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파트너스의 유정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지난 번 이야기는 Pitch에 관한 것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사업 계획서’에 대한 것이어서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이전 직장인 CAV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초기에서 미들 스테이지까지 투자하는 회사였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초기 투자부터 후속 투자(혹은 IPO까지)까지 여러 스타트업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팀들의 사업 계획서에는 공통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투자와 연결되는 사업 계획서에는 분명한 특징들이 나타납니다. 특히 초기 스테이지에서의 창업가분들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을 재차 만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리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getty images

1. 모든 스토리는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나 ‘충족시키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에서 시작하고 있는가

자사 서비스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는 사업 계획서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갑자기 ‘사업자’입장에서 계획서를 전개할 경우 보는 사람 입장에서 비즈니스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맥락이 전혀 전달되지 않습니다.

VC도 사람이고 소비자입니다. 시장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 되어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래,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분명 소비자들이 좋아할거야!’라는 공감을 얻으며 수 있습니다. (저는 설득의 절반이 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잘 짜인 사업 계획서는 거의 100%가 이러한 사업의 강력한 목표에서 시작하고 있으며 이후 스토리라인은 모두 이 강력한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공감을 페이지에 담을 수 없다면 구상하고 있는 사업에 대하여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이후 스토리라인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세부적인 Tone & Manner나 표현 방식은 다르겠지만 듣는 사람 관점에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 & ‘소비자 욕구
(2) 사업의 비전: 소비자 욕구를 해결할 경우 어떠한 세계관을 그리는 사업이 될 수 있는가?
(3) 경영진: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해결하고 큰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구성원인가?
(4) Product 설명: 서비스의 개요, Competitive advantage, 유저에 대한 Value proposition 등
(5) 시장: 싸우고자 하는 시장은 서비스 관점에서 어느 정도 규모 & 성장성이 있는가?
(6) 전략: 경쟁자 대비 어떠한 우위 요소를 바탕으로 M/S를 확대할 것인가?
(7) Business Projection: 구체적인 KPI를 통한 Biz projection
(8) 자본 구조: 현재 자본 구조 현황 & 시리즈 별 자본 조달 목표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위의 (1) ~ (8)은 각론 별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1)이라는 큰 명제에서 시작하여 ‘연결된 스토리라인’으로 전개하는 것이 유효합니다. ‘이 욕구를 해결할 경우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과 경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런 팀이 경쟁자와 맞서 올바른 방향으로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지’ 등을 알고 싶은 것이 저희 VC가 질문을 던지는 이유입니다.

2. 자기가 싸워야 하는 전쟁터(시장)를 적절한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바로 전 글에서도 자세하게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만, VC들은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남의 돈을 관리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업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Biz가 추구할 수 있는 매출 규모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그만큼 창업가 입장에서도 자신의 사업에 대한 시장 규모를 적절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A라는 시장은 매우 크기 때문에 유망한 사업입니다’라는 접근이 가장 위험한 접근입니다. 시장 사이즈를 접근할 경우에는 ‘자사 서비스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정말 임의의 숫자입니다, 조사하기 귀찮아서 ㅎㅎ) 전자 상거래 전체 거래액이 10조 규모이지만 이중 B2C는 약 2조, C2C는 약 1조이고 B2C 중에서도 여성 시장이 약 1조3000억 수준으로 점점 쪼개나갈 수 있습니다. 만약 남성 전용 EC 사업자라면 2조 시장 중 (현재는) 7,000억을 대상으로 Biz를 전개하는 것이고, 가전용 C2C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전체 1조 시장에서 (대략적으로) 5,000억 거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마찬가지로 웨딩시장이 12조 규모입니다. 매우 큰 사업이죠. 좀 더 쪼개보면 웨딩 시장 역시 (1)예물 (2) 예식장 (3) 메이크업 (4) 사진 스튜디오 (5) 기타 등등으로 나눠질 것입니다. 여기서 각각에 속해 있는 시장을 대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전체를 ‘퉁 쳐서’ 이야기하는 우를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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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았어도 적절한 시장에서 ‘대체율’로 설명하는 것이 편합니다.

배달시장이 12조원 규모인데 아직 스마트폰 주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하여도,
‘전체 시장 * 온라인 주문 비중 * 스마트폰 시장 대체율 = 스마트폰 주문 시장’으로 penetration 개념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유를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지 지독하게 따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소비자가 정말 이 사장 규모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payable 한 것인가?

VC들이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것은 역시, ‘그럼 이 욕구가 충족 되었을 때 실제 충분한 규모를 낼 만큼 소비자가 지출할 수 있는 것인가’입니다. 그냥 시장이 크다고 서비스 성장률이 충분하다는 설명보다는 이 점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많은 계획서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과 훌륭한 경영 팀이 있기에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식으로 끝나는 계획서가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은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여 우위를 누리는 것. ‘나는 누구와 경쟁하고 있으며, 그들 대비 어떠한 경쟁 우위를 통해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없으면 일단 스타트업 팀의 열의를 의심하게 됩니다.

설령 현재 시장에서 자신들과 같은 스타트업이 없다고 하여도, 자신의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나 혹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이쪽 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60도 관점에서 우리는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조사해 보고 이를 통해 경쟁자 대비 ‘무엇’을 통해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이것이 경쟁 전략입니다.

4. 전략이 있다면 과감하게 Top-down 방식의 Biz Projection을 채택하고 있는가

사업 계획서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 Biz projection일 것입니다. 만약 충분한 시장분석과 경쟁 관점에서의 고민이 전재되어 있다면, Top-down 방식으로 Projection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시장의 여러 요소들을 변수로 세부적인 projection도 물론 꼼꼼하기 때문에 좋지만, 이보다는 ‘향후 X년 동안 이 정도 시장규모에서 Y%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럴 경우 매출(혹은 적자)은 Z원 정도입니다. 이번 투자유치는 이를 달성 위한 자금조달’이란 식으로 Biz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것이 성장하는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명확한 전략이 설명되었다면 저러한 도전적인 목표와 이를 위한 자금을 명시화하는 것이 저희 VC입장에서도 명확합니다. 저희는 이번 Round가 아니라 다음 Round의 Financing도 함께 해야 하는 입장이니 말이죠.

5. KPI 설계를 통한 시나리오가 반영되어 있는가

‘그래 그럼 이 시장에서 이렇게 될 수는 있겠는데, 어떤 것들을 달성해야 하지?’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전략에 대한 설명이나 시장에 대한 설명이 다소 정성적인 차원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KPI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요소들을 정량화 시킨 것들입니다.

[신규 방문자 수 * 회원 전환률 – 이탈 회원률] * 유료 결제율‘ 등의 구체적인 KPI 설계가 있어야,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자금조달이 어떤 것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겠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 스테이지별로 KPI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1) Seed stage: 절대적으로 경영자와 팀 구성원이 중요한데, 미래 사업을 그리며 얼마나 KPI를 설계하고 있는가 이 정도까지 볼 수 있는 팀인가. 초기 자금 투하 성격이 적절한 것인가?

(2) Middle stage: 자금이 어떤 KPI 요소에 투입되어야 본격적인 로켓을 태울 수 있는가, 이미 그러한 관리가 되어 있는가

위처럼 스테이지 별로 다른 관점으로 KPI를 파악하기 때문에 참고 바랍니다.

이상 5가지 요소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1번 내용인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모든 열의와 배경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윤은 ‘소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비전은 ‘창업자’에 의해서 이루어져 가는 것이라 합니다. IR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정호의 기업 투자 이야기] 시리즈
(1) 당신에게 천억을 투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 여러 해외 기업설명회를 다니며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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