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익명의 스타트업 인턴 정그래님의 회고록입니다.

스타트업과 인턴, 둘 다 얼마나 파릇파릇한 단어란 말인가. 이 두 단어가 만나 “스타트업 인턴”. 왠지 정말 파릇파릇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회사의 젊은 연혁만큼이나 에너지 넘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의 인턴 정그래는 일상에, 그리고 커피에 찌들은, 조금은 퀭한, 파릇함을 느낄 새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 인턴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 인턴 정그래가 느낀 한 달간의 소회이자 스타트업의 장점이랄까?

 

# 스타트업 행사 참석 기회가 많다. – 특히 강남권!

일단 서울에만 해도 스타트업, 스타트업 관련 기관, 관련 행사가 수십 개는 된다. 게다가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블랙스튜디오 같은 공유 오피스가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관련 행사도 다양해지고, 질적으로도 참석해봄 직한 굵직한 행사들이 꽤 있다.

내가 참석해 본 행사들은 슈퍼루키스타트업 그라인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위워크등 에서 여는 행사나 각종 리쿠르팅, 밋업 정도이다. 대부분은 강남권에서 열렸다. 을지로 위워크에서도 종종 큰 행사가 열리지만, 경험상 주로 강남권에 굵직한 행사들이 포진되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하기도 하고, 다수의 벤처기업이 강남권에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외국계와 스타트업 채용 전문 기관인 슈퍼루키에서 열리는 행사 (@유오워크 강남점)
  • 스타트업 그라인드가 주최하는 매달 있는 인터뷰 세션 (@마루 180)
  • 스얼에서 여는 커피클럽, 런치클럽과 각종 스터디 및 강의(@선릉역 현대타워)
  • 위워크 행사(@위워크 강남, 삼성, 역삼역점)
  • 원티드 리크루팅 행사 (@위워크 강남, 삼성역점)
  • 디캠프 행사 (@선릉역)

 

대충 이 정도인데, 각종 개발자 혹은 직장인 밋업도 보통 강남역 인근에서 열리는 걸 보면 확실히 강남권에서는 행사 참여 기회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잘 찾아보면 최소 일주일에 2개 이상씩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임인 경우가 많아서 자신이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고 싶으면 이쪽 지역만큼 핫한 이슈와 정보가 넘치는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위워크나 패파의 경우에는 많은 스타트업이 실제 입주해있기 때문에 이미 뜬 핫플레이스다.

한국도 이제 그저 명함만 주고받는 네트워킹이 아니라 ‘진짜배기 네트워킹’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 같다. 자기 PR을 어떻게 할 것이냐, 엘리베이터 피칭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늘 고민하게 해주는 곳, 그곳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 스타트업에 몸을 담고 있는 자, 세상이 좁다는 것을 알게 될 지니!

물론 나의 경우에는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더 우연이 겹치는 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모든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는 경험을 수차례 하고 나서 ‘아….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구나(!?)’를 늘 다짐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다.

스타트업 업계는 뭐랄까…. 좁은 한국사회에서 더 좁은 느낌이랄까.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VC로부터, 혹은 소프트뱅크나 스파크 같은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은 바로 기사화되곤 하는데, 대부분의 그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나 떠오르는 기업들은 서로서로 아는 경우가 많다. 혹은 한 다리 건너 알거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기는 하지만,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 다녔던 행사와 일을 시작하며 알게 된 행사(2~3곳)를 몇 곳 다녀보니…. 행사 관계자와 기업 관계자가 서로를 알고 있다거나, 아니면 전 직장에서 일한 사람을 알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모두를 알고 있는 세상이 매우 좁게 느껴졌고, 한국도 이제 강력한 네트워킹 스페이스가 있음을 경험했다.

우리에게 쓸모없는 경험과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 모든 경험은 결국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 ‘현재의 위치에 충실하고 충만하게 지내야지’ 하고 매일같이 다짐하는 나란 정그래. 모든 점들은 연결될지니. (잡스의 선구안을 리스펙합니다)

 

# 문화 충전 필수 – 매거진 B를 추천합니다.

기사를 읽든, 게임을 하든, 비트코인을 하든, 전시회를 가든, 콘서트를 가든, 클러빙을 하든, 유튜브를 보든, 책을 읽든, 행사를 가든, 영화를 보든 뭐라도 하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느낀다.

자기 PR의 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려면 나 또한 자체적인 소스가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나라는 사람은 ‘무취향’이 취향인 사람이라서 항상 대화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취향에도 어쨌든 호와 불호는 있기 마련….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사람을 만나기에 앞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탐구와 (★po거창wer★) 문화적인 것을 접하는 기회를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 팟캐스트와 유튜브 동영상으로 그 문화 욕구를 해결하고 있다. 근데 온라인으로 얻는 소스와 오프라인으로 얻는 소스는 다르다. 이제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뭐가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날도 풀리니까 전시나 사진전, 공연도 다니면서 문화 충전 좀 해야 할 듯싶음.

