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던 제가 피츠버그에 온지 약 2달 정도 되었는데요, 여기서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보통 아래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흔한_산책할_때_보는_풍경.jpg
흔한_산책할_때_보는_풍경.jpg

마치 윈도우 화면같은 푸르름과 한적함….(여기 와서 시력도 좋아진 것 같고, 폐도 건강해진 것 같고…) 그나마 다운타운에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서울 강남에 비하면 사람이 많지 않으며 퇴근 시간이 되면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에 한국과 반대로 오히려 더 조용한 곳입니다. 저녁에 시간이 많고 에너지가 넘쳐도 한국에서만큼 밤거리가 활성화 된 곳이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놀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차가 생겼으니 여기 사는 사람들이 저녁에 놀고 싶을 때 간다는 큰 규모의 오락실 체인 데이브앤버스터즈(Dave&Busters)에 가보았습니다.

큰 규모라고 해도 농구대, 카레이싱 몇 대, 하우스오브더데드와 같은 총 게임, 에어하키, 동전 노래방, 그리고 인형뽑기기계들이 더 많은 요즈음 한국 오락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들어갔는데…

신.세.계 였습니다

나가는 길이 어디인지 헤맬 정도로 큰 공간에 대형 화면을 가진 게임, 좌석에 모션이 있는 운전 게임, 홀로그램 화면을 가진 게임, 점프하거나 발구르기를 해야 캐릭터가 앞으로 가는 게임 등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의 게임들이 가득했습니다. 덤으로, 동전 없이 충전한 카드로만 오락실 기계를 이용하는 모습도 놀라웠고 그리고 어마어마한 높이의 농구대(진짜 농구대인줄;;)도 신선했습니다. 정신을 못차리고 화려하고 다양한 게임들을 구경해보던 중 제 시선을 끈 것은 바로 오락실 기계로 만들어진 모바일 게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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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친 Fruit Ninja 오락실 기계. 의자에 바른자세로 앉아서 과일을 썰어주면 된다

놀라움을 넘어서 사실 충격을 받았는데요. 소닉, 팩맨 등 오락실에서, 혹은 게임팩으로 즐기던 게임들이 모바일에 상륙하는 요즈음 시대에 역으로 모바일 게임이 오락실에 당연히 들어갈 수 있는 건데 왜 여태까지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일까요?

충격으로 인해 멍해진 제 정신을 잡고 Fruit Ninja 외에 다른 게임들이 있는지 둘러봤습니다. 스마트폰에서만 보던 다양한 모바일 게임들이 시선을 끄는 화려한 기계로 탈바꿈하여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해보거나 본 게임들에 대한 정리를 간략하게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락실 게임으로 재탄생한 모바일 게임들

<Fruit Ninja>

터치가 가능한 큰 화면에 과일들이 떠다니다 보니 빨리 썰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화면이 크다보니 손가락으로 과일을 썰 때 따가웠습니다. 핸드폰 화면 처럼 부드러운 느낌 보다는 몇 년전 티비 화면을 만지는 느낌이었어요. 집에 와서 앱을 다시 받았습니다…(하하)

< 길건너친구들, 길건너친구들(디즈니 ‘캐리비안의 해적‘버전)>

엄청난 크기의 화면으로 보니 길건너는 모습이 꽤나 역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디즈니 ’캐리비안의 해적’ 버전은 캐리비안의 해적5 백그라운드에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얼마전에 영화를 보고 온 제 입장에서는 좀 더 신났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서 한번 부딪치고 바로 게임이 종료되어서 슬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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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런>

런 게임의 시조격이죠? 저도 첫 스마트폰 아이폰 3gs를 쓸 때에는 열심히 하다가 안한지 몇 년 되었는데요. 여기서 보니 반가웠습니다. 여기서는 트랙볼을 왼쪽, 오른쪽, 아래, 위로 굴리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화면이 크니 생동감이 있었고, 해본 게임들 중에서 조작방식이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 했던 방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오락실 기계만의 묘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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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타일>

Don’t tap the white tile처럼 게임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게임은 아니었지만, 대형 하얀색 타일 4개를 실제로 누르면서 하는 게임입니다. 역시나 큰 화면에 큰 피아노타일을 실제로 누를 수 있고 2인이 같이 앉아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할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최고 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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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타일을 요란하게 누르면서 하는 피아노타일 게임. 제가 본 기계는 이것보다 화면이 더 컸습니다 (출처: BMI Gaming)

