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머니라커 소속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중국은 차의 종주국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과 일본의 차, 차 문화도 중국에서 출발했습니다. 홍차에 레몬 또는 우유를 넣어 마시는 영국 밀크티 기원도 중국임을 알고 계신가요?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가 열리며 동양과 서양은 바다를 통해 문화를 교류하고 상품을 교역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중국 차는 귀족과 왕족들이 즐겨 찾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영국은 특히 복건성(福建省)과 교역이 많았는데요.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중국 차 무역시장의 최대 고객으로 무이산 지역의 차를 대량으로 수입했습니다. 아편 전쟁 발발 전 동인도 회사의 수입 물품 가운데 차가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차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은 대단했죠.

본래 고급 홍차에는 은은한 레몬향과 우유향이 섞여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영국으로 운반되는 기간 동안 콘테이너 안의 열기와 습도로 인해 차는 숙성됐고 향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차를 수입해도 영국에 도착한 차에서는 레몬향과 우유향을 찾아볼 수 없게 되자, 고급 홍차의 향을 그리워하던 영국인들은 차에 레몬과 우유를 직접 첨가해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영국 밀크티의 기원입니다.

중국의 아편 전쟁도 차와 관련이 깊습니다. 중국 차 수입량이 많아질수록 영국 내의 은자 유통은 둔화됐습니다. 은자 유통 둔화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안이 아편 밀수출입니다. 영국은 국내 은의 유통량을 늘리기 위해 아편을 중국에 내다 팔았습니다. 중국 농민이 희생양이었던 것이죠. 아편으로 인해 사회가 마비되자 청나라 정부는 아편 몰수 등의 조치를 취하며 아편 금지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아편 금지가 사유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라 주장하며 청나라와 전쟁을 벌입니다. 이 전쟁이 바로 아편 전쟁입니다.

세계 역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차,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일까요?

▍차의 시작은 음료가 아닌 약

중국 차와 관련된 서적에서 매번 언급되는 존재가 있습니다. 중국 삼황오제 중 하나이며 농업, 의학의 신으로 추앙받는 신농입니다. 그는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고 배가 투명해 직접 풀을 먹으며 독초와 약초를 구분했다고 합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차는 매우 우연한 사건을 통해 인류와 만나게 되는데요. 어느 날 100가지 풀을 구분하던 신농은 70여 가지의 독에 중독됩니다.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는 나무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는데 그때 마침 하늘에서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신농의 입속으로 들어갑니다. 신기하게도 나뭇잎을 먹자 고통이 씻은 듯이 없어졌죠. 신농은 후에 이 신비한 나무에 ‘차(茶)’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후 차는 오랫동안 음료가 아닌 약으로 사용됐습니다. 이러한 효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일상생활에서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반찬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일부 소수 민족 문화에는 이런 전통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중국 차 시장의 성장과 침체

▍커피의 등장과 차의 몰락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차이지만 커피의 등장과 함께 차는 위기를 맞이합니다. 1, 2선 도시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1971년에 설립되어 1999년에 중국에 첫 매장을 오픈한 스타벅스는 현재 60개 도시에 1,5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에 설립된 COSTA 커피 역시 중국에만 21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당시 커피를 마시는 인구는 많지 않았지만 1, 2선 도시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난징 5개의 도시에 개설된 커피 전문점의 수는 10,000개에 달하며 베이징과 상하이에 전체 60% 이상의 커피 전문점이 위치해 있습니다.

국제 커피 협회(ICO)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도시를 기준으로, 중국인의 커피 평균 소모량은 20잔입니다. 일본과 한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중국 커피 시장은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2015년 중국 커피 소비량은 700억 위안입니다. 매년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0년 시장 규모는 3,0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커피 시장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차 시장은 침체기를 맞이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시장의 몰락이었습니다. 과거 차 브랜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분리된 공간에서 차를 우려 주거나 손님들의 시음을 도와주고 차와 차 도구를 판매했습니다.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전통과 문화를 강조하는 그들은 변화를 주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식습관과 식음료 문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죠. 차는 그렇게 젊은 소비자들의 곁을 떠나가는 듯 했습니다.

▍차의 재기 : 나이차(奶茶) 브랜드의 등장

차 시장의 재기는 코코(coco)와 이디엔디엔(一点点)으로 대표되는 나이차(奶茶) 전문점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두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997년에 설립되어 대만에서 성장한 뒤 중국 내륙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습니다. 오리지널 티(다른 재료나 향을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차 나무의 찻잎을 가지고 우려낸 차)를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나이차와 차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음료를 소비자에게 선택지로 제공했죠.