+ 잡지도 좋은 소스다. 꾸준히 구독할 수 있는 잡지를 하나 추천해보면 월간지인 매거진 B를 꼭 추천하고 싶다. 매거진 B는 매달 브랜드를 하나씩 선정해 깊게 파고들어 기사로 풀어낸다. 요즘 내가 가장 애정하면서 재미있게 보고 듣고 있는 잡지 중 하나다.

매거진 B에서 선정하는 브랜드로는 위워크(WeWork), 넷플릭스(Netflix), 에어비앤비(airbnb), 무지(MUJI) 같은 브랜드들이 있는데, 되게 재밌다. 이렇게 브랜드 이야기를 담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포틀랜드라는 도시 자체를 브랜드화하여 잡지로 발간한 ‘포틀랜드 호’도 있다. 도시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브랜드의 경계를 허무는 매거진 B의 통찰. 아주 칭찬해!

매거진 B는 사람들이 널리 알고 있는듯 하지만 그 기업이 실제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어설프게 아는, 그러나 흥미로운! 그런 기업들을 심층 취재하는 잡지다. 잡지를 구독하기 어렵다면 B 캐스트라도 듣는 것을 아주 강력히 추천한다. 일반적인 오디오북 못지않은 고급 정보들을 알려준다. 가수 박지윤과 발행인 조수용 대표가 메인 토커로 나오는데 둘 다 목소리도 좋아서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번 스타트업 근무일지는 ‘익명’입니다.

 

# VC 포트폴리오사와의 교류 – 적극 참여하기.

지금 인턴십을 하는 프로그램이 소프트뱅크라는 벤처투자사와 연계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내에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다른 회사에 입사한 동기들이 있다. 동기들이 다니는 곳들은 우리 회사처럼 소프트뱅크의 포트폴리오사인 동시에, 함께 성장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서로 다니는 회사의 분야나 직무는 다르지만 토요일마다 만나서 미니 스타트업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포트폴리오사의 대표와 만나 강의를 듣기도 하는 등 생산적인 주말을 보내고 있다. 데이팅앱을 서비스하는 곳,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웹/앱 서비스를 하는 곳, 영어 강의 서비스를 만드는 곳, 인도 시장으로 진출한 스타트업 등…. 우리는 매주 만나 각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일은 어떤지를 공유한다.

이 프로그램의 선배 기수와도 교류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를 만나 챗봇에 관한 강의를 들었고, 그 전날에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이 외에도, 포트폴리오사 마케터들을 모아 주말마다 진행하는 스터디에 곧 참여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 – 회바회, but 우리 회사는 True!

  • 수평적인가? 

우리 회사는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팀장과 대표도 모두 직함 없이 이름으로만 부르고, 통성명도 영어 이름으로만 해서 나 같은 경우 본명을 아예 모르는 분도 간혹 있다. 그래서 회사에 택배가 본명으로 오면 ‘이것은 누구에게 온 것일까…?’ 하며 다른 사람에게 물어 전달하곤 했었다. 지금은 차차 본명도 알아가고 있지만, 영어 이름을 부르며 직급이나 나이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확실히 맞는 것 같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격식이 없기도 하고. 대표님과도 편하게 이름을 부르며 지낸다. 호칭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격식이 없고 편하다는 점이 아주 좋음. *단, 이것은 회사마다 케바케라고 들었다.

 

  • 근무 시간은 유연한가?

근무시간은 보통 10시부터 저녁 7시인데 약간은 유연한 편이다. 야근을 종용하는 분위기도 전~혀 아닐 뿐더러, “놀 땐 놀고 일할 때는 일하자!” 분위기라서 오히려 정시 퇴근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팀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다. (팀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다르기 때문) 야근을 한다면 택시비나 야근 식대는 당연히 나온다. 한 달에 한 번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OO데이’가 있어 3시간 일찍 퇴근할 수도 있음. 개인이 업무와 책임을 다한다면 눈치 안 보고 사용할 수 있다.

연차나 휴가 사용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나는 안 써봐서 알 수 없지만,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그렇다) 다른 회사에 비교해 점심시간도 길다. 밥 먹고 은행 갔다 와도 되고 커피 한잔해도 되고. 심지어 게임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조이스틱이 있는 회사? PS4 있는 회사? 월간 게이머즈가 늘 비치된 회사? 네, 한국에도 있습니다.

 

  • 조직 분위기는 어떤가?

확실히 사람마다 개성이 강하다. 근무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각자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개인적으론 크게 느껴진다. 각 캐릭터가 모여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 관심사도 다양하고 배울 수 있는 점도 많다. 소규모 운동 동아리나 독서 모임 같은 것도 있다. 도서비도 지원되고 (인턴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점이 아쉽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강의나 컨퍼런스에 참여할 때 관련 비용도 회사 차원에서 지원이 된다고 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최근에는 오피스펫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설문조사를 완료했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다. 과반수 찬성이거나 만장일치 찬성일 경우, 아마 사무실에 반려동물들도 가끔 놀러 올 것 같다!

어쨌든 포인트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분위기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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