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양준일 편을 보고 느낀 점 

 

 

슈가맨에 양준일이 출연했다. 중년이 된 양준일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초에 가요계에 등장한 양준일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호감보다는 불호감에 가까웠던 것 같다. 너무 새롭고 낯설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느낌? 당시 이름은 모범생처럼 준수했지만,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갬성의 양준일… 어쨌든 그 무렵의 초등학생이라면 ‘나의 사랑 리베카~’를 외치며 낯선 차림새로 무대를 가로지르던 양준일의 모습을 한 번쯤은 TV에서 만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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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셔츠 무엇?

 

하지만, 호불호가 아주 명확하게 갈렸던 양준일의 모습은 얼마 뒤, TV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묘한 매력에 이끌려 ‘나의 사랑 리베카~’를 흥얼거렸던 사람들도, 어느새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을 따라 부르며 서태지에 환호했다. 그렇게 양준일은 자연스럽게 사람들로부터 잊혀졌던 것 같다.

 

 

온라인 탑골공원에 등장한 밀레니얼과 Gen-Z

 

올 하반기에 이슈가 된 유튜브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90년대 가요 프로그램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유튜브 스트리밍 방송 시험 차원에서 내보낸 90년대의 SBS 인기가요, KBS 가요톱텐 등 과거 가요 프로그램 영상이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면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은 지난달 초부터 1990∼2000년대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 스트리밍 했다. 24시간 스트리밍 기술을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2007년 개설한 이 채널은 원래 구독자 6만 명에 광고수입은 연 50만 원쯤 되는, 사실상 ‘죽은 채널’이었다.

스트리밍 접속자 수는 초창기엔 5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점점 누리꾼 사이에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달 28일 방송에선 2만 명이 동시에 몰리며 ‘대박’이 났다. 10일 기준 채널 구독자도 벌써 16만 명. 시청자들이 붙인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도 이때 생겨났다. SBS 관계자는 “내년 SBS 출범 30주년을 맞아 MC 인사말이나 유승준, 컨츄리꼬꼬 등 논란인 가수는 편집하고 공연 위주의 콘텐츠를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가감 없이 보여주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은 이들은 주로 밀레니엄 시대를 추억하는 30, 40대. 호기심으로 무장한 10, 20대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 기사 중에서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은 사람들 중에 10대와 20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영상을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 부분은 조금 짚어 볼 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0대와 40대의 경우 90년대의 영상을 ‘추억’의 관점에서 소비하겠지만, 10대와 20대의 경우 ‘추억’이 아닌 일종의 ‘아카이브’ 형태의 데이터를 소비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10대와 20대의 눈에 비친 90년대의 영상은 어떤 느낌으로 해석될지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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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 모습엔 납중독 드립 <출처: 인터넷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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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에겐기도 아이콘 드립 <출처:인터넷커뮤니티>

 

 


Gen-Z , 양준일을 탑골 GD로 만들다


양준일이 온라인 탑골공원의 GD로 다시 부활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은 10대와 20대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30대와 40대의 경우, 이미 저장된 과거의 기억과 감각을 기반으로 90년대의 영상을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10대와 20대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당시의 영상과 얽혀 있는 직접적인 경험과 감각이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들은 보다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의 레이더에 양준일 걸렸던 것이다.

 

 

“뭔가, 혼자서만
비주얼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의상과 몸짓이 주는 느낌이
당시 영상 속의 사람들과 확연히 다르다.
당시 영상 속의 양준일이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 소환된다고 해도
충분히 힙할 것 같다.”

 


젊은 세대의 대부분이 양준일의 과거 영상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어쨌든, 지금 봐도 힙한 양준일은 당시에 얼마나 다른 존재였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실제 당시 양준일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보면, MC들이 양준일을 소개할 때 반복해서 ‘예쁘게 생긴’, ‘예쁜’이라는 표현을 쓴다. ‘힙하다’라는 표현조차 없던 당시에 양준일은 ‘예쁜’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뭐라 표현할 단어가 없을 만큼 색다른 존재가 아니었을까?

 

 

중년의 양준일, 여전히 색다른 존재


온라인 탑골공원의 GD가 된 양준일이 슈가맨에 출연했다. 중년이 되어 나타난 양준일의 외모에서 과거의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중년의 모습으로 부르는 ‘리베카’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양준일이 프로그램에서 직접 들려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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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계획을 안 세워요.
그냥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면 되니까
계획이 있다면 겸손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것”

 


한국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중년의 양준일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색다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그가 그의 바람대로 나이 들어갈 수 있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조금은 색다른 존재로 남아주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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