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1990년대 나온 ‘국민 자동차’와 2010대에 나온 ‘국민 청바지’는
같은 의미의 ‘국민’을 말하는 것일까요?

매출의 볼륨을 키우는 것은 모든 경영자의 숙원일 것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죠. 신시장을 개척하든지 니치 마켓을 개척해서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진입한 브랜드는 BEP(손익분기점)를 넘기 위한 매출 확보에 골몰합니다. 반대로 호황을 맞다가 시들어진 브랜드가 리바운딩하기 위해서 타겟을 넓히는 궁여지책의 전략을 택하기도 합니다.

커피에 물을 부으면 커피 맛은 곧 흐려집니다. 브랜드에 붓고 있는 것이 물인지 또 다른 커피인지 알아야 합니다. 타겟을 넓히고자 할 때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가격이라든지 누구나 좋아하는 기본적인 디자인과 품질을 타겟 확장의 방법으로 생각한다면 커피에 물을 붓는 격입니다.

먼저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990년대 ‘국민 자동차’로 불리는 ‘티코’는 당시 자동차 보급율이 현재처럼 포화 상태가 아닐 때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듯이 자동차의 대중화에 앞장선 보급형 자동차였습니다. ‘경차’란 카테고리를 개척했고 고가라고 인식된 자동차가 굴러가는 최소한의 품질을 갖추고 고객의 구매 진입장벽을 낮춰 버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티코를 구매했고, 교외로 나가 레저를 즐겼습니다. 어쩌면 이 때가 ‘한국 호황기의 마지막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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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근 ‘국민 청바지’라는 프로모션을 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청바지의 팬이지만, 팬이라서 더 안타까운 포지셔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때 중고가 청바지 시장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브랜드였는데 백포켓의 시그니처를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간 이렇다하게 이름난 상품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청바지 매니아들은 착장의 변화에 따라 이에 맞는 청바지 브랜드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해외 마켓 접근이 쉬워짐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자는 시장에 많아졌습니다. 매출은 당연히 부침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인식, 포지셔닝까지 낮추면서 ‘국민 청바지’라고 하기에는 이미 공급이 포화되고 수요 증가가 멈춘 청바지 시장에서 ‘국민 청바지’의 포지션에 가까운 브랜드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로도 보입니다.

브랜드의 유산을 잃어버리면서까지 매출을 위해 타겟을 저가 선호 고객까지 확장하려는 의도는 어쩌면 ‘매출’ 때문만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디 이런 고민이 기우이길 바랍니다.

포지셔닝의 확장은 아래와 같이 정의될 때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량을 수요에 맞추어 늘림”
1. 고가 상품만 있던 카테고리에서 저가 상품을 최초로 개척하여 상용화
2. 니치 마켓에서 인근 니치마켓으로 확장

쓰고 보니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이네요. 앞서 티코가 지향했던 것은 자동차 보급율에 비추어 보면 1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무하마드 유누스가 방글라데시에서 서민들을 위한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이미 있는 서비스의 소외 계층을 발견하고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준 것이라는 관점에서 2번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엄밀히 1번과 2번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맞춘다는 ‘부족한 수요에 대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즉, ‘국민 청바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에 있는 ‘국민 청바지’가 제공해주지 못하는 ‘국민적인 수요’가 되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SNS와 버스 광고에 ‘#국민청바지’라고 쓰기 보다는 수요가 되는 포인트에 대한 명확한 제품적인 설명이 있어야 기존의 브랜드 유산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겟이 확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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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BANG BANG)’도 IMF 이전에는 중고가의 데님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어려운 시기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저가 포지셔닝으로 바꿨습니다. 잘 한 일입니다. 회사를 살려놨으니까요. 그리고 지금도 잘 합니다. IMF 때 브랜드 유산을 매출로 바꿔 냈습니다. 그 때는 싼 청바지가 많지 않았기에 그리고 옷장에 청바지 갯수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데님 전문 브랜드로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격으로 수직 계열화 하지 않은 것입니다. 한 번 저가로 낮춘 브랜드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가격을 올리면 매출의 볼륨을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전면적으로 한 바구니에 들어가는 것보다 다양성을 가지는 것이 고가의 포지셔닝이 남아있을 때 했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경제학적으로는 ‘중도정당’의 가치를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높게 보는 편입니다. 양 극단을 밀어내고 표준 정규분포 상 비중이 많이 몰려있는 가운데 지점을 잠식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의견이죠. 국가가 엄청난 부패나 철학을 이어오지 않는 이상 양 극단의 주장을 지지 하는 사람은 중간 부동층보다 많지 않다는 게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중간지대를 택한 중도정당은 약점이 있습니다. 분명한 정책적인 색깔을 보일 운신의 폭이 적다는 것이죠. 짜집기 정책으로 다 모아보면 사자 발톱에 토끼 귀를 가진 국가를 그릴 수 있는 위험에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칫 커피에 물을 부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 수요를 세분화 해서 니치 마켓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흐릿한 커피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표할 수 있는 국민의 모습을 규정한 다음 양 극단의 주장으로 채워주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인근 니치마켓으로 옮겨가지 않는 이상 정권 장악의 도구로 정당이 운영될 수 있다는 묘한 눈길을 받기 쉽습니다. (이론은 이론이기에 꼭 현실을 대상으로 쓴 내용은 아닙니다.)

돌아보면 그래서 그 다음 수요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 됩니다.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은 ‘국민의 옷집’은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 간의 수요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브랜드일까요? 기존 의류 브랜드 각각의 고객과 하나의 물리적 결합체인 ‘국민의 옷집’은 타겟 고객이 변하거나 확장됐을까요? 매출 분석보다는 ‘국민의 옷집’으로 변하고 난 다음 고객의 변화를 데이터로 피드백 하는 게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방법 같습니다. 대답할 수 없다면 단순히 주변 편집 매장을 따라하는 경영진의 임기응변이나 더하고 더하면 매출이 늘어날 거라는 추상적인 상상의 결과가 아니었을까요? (이론은 이론이기에 꼭 현실을 대상으로 쓴 내용은 아닙니다.)

타겟을 넓힐 때는 고객군을 대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고객은 어떤 수요에 의해 소비를 하고 있고 한계점과 발전 방향은 무엇이기에 어떤 고객 집단을 발견했으며, 그들의 수요는 이것인데 확장이 가능하다 혹은 가능하지 않다로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안 좋은 방법은 ‘시장에 뜨고 있는 게 이런 사업 형태다’라고 누군가 얼리어답터인 양 말을 꺼내면 그걸 따라가서 그런 사업 형태로 바꿔 놓는 것입니다. 혹은 ‘매출을 이만큼 더 하면 좋겠다’라고 누군가가 말하면 물리적으로 유통망을 뚫거나 인근 카테고리의 상품을 그만큼 더 출시해서 매출 목표에 공급을 맞추는 식의 사업 확장을 하는 것입니다. 최악입니다. 사용 자본만 높아지고 재고가 쌓이며 높은 판매관리비로 인해 장기간 재무적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떡의 가치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떡 줄 사람 생각을 해야죠. 사업은 목표로 되는 게 아니라 이유로 되는 것입니다. 분명하지 않더라도 흐릿한 이유를 가지고 출발선상에 나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