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기간 내내 매일 2만 5천보 가량을 걸으면서 저녁이면 종아리가 붓고 다크써클이 볼 중간까지 내려올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전체를 감돌던 축제의 분위기에 피로를 잊은 채, MWC를 둘러싼 모든 면면을 보기 위해 즐겁게 돌아다녔습니다. 이번 글에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제품이나 내용을 다룬 것으로 앞의 두 글에서 전하지 못한 파편적인 내용을 엮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실행되는, Think&Go

maxresdefault1관부터 8관까지 일렬로 이어진 전시장들을 가로질러 다니다 보면 통로 한 켠에 부스를 마련하고 제품이나 회사를 홍보하는 사례도 종종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끌어당긴 것은 가벽에 설치한 커다란 TV 앞에 서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습니다. Think&Go라는 회사가 제작한 커넥티드 월(Connected Wall)이었는데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또는 BLE(Bluetooth low energy) 기술을 기반으로 카드, 스마트폰, 여권 등의 물건을 스크린에 접촉하면 결제, 게임 등 특정한 액션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활용의 여지는 매우 다양합니다. 화면의 특정 부분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상품을 구매하거나 쿠폰을 다운받거나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바로 특정한 웹사이트 페이지가 랜딩되게 할 수 있으며 어플리케이션도 바로 설치될 수 있습니다. 이미 프랑스의 쇼핑몰 등에서는 이러한 커넥티드 월이 시험 설치된 바 있는데요, 쇼핑객들은 해당 몰의 포인트 카드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화면에 터치하여 빠르고 간편하게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수량 설정시 쿠폰 발급은 마감되며 다른 업체의 쿠폰으로 자동 교체됩니다. 마케팅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배터리, Lightors

angry_cate_topUSB 단자가 장착되어 별도의 충전기가 필요 없는 라이토즈 배터리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2015년 여름 킥스타터를 통해 시제품을 판매하며 처음 등장한 라이토즈는 제품 개선 과정을 거치며 최대 충전 횟수가 500회에서 1000회로 늘어났습니다. 이외에 배터리 잔량 체크 기능, 사용 내역 및 위치 트래킹 기능, 충전이 필요할 때 사용자의 폰으로 알림이 오는 기능 등을 추가했습니다. “2016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으로 선정되고 TV에도 소개되어 이미 이 제품을 알고 계시거나 사용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친환경적인 특징과 사용의 간편성 때문인지 한국관 내 여러 부스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보인 곳이 라이토즈 부스였습니다. 지난 달에는 앵그리 버드 캐릭터를 넣은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집안에 굴러다니는 USB 케이블로 간편하게 충전하며 지구도 살릴 수 있다니 일석이조인 것 같습니다.

#삼성 4D VR Zone, 로봇 전쟁 체험

samsung-vr-rides-ces-2017-08이번 MWC에 마련된 수많은 VR 체험존 중에서 직접 체험한 곳은 총 3곳입니다. 삼성의 4D VR 체험존, 퀄컴의 6D VR, 구글의 데이드림을 체험해보았습니다. 특히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삼성 VR 존의 경우 우주선 체험, 가상 로봇 체험, 스켈레톤 체험, 헬리콥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었는데요. 우주선 체험이나 스켈레톤 체험의 경우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줄이 짧았던 ‘Robot War’라는 VR 게임을 했습니다. 같이 간 일행과 함께 훈훈하고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양 손, 양 발에 모션 센서를 끼우고 VR 헤드셋 및 헤드폰을 착용한 뒤 가상의 로봇이 되었는데요. 눈 앞에 보이는 건물을 땅에서 뽑아 상대방을 향해 던졌을 때 명중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체험해보니 운동도 되고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특히 친구와 함께 운동하며 즐길 수 있는 VR 게임인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옷 추천도 척척, 마법의 거울

C57TsMlWAAEmDmO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bism@rt’ 부스에서는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해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매직 미러(Magic Mirror)’를 선보였습니다. 함께 걷던 일행이 부스 앞에서 회사 관계자에게 붙들려 잠시 매직 미러를 시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일행이 정자세로 커다란 스크린 화면 앞에 서자 화면에 내장된 카메라가 얼굴을 스캔하더니 ‘24세, 남성’이라는 텍스트가 화면에 떴습니다. (이를 보고 저는 ‘기계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고 직원에게 말했는데요, 저와 함께한 일행은 올해 31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안이기는 합니다만) 그러자 화면 양쪽에 가디건, 티셔츠, 바지 등 스캔한 사람에게 어울릴만한 옷들이 제시되면서, 매장 내 상품의 위치가 함께 떴습니다. 이미 AI 기반 옷 추천 서비스의 개념이 등장한 지 꽤 오래되었으나, 기존 구매 이력에 기반한 추천 또는 사용자가 특정 질문에 답변 시 이를 기반으로 한 추천 등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실시간으로 얼굴과 체형에 기반한 옷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보니 실제 쇼핑 시 이러한 매직 미러를 발견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Work Hard, Play Hard

20170227_223417이번 MWC에서 개인적인 예상과 가장 다르면서도 인상적이었던 요소는 행사장 곳곳에서 울려퍼지던 EDM이었습니다. 특히 각 세션 시작 전 무대 위에서 틀어놓은 공식 동영상은 제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세계적인 DJ, Alesso의 ‘Hero’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행사 전반이 얼마나 젊은 감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매일 밤 유명 매체나 미디어가 주최한 파티에서는 열과 성을 다해 놀고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 만큼 각자의 비행기 스케줄에 따라 행사 마지막 날에는 바로 공항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사실 행사는 종료 하루 전날인 3일째에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모바일 마케팅 관련 업체들이 모인 8.1관은 특히나 젊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3일째 오후가 되자 곳곳에서 맥주를 나눠주고 EDM을 크게 틀어 마치 EDM 페스티벌 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지막 날까지 이어져 거의 모든 부스가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고 음식을 나눠 주고, 경품을 나눠주는 등 말 그대로 ‘축제’현장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열심히 일한 것만큼이나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것이야말로 손 안에 전세계를 지닌 모바일 시대 사람들의 특권이자 자부심이겠죠. 딱딱할 줄만 알았던 MWC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첫 방문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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