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약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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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사가 스타트업인 것 만큼 희귀한 경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디자이너들이 차린 스타트업이었다.

개발자도 기획자도 없이, 7명 전원이 디자이너였다. (난 창업한 이후에 합류한 개발자 였다.)

업종은 SI에 가까웠지만, SI라고 하기에는 한 아이템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바로 `영화 홈페이지`라는 분야였다. 현재는 홈페이지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혹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툴에 의한 마케팅을 하지만, 2005년 경에는 거의 모든 영화 마케팅의 시작은 홈페이지였다.

보여지는 것으로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에 별의 별 아이디어가 모두 홈페이지에 구현되어야 했고 예쁘게 만들어야 했다. (공포영화 마저도!!!)

홈페이지에 게임이 탑재되기도 했고 옷입히기 기능도 요구된적이 있었다. 그 아이템 하나만 보고 플래쉬 전문가 7명이 창업을 한 것이다.

사실 당시에는 완전한 블루오션이었다. 아예 이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자체가 없었고, 기껏해야 일반 SI하던 소규모 기업들이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쥐어 짜서 구현하곤 했다.

이 회사는 플래쉬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서 초창기에는 일이 너무 몰렸고 추후에 플래시가 몰락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최소 5년간 버틸 수 있는 자금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렇게 성공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영화 쪽 마케팅이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위주로 흐르게 되고 플래시가 어도비에 먹히면서 결국 대부분의 디바이스에서 퇴출되며, 웹의 대세가 HTML5로 변화 하는 데 전혀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게 문제였다.

창업한 7명이 모두 끝까지 남아있었는 데(직원이 더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외적인 기술자극이 너무 없었고, 사업방향의 다각화나 변화도 없었다.

결국 그 7명은 모두 도태되고 말았고, 지금은 서로 다른일을 하고 있다.(치킨집?)

완전한 블루오션에 잘 진입했고, 투자가 아닌 완전히 자생이 가능한 매출이 나오는 이 회사가 왜 결국 문을 닫게 됐을까?

결과만 보면 미래예측이 안됐거나, 사업의 변화가 없었다거나 (너무 처음에 안주했고) 뭐 이런저런 것이 말이 되긴 하지만, 그건 그냥 결과가 그랬을 뿐이다.

완벽하게 주관적인 입장으로 판단하자면 처음이 너무 성공적이었고 그게 독이 됐다.

그쪽 분야에 완벽한 전문가들이라고 자부했고,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버렸다고 생각한다. ‘박수칠때 떠나라’라는 말이 여기에 맞는 말은 아니지만, 조금 변조하면 아래 처럼 대충 어울리게 말을 바꿀수 있다.

성공할 때 변화해라.

특히 IT 기업에서 첫번째 성공에 안주하게 되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 ‘성공’이라는 단어 앞에 ‘첫번째’라는 단어가 더 중요한 의미가 있어보이라고 썼다.

첫번째 성공이 매우 중요한 것은 안다. 이 회사도 첫번째 성공으로 근 10년을 운영했다. 하지만, 두번째 성공을 어디에서 할지 찾아야 했다. 물론 가지고 있는 기술력으로 최대한 무언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단 성장하지 않는 기술력 혹은 아이디어로 계속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것은 굉장한 무리이다.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강력한 운빨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지난 글에 썼던것 처럼 회사는 내부 구성원들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회사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뭐 결국 이 글도 어느정도 결과만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나 단계가 너무나 명확해서 오히려 그렇게 유도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글 제목과 시작은 디자이너 스타트업으로 썼기 때문에 글을 끝까지 읽지 않거나 난독증이 있다면, 디자이너를 무시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마지막 덧글에 강조하자면 ‘디자이너들이 만든 회사는 이렇게 망한다’라는 요지로 쓴 글은 아님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