<앵그리버드>

게임을 실제로 해보진 않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요. 핸들로 조준한 다음에 발사를 누르면 화면으로 새총 쏘듯이 실제 공이 날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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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Tower>

Stack이나 The Tower와 유사한 형태의 탑 쌓기 게임인데요. 홀로그램으로 플레이 화면이 보여지는 특이한 형태였습니다. 3D 느낌으로 탑을 쌓아서 조금 더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탭을 누르는 게임이기 때문에 조작하는 방법도 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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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크러시사가>

제가 열심히 하는 캔디크러시소다 보다 먼저 나온 게임인 캔디크러시사가도 오락실 기계로 있었습니다. 조금 더 커진 화면을 터치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요. 다른 기계들에 비해서 화면이 엄청 커졌다거나 보여주는 방식이 다르다거나 하지 않아서 해보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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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Flappy Birds, Cut the Rope, Doodle Jump, Subway Surfers, Plants vs. Zombies 등의 모바일 게임들이 오락실 기계로 탈바꿈했습니다. 출시된지 조금 된 모바일 게임들이 어떻게 오락실 버전으로 나오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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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이 오락실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

오락실 산업에 미치는 모바일 게임의 영향에 관한 기사에 의하면 탭류나 캐주얼 모바일 게임은 오락실용 게임에 매우 적합하다고 합니다. 먼저, 모바일 게임은 풍부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지니고 있어서 오락실 기계용 게임의 디자인으로도 적합하고 이목을 끄는 디자인과 함께 플레이 방법 또한 단순하기 때문에 오락실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에 좋습니다. 실제로 제가 오락실에 있는 동안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이 게임들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더 나아가, 모바일 게임은 게임 방식이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에 새로 구상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특성상 게임 조작 방식을 어렵지 않기 때문에 기계로 만들기도 수월합니다. 탭 하나로만 조작 가능한 모바일 게임을 기계로 만들 때 탭 버튼 하나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죠. 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해본 게임이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를 가진 익숙한 게임이 눈 앞에 있을 때 좀 더 시도해보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모바일 게임 회사들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 컨텐츠를 이렇게 활용하여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고, 또한 유저들이 오락실에서 즐긴 모바일 게임에 대하여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락실용 모바일 게임 기계 가격은…?

이렇게 좋은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보니 기계의 가격이 궁금해졌습니다. 모바일 게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오락실 기계 버전으로도 만들어서 모바일 게임으로만 이루어진 오락실을 한국에서 만들어보고 싶어서 기계 가격이 적당하면 일을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에 찾아보았는데…몇 개 업체 사이트에서 찾은 가격대는 꽤나 무시무시했습니다. 길건너친구들은 버전에 따라서 7,000 ~ 10,000불 사이, Crazy Tower(4인용)은 15,000불, Flappy Birds는 10,000불, Fruit Ninja(3인용)은 23,000불, 그리고 Subway Surfers는 15,000불이었습니다. 데이브앤버스터즈와 같은 큰 오락실 체인은 대량 구매를 통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오락실 기계보다 가격대가 높았습니다. 장점들이 많지만 가격대가 큰 장벽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바일 게임 전용 오락실을 차리려던 저의 꿈이…)

#모바일 게임의 오락실 진출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

모바일 게임들의 수월한 오락실 진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사항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락실 기계가 비싸도 그 금액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괜찮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기계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못하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에는 새로운 앱을 계속 받을 수 있지만, 오락실 기계에는 게임 하나만 포함되어 있고 기계 겉모습 자체도 게임 하나를 위해서 브랜딩 되어 있습니다. 오락실 기계 업체들에서 화이트라벨링을 통하여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모바일 게임들의 오락실용 게임을 생산한다면 오락실 외에도 펍이나 다양한 장소에서 구매를 더 많이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아가, 주기적으로 흥미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게임 설치 및 브랜딩이 가능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오락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경험을 했던 유저가 모바일 게임을 다운받거나 설치되어 있는 게임을 다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앱을 다운 받고 집에 가는 길에도 이 게임을 즐기세요!’ 와 같은 다운로드 문구를 보여주거나 오락실에서의 기록을 모바일 게임 앱 내에 저장할 수 있게 한다거나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별 아이템을 제공한다면 다운로드 증가 및 앱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 모바일 게임들이 모바일을 벗어나 오락실을 진출한 사례를 살펴 보았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TV쇼에 진출한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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