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파트너스의 유정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인도네시아 VC 시장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완전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것이 이제야 시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숫자로만 놓고 보자면 2015년 SEA 지역의 VC 투자금은 약 16억 USD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이 약 20억 UDS 수준).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이 중 약 36%를 차지하는 5.8억 USD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아직 선진국과 비교할 바 아니지만 2012년과 비교하여 무려 38배 성장한 수치이다. SEA 지역의 성장을 인도네시아가 견인하며,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이 이를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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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 더 자세히 투자 내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총액이 크게 증가하긴했다. 하지만 2015년의 경우 Mathahari mall이 자기 회사를 위해 5억 UDS를 투자했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2억 UDS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소문에 의하면 2천만 UDS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시장에서의 소문들을 총 정리해 보면, Mathahari의 브러핑(?)을 제외하고 나면 약 3.5억 UDS 수준으로 전년대비 2.3배 정도의 성장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2년 동안의 성장세 역시 Tokopedia, Go-Jack, Traveloca 등 소수 유니콘 대기 플레이어들의 대형 투자가 볼륨을 올렸다고 보면 된다 (전체 투자 집행금의 30~60%를 차지, 평균 3~6천만 UDS 이상 투자 유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사실은 씨드 단계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세한 투자 실적에 대한 집계가 없기 때문에 Top 3 투자자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살펴보면(투자 수 기준) 2015년의 경우 전체 투자의 약 45%가 Seed Stage에 몰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주요 분야별 투자 현황을 보면 역시 버티컬 미디어&서비스가 약 54%, 커머스 분야가 36%로 모바일 퍼스트 전략의 성장세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2015년 말, 알리바바가 Lazada를 인수하였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는데,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본격적인 시장 개화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플레이어들이 Exit 창구로 알리바바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슬픈 뉴스이기도 하다). 이러한 씨드 투자의 증가는 향후 몇 년 동안 시리즈 A ~ C로의 시리얼 투자 기회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투자 시장의 양적 증가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 그럼 어떤 플레이어들이 VC 시장을 견인하고 있을까. 인도네시아 시장은 크게 일본계 VC, 북미계 VC, 현지 대기업계 VC로 구분할 수 있다. 일본계 VC로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곳은 East Ventures, CyberAgent Ventures, IMJ investment partners, GREE Ventures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East Ventures나 CyberAgent Ventures는 IT VC 시장이 거의 전무한 2010~2011년부터 투자 활동을 개시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시작했는데, 그러한 헤딩이 있었기에 Tokopedia, Travelroca 등 대표적인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초기 투자를 성공적으로 집행했다.

East Vntures 같은 경우 정말 공격적인 초기 투자 스타일로 유명한데 (정말인지는 모르겠으나) ‘Stanford 나왔다고? OK, 내일 모레 투자금 납입해줄게’라는 식으로 투자한다고 한다 (다시 한번 나도 그냥 들은 이야기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미 60사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종의 등용문 같은 VC로 자리 잡았다. IMJ 같은 경우도 최근 2~3년 동안 많은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약 20개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CAV가 5년에 걸쳐 ~10개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매우 빠른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계의 경우 500 startup, Arden Capital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두 회사 모두 태국에서도 탑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지역적 시너지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지 대기업들도 Top 10 기업들은 모두 자체 VC 조직을 가지고 있다. 젊은 3세들이 투자를 총괄하는 경우가 많으며, 북미계 VC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로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투자 정책이다. 지금까지는 워낙 규제의 변동성이 심해서 투자자들이 많은 고충을 이야기했는데,  2016년 대통령 하의 정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원, 상업을 제외한 분야에서의 혁신은 외국인 투자 등에 의존해야 가장 빠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기술이 섬나라의 혁신을 가장 빠르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한 시점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당 부분 열린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도 e-commerce, 교육분야 등에 대하여 외국인 지분을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참고로 고속철도 사업은 ‘일본’이 아닌 ‘중국’에게 사업권을 줬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표심은 소형 사업자이다. 수많은 소형~중형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표심에 따라 정부 정책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과 인접해 있는 사업에서는 완전한 오픈 정책을 펼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외국인의 온라인 리테일 활동에 대한 활동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소형 사업자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업은 보호 및 부분 개방식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한테 가장 중요한 Exit 현황에 대하여 살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IT 관련 기업의 IPO는 없었다. SEA에서 IPO 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싱가포르와 호주, 홍콩 등을 이야기하는데, 싱가포르의 경우 유동성이 제한적이어서 정말 좋은 비즈니스가 아닌 경우 주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여하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IPO는 전무하지만 정부와 투자자들이 나스닥, 코스닥 등과 같은 제 3 시장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현재 투자자들의 펀드가 만기 될 시점에는 생기지 않겠냐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몰리는 이유는 높은 M&A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세계 인구 4위 국가이며 글로벌 IT 플레이어들의 주요 시장이기 때문에 Top Player들의 인수 니즈는 꾸준하다. 지금까지야 +100M UDS의 거래는 없었지만, 향후에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알리바바 역시 Billion UDS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하였고 주변에서 좀 나간다는 스타트업 대표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받는 제안들의 Rage가 확실히 국내 M&A Valuation Rage 보다는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점들 때문에 Late Stage로 갈수록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많은 구주거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장 진입을 생각하는 투자사는 어떠한 관점에서 기회 영역을 모색해야 할까. 본인은 향후 시리즈 A ~C 정도의 투자 단계에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1) 이 단계의 투자자들이(씨드 단계 투자자 대비)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2) 이 단계에서의 기업 가치 평가가 가장 비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정상화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한 여러 투자자들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하지만 매우 리스크가 높은) 씨드 단계를 선택하였다.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도 씨드 단계이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곳도 이 단계이다. 반면 이후 단계에서는 특별한 강자가 없다. 게다가 경험이 부족한 일부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 평가를 말도 안 되게 만들곤 하였다. 정확한 비즈니스의 향후 수치, 이를 기반으로 한 예상 자본 이익에 대한 분석 없이 그냥 장밋빛 전망만으로 말도 안 되는 기업가치을 받아버린 덕택에 생긴 현상이다. 예컨대 씨드에서 시리즈 A 사이에서 300만 UDS 투자를 받고, 시리즈 A 정도에서 1천만 UDS를 지르고 이런 식이었다. 투자자들도 감이 없고 배짱 좋은 창업가도 마구 불러대며 비이성적인 시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 가치가 적정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고, 인도네시아 투자자들도 ‘이건 아니잖아’라는 식의 경험 효과들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준’에서의 기업 가치 평가 레퍼런스가 형성될 것이다. 또한 지금 집행되고 있는 씨드 투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단계에 대한 투자 니즈도 비례하여 성장할 것이고 이 곳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 터를 잡는 시장 진입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박명수의 명언 중 단연 으뜸인 명언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을 때다’이다. 인도네시아 투자 시장은 그야말로 보일러처럼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물론 거품이 깨지고 투자가 주춤하는 시기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일본이나 북미 플레이어들이다 차지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국내 플레이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 진입을 하였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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