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팀원들과의 오프라인 교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리모트워크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리모트워크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리모트워크를 떨어져서 일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한 달간의 고립(?)을 통해 리모트워크가 단순히 떨어져서 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일을 통해 결과를 내야하고, 서로 원활하게 업무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도전할 수는 있겠지만 성공하기는 분명 까다로운 제도다. 그래서 리모트워크는 제도와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우리는 유연출퇴근제도와 자율적인 업무방식을 운영 중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리모트워크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았음에도, 지속적인 제도와 프로세스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사실, 아예 만날 수 없지는 않다. 왕복 10만원의 비행기 삯과 세시간(*숙소에서 공항까지 30분, 대기시간 30분, 비행시간 1시간, 공항에서 사무실까지 1시간 + 연착 O시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언제든지 사무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실제로 함께 제주다움에 참가한 타사 대표님의 경우, 서울에서의 오프라인 일정이 있으실때는 자유롭게 오가셨다. 물론 몸살이 걸리셨지만 실제 시간의 소요가 상당하다.

그리고 피곤하다. 여기서의 피곤함은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시간을 투자해 이 일을 처리하였으니 더 이상 나에게 일을 주지마시오’라는 뜻이 아니라 순수한 체력적 피곤함이다. 이 피곤함은 우리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업무 효율을 낮춘다.

그래서 현실업무가 아닌 랜선업무만 해야 할 때는 현실만남이 필요하지 않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디테일하게 다듬어야 한다. 최근 업데이트 된 플링크의 업무방식은 제주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 플링크의 인사이드 아웃, STATUS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감정이 라일리라는 캐릭터를 표현한다. 빙봉 죽을 때 입틀막한 1인. 플링크에서는 Status라는 감정이 ‘나’라는 캐릭터의 상태를 표현한다.

업무시간아님, 집중업무중, 업무대화가능, 쉬는시간, 휴가중. 이 다섯가지 Status를 통해 우리는 별도의 공간에서도 팀원들의 상태를 인지하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장면

 

네, 팀장님 회식이요? 오늘 금요일인데 

기본적으로 업무 종료후에는 업무시간아님으로 업무를 시작할 때는 업무대화가능이나 집중업무중으로 상태를 변경한 후 일을 시작한다. 그럼 우리는 별도의 공간에서도 상대방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팀원을 만날 수 없는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로써는 현재 나의 상태가 어떻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상대방의 상태를 알아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기 때문에 Status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자신의 상태를 표기하는 것은 업무효율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다. 가령 집중했을 때는 2시간이면 끝날 업무가 메일, 메신저, 대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5시간 ~ 6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보통 갑작스러운 회의, 업무지시 등이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는 집중근무시간제라는 이름으로 직원의 업무효율성을 위와 같은 방식을 통해 높이고자 한다. 우리는 집중업무중이라는 Status를 통해 리모트워크 환경에서도 자율적인 집중근무시간제를 사용하고 있다.

 

2. Hello 주렁봇

매일 오후 12시, ‘안녕’이라며 내게 말을 거는 친구가 있다. 집착도 이 정도면 병인데. 그 녀석은 바로 ‘주렁봇’, 플링크에서 금일 업무 기록 및 명일 업무 취합을 맡고 있는 녀석이다.

‘보고’는 오프라인 업무에서 ‘근무시간’과 함게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고 ‘보고’함으로서 직장인의 업무는 그 수명을 마감한다. 우리는 이러한 오프라인의 보고를 온라인에서 대체하고자 Standuply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도 활용하던 주렁봇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용방법에 있어서 업데이트를 했다. 내일 할 일에 대해서만 미리 얘기하던 것이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함께 얘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계획에 대한 점검과 향후 계획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구구절절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팀원들의 일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3. Thread의 재발견

템빨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가끔 존야를 들고도 끔살 당하는 브실골이기 때문에 템빨은 장비빨이 아닌 사용법이라는 말에 절실히 동감한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메신저로 Slack을 사용한다. Slack은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하는 점, 다양한 07앱과의 연동이 가능한 점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본연의 기능만으로도 훌륭한 서비스다.(라고 제주다움에 함께 참여한 친구에게 얘길 했더니, 끝없이 울리는 알람과 야근 때문에 쳐다도 보기 싫다고…) 그 중 Thread는 슬랙 기능의 꽃이라고 할 만큼 유용한 기능이다. 일반적인 회사의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출처’가 사라지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찍어 기록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임은 물론이고 가끔은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놈)들도 있다. 하지만 Thread를 활용하면 하나의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기록하며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42건의 금싸라기 같은 코멘트들

실제 제주에서 홈페이지 기획이나 회사 소개서와 같이 여러 이해당사자가 얽혀있는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Thread로 의견을 묶어서 기록 및 관리할 수 있어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4. 전화 그리고 페이지콜

전화는 여전히 좋은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사람에게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은 텍스트가 제공하는 것과 비할바가 아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메시지가 보편화 된 현대에서는 백 번의 카톡보다 한 통의 전화가 중요하다는 말도 곧 나올 것 같다. 오프라인 만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화는 매우 유용했고, 페이지콜 또한 유용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겠지만 업무로 논의하는 사항들에는 흐름이 존재한다. 이 흐름을 제대로 짚었을 때,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단축시키며 효율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는 서로 답답함을 느낀다. 페이지콜은 시각적으로 흐름을 짚으며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예상했던 회의시간보다 적은 시간안에 회의를 끝낼 수 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체류존에서 함께 일한 사진작가님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걸 보더니, 클라이언트와 사진 보정에 대해 얘기하거나 온라인 사진 과외를 하는데 써보고 싶다고 얘길했다. 기술 활용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5. 고마워요. Communication & 필독공지사항

미시적인 이슈와 별개로 거시적으로 공유되는 이슈는 Communication과 필독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 공유에 무던한 성격임에도 팀원들의 배려 덕에 별도의 공간에서도 회사에 소속되어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플링크의 공지사항은 ‘추석 선물 보내드립니다’와 같은 일반적인 회사의 공지사항과 달리 실질적인 업무와 관련성이 높다. 제품 제작 단계와 QA 일정, 세부 정책 변경 등 ‘닫기’를 누르고 넘어 갈 내용이 아니라 꼭 알아야하는 내용이다. 이 Slack 채널 덕분에 회사의 거시적인 이슈에 대해서 인지하며 일할 수 있었다. Communication을 통해서는 팀원들의 다양한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에서의 리모트워크는 쉽지 않았다. 마치 정착 초기에는 업무가 무지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우리가 자율적인 업무를 지향하기 때문인데 떠나기 전에는 그러한 느낌을 받을 줄 생각해보지 못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대인관계의 단절이었다. 활발하게 사교활동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만날 사람이 있는데 만나지 않는 것’과 ‘만날 사람조차 없는 것’은 분명 달랐다. 그래도 제주에서의 업무경험은 나를 방해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청정한 시간이었다. (꽤 괜찮아보였는지 지원하겠다는 개발자 친구들도 생겼다.) 한 달의 경험을 바탕이 앞으로 리모트워크를 하는데 큰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길효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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