해외 보급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전세계 수많은 팬들이 맨유를 기다리고 있죠.(웃음)”

해외에서 인기를 증명하듯 2016~2019 시즌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는 51억3600만파운드(약 8조5500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을 갱신했다. 제이미는 경쟁이 심한 프리미어리그의 특징 때문에 중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15/16시즌 모두의 예상 밖이었던 ‘레스터시티’가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프리미어리그의 경쟁은 치열하고 예측할 수 없죠. 강력한 우승후보가 주도하는 ‘분데스리그’나 ‘라리가’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해외 지역별 중계권료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맨유는 다른 구단과 달리 현지에 최적화된 브랜딩 전략과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 특화된 브랜딩을 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 외에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와 카카오스토리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라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맨유는 구단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주목을 받을 때 가장 먼저 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고, 프리미어 구단 중 아시아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현지에 특화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포츠 구단을 글로벌 브랜드로 변화시킨 선두주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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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부터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카카오 계정, 라인 계정

맨유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전세계 팬들을 찾아가 함께 경기를 즐기고 팀을 응원하는 ‘iLoveUnite’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팬들이 함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 또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행사현장에 찾아줘서 놀랐다. ‘박지성’ 등 맨유의 앰버서더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면서 팬들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브랜드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LoveUnited 첫 개최지로 한국의 서울과 미국의 뉴욕이 공동으로 선정되어 국내에서도 많은 이슈가 됐다. 박지성 선수의 활약으로 맨유가 국내에 많이 알려졌지만, 제이미는 이전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한국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죠. 맨유가 인기있는 만큼 저희는 한국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아디다스 코리아나 오뚜기 같은 한국 파트너들도 함께하고 있죠.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은 미디어 기술, 대중들의 경제력을 봤을 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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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오뚜기가 맨유와 계약하여 제작한 광고는 스포츠 시청자들 사이에서 신의 한 수라고 불릴 정도로 큰 임팩트를 남겼다. “We like 3분!”

그는 앞으로 한국시장의 브랜딩 전략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과 소통하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다방면에서 맨유와 함께할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물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MUTV를 위해서 SpoTV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이고 앞으로 더 많은 신규 제휴를 통해 맨유 팬들이 더욱 심도있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의류 이커머스 분야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아직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올바른 파트너를 찾으면 분명히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이미는 새벽잠을 설치며 맨유의 경기를 챙겨보는 한국 팬들에 대한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팬덤을 가진 한국 팬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그 동안 팬들이 인내해준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즌에는 최선을 다해 타이틀을 노릴 것 입니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맨유는 확실히 눈 여겨 봐야할 글로벌 브랜드 중 하나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충성도를 구축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상품 판매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