‘차(茶)’라는 것은 본래 차 나무의 잎을 이용해 우려낸 음료만을 일컫는 말입니다. 보리차, 유자차, 생강차와 같은 음료는 차가 아닌 대용차로 분류합니다. 코코와 이디엔디엔은 차의 범위를 대용차까지 확대하며 소비자와의 점접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다양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들이 잊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장소와 시간 소비 욕구입니다. 테이크 아웃을 기본으로 하는 코코와 이디엔디엔에서 소비자는 음료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매장에서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이차 브랜드의 인기도 점차 사그라질 무렵 몇몇 브랜드가 혜성과 같이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 두 가지만 함께 살펴보시죠.

 

중국, 이제 다시 차의 시대

▍희차(喜茶), 오리지널 티의 도약

소비 수준 업그레이드로 인해 소비자는 이제 상품 뿐만 아니라 사회 및 여가 가치를 함께 구매합니다. 이는 젊은 소비자가 삶의 질, 생활 양식, 정체성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관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희차는 소비자의 사회 및 여가 가치 구매 욕구를 해결해 준 좋은 예입니다.

희차(喜茶 / HEYTEA)는 차 음료 위에 치즈를 올려 판매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2012년에 광동성에 첫 매장을 오픈해 현재 51개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선전 본사에 위치한 전문 연구실에서는 차 제품의 구상과 배합 연구 및 시제품 제조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그들의 기업 철학이 ‘소비자에게 차 본연의 맛을 선사한다.’라는 건데요. 트렌디한 매장 및 상품 디자인과 다채로운 메뉴로 소비자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핵심은 디자인이나 메뉴가 아닌 건강인 것이죠. 이는 사실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와 깊게 연관되어있습니다. 경제 발전에 따라 개인이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염려도 함께 늘었죠. 바뀐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눈에 띄게 증가한 성인 질환 발병률에서 온 불안이었습니다.

차는 약이 아닙니다. 그러나 커피보다는 건강한 음료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에 대한 논쟁은 아직까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대중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건강이라는 단어와 매치되는 음료는 여전히 커피가 아닌 차입니다. 고대 인류가 차를 일상에서 즐기는 음료 이전에 약용 식품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을 살피면 타당성 있는 신뢰라 볼 수 있겠네요.

희차는 현대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불안과 해소되지 못하던 수요를 적절하게 해결했습니다. 중국 젊은 소비자들은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차가 독특한 메뉴 및 디자인과 만난 것에 열광했습니다. 나이차 브랜드들이 해결해주지 못하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소비 욕구도 희차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죠. 테이크아웃을 할 수도 있고, 매장 내에서 음료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류창동이 5억 위안을 투자하며 차 업계의 스타벅스가 될 것이라 예견했던 ‘인웨이차(因味茶)’와 더불어 희차는 차 시장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었습니다.

▍샤오관차(小罐茶), 차의 표준화

샤오관차(小罐茶)는 2017년 CCTV의 광고를 통해 유명해진 브랜드입니다. 기존 차 시장에 존재하던 비표준화 문제를 해결하고 차의 소비자층을 젊은 층으로 확대했다는 호평을 받습니다. 현재 중국 국내에 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0여 개 매장의 월 매출은 100만 위안 (한화 1억 원)을 상위합니다.

차 업계는 오랜 시간 동안 비표준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차의 품질, 가격에 표준을 정하기 어려워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으나 그렇다고 비싼 가격이 품질을 보장해주지도 못했죠. 소비자는 눈 뜬 장님과 다름없었고 일부 상인들은 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했습니다. 젊은 소비자 및 소비 트렌드와 동떨어져 성장하는 것 역시 문제였습니다.

샤오관차는 생산, 품질, 가격 표준을 만든 첫 브랜드입니다. 서호 용정차, 황산 모봉차, 복정 백차, 무이대홍포 등 10종류의 차를 모두 동일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차의 생산과 품질은 우수한 제조 기술과 풍부한 현지 자원을 보유한 장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관리합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차는 국가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인들의 손을 거쳐 생산됩니다. 즉 차의 종류에 관계없이 똑같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고 장인들을 통해 생산과 품질을 관리하여 차 구매를 쉽고 투명하게 바꾼 것입니다.

에스프레소와 흡사한 포장은 무려 500만 위안을 들여 제작한 것인데요. 깔끔한 디자인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샤오관차는 제품 출시부터 시대와 동떨어진 차 브랜드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매장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첫 매장 디자인에는 히데오 감바라(Hideo Kambara)가 참여했으며 2차 매장 디자인에는 애플의 디자이너인 코비(Tim Kobe)가 참여했습니다.

중국 차 업계에서는 차를 마시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된 희차와 샤오관차는 그런 노력들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죠. 간혹 이러한 노력들은 차의 본질을 해치는 행위라며 비판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많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 유무를 떠나 기업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일테니 말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있으니 이번 주말에는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차 한 잔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90后가 들려주는 중국 이야기] 시리즈

– 티몰 오프라인 마트 항저우 상륙…2017년, 1만 개 이상의 오프라인 마트 출시 예정
– 만년 2위 징동, 바이두와 손잡고 중국 이커머스 왕좌 노린다

– 신유통(新零售)은 혁신이 아닌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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