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또…

아마존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체인점 홀푸드를 인수했습니다. 137억 달러, 현찰 박치기. 유보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큰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지만 엄청난 액수에요. 올해 연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마존은 공짜로 최대 유기농 식품체인점을 꿀꺽한 셈이나 마찬가지에요.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쫙쫙 올랐으니까요. IT 플랫폼 기술주 거품이 빠지는 상황에서 노무라증권은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975달러에서 1100달러로 높였습니다.

아마존이 홀푸드에 탐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겠지만 오프라인 사업을 먹어 외연을 확장하자는 겁니다. 일종의 수직계열화 전략인데요. 아마존고를 통해 소규모 사물인터넷 리테일 시험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온라인에 머물고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주장이 대세입니다.

지금까지 아마존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더 이해가 됩니다. 아마존은 전자책팔고 인공지능 스피커만 제조하는 곳이 아니죠. 기본적인 이커머스 전략을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며 이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에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드론 경쟁력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고, 항만과 공중수송에도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자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개념인 상태에서 이에 필요한 모든 방법론을 자신만의 색으로 채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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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은 월마트와의 전쟁으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워낙 아마존에 비교되니까 사람들이 월마트를 쩌리로 취급하는 경향도 있는데(특히 태평양 건너 작은 반도 국가 어딘가에서) 월마트의 한해 매출액은 4860억 달러에 달하는 공룡입니다. 온라인 시대가 와서 오프라인 사업자가 어렵다는 개념을 설명할 때 흔히 월마트가 거론되는데, 월마트는 커런트 연합도 타진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는 필사적인 공룡입니다. 제트도 가졌잖아요. (더이상 월마트를 무시하자 마라. 이 굴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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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오프라인 사업 강화를 통해 구름 위 온라인에 존재하던 아마존이 더욱 현실의 실력자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아마존의 자체 온라인 경쟁력이 오프라인과 만나 힘을 더하는 장면도 볼 수 있겠네요. 방대한 ICT 인프라가 오프라인에 연결되는 것. 유기농 식품체인점의 막강한 오프라인 거점과 아마존의 온라인 노하우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존은 늘 하던대로, 자신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홀푸드의 오프라인 거점이라는 경쟁력과 신선제품을 연결해 짤짤이 써먹을겁니다.

아마존프라임의 새로운 상품, 아니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아예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에 나설수도 있겠네요. 알렉사에 홀푸드 오프라인 및 신선식품 서비스가 배치된다는 점에 500원 겁니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새삼, 뭐 많은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새삼 강조하겠습니다. 바로 온라인 사용자 경험의 오프라인 경험 진출. 혹은 정복.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아마존은 아마존고를 통해 온라인 쇼핑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에 대입했고,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우리가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재연했어요.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뭔가 이상한 기시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책들이 대부분 표지 전면으로 걸려있다고 해요.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죠? 인터넷에서 책 살때 우리는 표지 이미지를 많이 보잖아요. 그걸 따온겁니다.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우리의 손이 마우스 커서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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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도 많이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네이버는 파트너스퀘어를 서울과 부산에 열어 네이버 쇼핑 윈도를 오프라인으로 재연했고, 스타트업 다방도 케어센터를 통해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 경험으로 환치했습니다.

이제 점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라인처럼 변하고 있어요. ‘나’는 ‘아이디’로 치환되고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은 곧 ‘데이터’가 됩니다. 자율주행차투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등 오프라인은 점점 온라인으로 덮히고 있어요.

여기서 질문.

왜 그럴까?

간단합니다. 온라인은 편하고 간편하니까요. 그리고 젊은 세대일수록 온라인이 더 익숙하니까요. 다만 온라인도 문제가 있죠. 저는 이번달 말에 이사를 가는데요. 쇼파를 하나 구입하려고 합니다. 쇼핑이요? 시간이 없으니까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편합니다. 집에 앉아 쇼파의 크기와 가격, 기업의 정보를 주루룩 읽어들여요. 아 편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말하더군요. ‘쇼파는 직접 눈으로 보고 앉아봐야해’. 그래서 저는 지난 주말에 가구골목에 갔습니다. 온라인으로 본 쇼파에 직접 앉아보고 만져봤어요. 좋더군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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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겁니다. 온라인은 편해요. 그리고 익숙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온라인 사용자 경험은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최강의 증강현실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지원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아마존같은 실험이 나오는 겁니다.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가진 온라인의 경쟁력을 오프라인에 연결해 각자의 장단점을 지원하는 것.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돈의 흐름은 오프라인이 핵심이 됩니다. 와우. ‘오프라인의 아이디’는 데이터의 보고이기도 해요.

여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통해 단순히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한다고 보이지는 않아요. 큰 그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용자 경험을 섞는 큰 그림을 보는 편이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전자의 주장도 가치가 있죠. 하지만 ‘아마존이 홀푸드를 통해 단순히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한다’는 분석의 전제에는 아마존의 상대가 월마트에요.

과연 그럴까요? 월마트는 제트를 인수하고 보노보스를 품어도 그들의 목적은 아마존 타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AWS와 인공지능 등으로 탈 전자상거래의 개념으로 갑니다. 왜?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덮어가기 위해. 그 중심에서 자신의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대시나 알렉사를 풀며 스키너의 상자를 판매합니다.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던 마윈 알리바바 형님의 말에 집중할 필요가 생기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마존처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실패도 많았습니다. 소셜커머스에 손 댔다고 철수했고 스마트폰 만들었다 폭망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키워드. 바로 온라인 경험의 오프라인 경험 정복의 차원은 그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를 ‘아마존 대 월마트’의 구도로 보고 아마존의 오프라인 사업 진출에만 매몰되지 말고…그 이상의 큰 그림을 읽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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