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요 

능숙하게 연단에 오른 연사는 ‘세상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며 천연덕스럽게 강연을 이끌어갔다. 하지만 이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성탄 분위기가 가득한 수요일 저녁, 연말 준비로 한창 바쁠 시즌에 ‘디지털 노마드’라는, 아직 생소한 이야기가 펼쳐질 강연장은 빈자리 하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찼다. 이곳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 이은지. 그녀는 자신을 제주 – 뉴욕을 다녀온, 그리고 곧 태국으로 떠날 디지털 노마드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했다.

은지님은 페이스북 팔로워가 4천명이 넘는 유명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디지털노마드나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은지님의 디지털노마드 in 뉴욕, 프리랜서의 시대가 온다를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은지님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걸까?

 

 

디지털노마드 프로젝트

보통 디지털노마드는 노트북만 갖고 전세계 어느든 떠나 여행하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프리랜서가 많지만 대부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은지님은 매년 1년에 1달, 원하는 도시에 사는 프로젝트를 하며 디지털노마드가 된다.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콘텐츠를 통해서 말이다. 단순히 콘텐츠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도시를 주제로 제안서를 작성해 클라이언트를 찾고, 지원을 받으며 여행을 준비한다. 간절히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것. 그녀는 수 많은 사람의 잊혀버린 꿈을 살고 있다. 왜 프로젝트를 하냐는 질문에 여행 자체가 의미있었으면 좋겠고,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닌 마  케터 혹은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행보를 걷고 싶다는 답변은 ‘진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콘텐츠를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짓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콘텐츠는 돈이 안된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공짜로 즐겨도, 무겁고 도움이 되는 콘텐츠는 책으로 아무리 써서 내도 잘 안팔린다. 책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서 정말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PUBLY나 아웃스탠딩, 북 저널리즘도 한 편의 글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콘텐츠의 가치가 읽는 시간만큼도 대우받기 어려운 곳이 우리나라다. 그런 한국에서 크리에이터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지간한 뚝심으로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은지님은 분명 대한민국 크리에이터로 살고 계셨다. 멋진 사람.

 

첫번째 프로젝트 : 제주

은지님의 첫번째 한달살이 프로젝트 지역은 제주였다. 올 여름 제주 한달살이를 해봤지만, 나는 제주도를 사무실로 썼다. 하지만 은지님은 제주도를 여행과 콘텐츠로 꽉꽉 채웠다. 온전히 여기 사용된 시간은 총 6개월! 여행 전 준비와 섭외, 여행 후 콘텐츠 생산까지 정말 6개월을 불태우셨더라.

은지님은 한달이라는 여행기간 뿐만 아니라 앞뒤로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온 후기를 남기는 모든 스토리가 사람들에게는 콘텐츠라고 얘기했다. 진정한 크리에이터의 마인드란 이게 아닐까. 촬영날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고, 여행 마지막 2주는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그야말로 다이나믹한 30일을 보내셨더라.

 

첫번째 회고

보통 우리는 성취한 사람을 볼 때, 결과 자체 또는 시작한 동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처럼, 혹은 그 사람에게서 뭔가를 배우고 싶다면 과정 또는 회고를 잘 봐야한다. 은지님의 회고를 요약하자면 ‘욕심’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하고싶은 마음에 정말 많은 지원을 받았고(호텔만 25곳을 돌아다녔다니셨다고), 그만큼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야했다. 여기에 다양한 채널에 올리고 싶은 욕심까지 생기면서 30일 제주 한달살이가 아니라 30일짜리 제주도 출장이었다는 천국과 지옥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총평을 내려주셨다.

 

두번째 프로젝트 : 뉴욕

진짜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가 제주도 한달 출장이었나. 돌아본 뒤 몇가지 원칙을 세우고 두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번째는 메인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행의 컨셉과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것이었다. 그래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뉴욕의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 및 스토리를 느낄 수 있는 컨셉의 콘텐츠를 만들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낮일 밤놀 . 업무와 삶을 구분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본 은지님의 뉴욕 라이프보다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는 더 멋졌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큰 꿈을 꾸고있는 뉴욕의 청년들, 영어실력과 상관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은지님과 고운님, 그 외에도 뉴욕같은 다양한 스토리들. 비록 다녀오신 후 3달 동안 콘텐츠 공장이 되어 콘텐츠를 찍어내야했지만, 받은 돈보다 쓴 돈이 많아 외주를 해야했지만, 감정의 진폭이 커져 슬플 때도 있었지만! 은지님의 두번째 프로젝트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어떤 것’이 있었다.

 

세번째 프로젝트 : 치앙마이

그리고 3번째 프로젝트. 지역은 치앙마이. 스폰은 NO! JUST ENJOY. 그지… 이게 디지털노마드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즐겁게 놀고 오셨으면 했다.

 

 

나만의 프로젝트 작성법 

이번 강의의 백미는 나만의 프로젝트 작성법이었다. 은지님의 노하우가 모두 모인 정수와도 같은 것! (하지만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 시작은 나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TIP 1. 체크리스트

1.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2.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3. 내가 어떤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4. 나의 지원자는 어떤 관심사를 갖고있는가

5. 일을 주는 사람은 결국 나를 아는 사람이다

 

TIP 2. 플랜을 잘 세워라

1. 프로세스와 미션완수를 보여줘라

2. 결과보다는 과정을 공유하라

3. 플랜을 짜고 공유해라

 

TIP 3. 파트너

1. 나의 지원자가 어떤 가치를 얻을지 생각하라

2. 나의 지원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있는지 생각하라

3. 그 고민을 내가 어떻게 해결해줄지 생각하라

 

TIP 4. 제안서

1. 컨셉과 목표를 정하라

2. 지원자의 이야기를 제안서에 녹여라

3. 지원자가 얻는 것을 명확히 써라

4. 분석하고 인터뷰하라

5. 나를 어떻게 노출시킬지도 중요하다

 

TIP 5. 기록

1. 모든 것을 기록하라

2. 모든 것이 콘텐츠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마케터보다 크리에이터가 더 잘 어울리는 은지님의 디지털노마딩은 나와 전혀 다른 서사를 갖고 있다. 나는 내가 편한 공간을 찾고 적응하는데 집중한다면, 은지님은 장소 자체를 위해 떠난다.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 한국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은 그녀의 열망이 그녀만의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치열함을 너스레 떨며 소개한 은지님, 나, 참가자 분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하고싶은 것 다하고 살아도 아무탈 없이 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최길효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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