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 편집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 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무사히 잘 신청하셨나요? 오늘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안 건너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확장 소식에 대해서 간단히 써보려 합니다. 유통공룡이라 불리는 롯데, 신세계, 현대 중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현대입니다. 그런데 보수적이긴 하지만 끝없이 보수적이진 않고, 지를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확실하다 정도가 더 적당해 보입니다.

 

 

 

남들 다 할 때도 일단 기다리기

 

신세계가 이마트를 시작하고, 롯데가 롯데마트로 확장하면서 백화점 상위 3사 중 2개 업체가 할인점에 진출했지만, 유일하게 현대만 할인점이 없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현대백화점 그룹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 평가가 있지만, 현대백화점 그룹은 새로운 시장에 먼저 진출하지 않고 확실하게 수익이 확보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진출합니다. 당연히 할인점도 초기 신세계, 롯데의 확장 시점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다가 할인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완전히 자리를 잡아갈 때 다각도로 진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당연히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가는 만큼 보통 자체적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제휴, M&A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까르푸와 월마트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인수에 실패했죠. 이후 자체적인 할인점 진출 전략을 고민하였지만 결국 진출하지는 안? 못했습니다.

또 이커머스 분야에서도 롯데와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해서 경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손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입니다. 시장에 늦게 들어가는 만큼 강력한 플레이어처럼 움직이는 걸 선호하죠. 보통, 소위 말하는 시장의 최상위 업체와 제휴하는 것은 어렵지만 현대백화점이 가진 브랜드파워로 제휴는 그리 어렵지 않게 (밖에서 보기엔) 이뤄냅니다. 그 결과물이 작년 백화점 3사 중 최초로 쿠팡에 입점한 것입니다. 여러모로 현대도 이제는 이커머스에서 무언가 움직임일 때라는 예상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을 인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쿠팡에 입점을 해버립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쿠팡, 11번가 등과 직접 경쟁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보다는 채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죠. 물론 자체 H 몰이 있기도 하고 오프라인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나쁜 선택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중 아웃렛 사업도 동일한 전략입니다. 신세계와 롯데가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을 열심히 만들어 주고 난 이후에 현대도 프리미엄 아웃렛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따로 제휴를 하거나 인수하지 않고 직접 했습니다. 현대 입장에서 오프라인은 어쨌든 강점이 있고, 어디를 인수하거나 롯데나 신세계와 제휴를 할 순 없으니까요.

면세점도 롯데와 신세계가 열심히 돈을 벌 때에는 진출하지 않다가 뒤늦게 뛰어들어서 공항 면세점까지 진출했는데, 현재는 코로나로 아주 좋지 못한 상황이긴 해 보입니다.

 

요약하면, 현대는 결국 경쟁업체들이 진출한 유통업태에 다 진출하긴 합니다. 다만, 시장이 정리되고(규모, 경쟁상황 등) 이후에도 수익 확보가 가능해 보이는 영역이라면 말이죠.

 

 

 

모아둔 돈 한방에 지르기

 

그럼 계속 웅크리고만 있나?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운영하는 업체들은 수익을 열심히 챙깁니다. 이렇게 챙긴 수익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몰아서 쓰죠. 외환위기와 10여 년 전 금융위기 때도 열심히 M&A를 진행했습니다.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패션업체 한섬과 리바트를 인수합니다. 온라인에서 출혈 경쟁하는 경쟁사를 따라가는 대신 의식주 생활과 밀접한 기업들을 인수합니다. 위에도 말했듯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인수한 이후 기업들의 이미지도 고급화되기 때문에 현대 입장에서는 효과가 2배 이상 난다고 보면 됩니다.

 

 

친절한 현대홈쇼핑 IR 자료 중 발췌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절대적 매장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고, 주로 인수합병을 통해서 진출합니다. 초대형 매장들은 직접 지은 경우가 많지만, 꽤나 많은 매장들은 인수한 매장입니다. 열심히 모아서 남들이 힘들어할 때 확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쓰고 있죠.

 

 

현대백화점 IR 자료

 

아웃렛도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시티 아웃렛부터 해서 프리미엄 아웃렛을 동시다발적으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현대 아웃렛의 위엄은 김현아, 송현아 두 개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벽 배송과 화장품 진출

 

현대가 새벽 배송을 안 했던 것 아니지만, 기존에는 마감시간이 8시여서 그렇게 이슈가 되진 않았었죠. 이번에! 현대백화점 식품관 제품을 새벽 배송으로 판매하는 ‘현대 식품관 투 홈’을 론칭할 예정입니다. ‘현대 식품관을 그냥 집으로 보내주겠다.’라는 콘셉트입니다. 역시나 서울, 수도권을 기준으로 시작합니다. 향후 전국 확장을 할지는 봐야겠지만, 백화점 배송 반경을 고려해서 백화점이 출점 한 곳에서는 확장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충분히 검증하고 수익이 확보되는지 보고서 확장하겠지만 말이죠.

현대가 새벽 배송에 공식적으로 뛰어 들었다는 것은 위에 지루하게 써 놨듯이, 새벽 배송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열심히 각을 재는 현대가 새벽 배송에 들어온 걸 보면 말이죠. 23시까지 주문을 받아서 보내준다고 하는데, 대략 형태는 일반적인 새벽 배송과 유사해 보입니다. 현대백화점 매장에서도 일부 준비하겠지만 당연히 별도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관련 기사 중간에 쓱 붙어 있긴 하지만,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식당가 음식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합니다!

 

새벽 배송뿐 아니라 음식 배달까지?

 

대부분의 기사 제목이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 진출’로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안 갈 수 있지만 백화점 식당가 음식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한다는 건 여러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현대 백화점 식당가에만 입점한 음식점들도 있고, 코로나 이후 현재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식사 시간에 백화점 식당가는 항상 만석인 만큼 백화점 인근에 있는 고객들에게는 나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매장 내 주문과 배달 주문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는 봐야겠죠. 애초에 배달에 대해서는 전혀 설계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진 매장들인 만큼 어떻게 할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부분 백화점 식당가는 최고층 또는 적어도 상층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달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만들어 놓으면 배달기사가 백화점 꼭대기까지 가서 픽업을 해서, 다시 내려와서! 배달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꽤 걸려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백화점 엘리베이터 타기가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배달음식을 들고 다시 나오면서 고객 동선과 겹칠 텐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또한 관건이겠습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끝났으니 진행하는 것으로 예상되긴 합니다. 이러다가 ‘현대백화점, 음식 배달업에 본격 진출!’ 이런 기사를 보는 건 아니겠죠?

화장품 사업분야 진출은 현대가 인수한 한섬을 통해 프리미엄 화장품을 론칭한다고 합니다. 계열사에서 하는 거니 현대백화점이라고 쓰기에는 조금 애매하기도 하지만, 직접 소유한 부분이니 우겨봅니다. 패션기업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는 것은 소호 패션 시장에서 인플루언서의 인기, 팬덤을 기반으로 화장품으로 확장하는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역시나 검증된 프로세스로 가는 거죠. 옷과 화장품 분리하기는 애매합니다. 옷에 맞는 화장을 해줘야 하고, 화장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만큼 전체 매칭 부분에서 패션기업이 화장품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전혀 다른 사업영역을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겠죠. 아마도 바라보는 방향은 신세계인터내셔널 일 것 같은데…

 

 

 

현대는 라스트 무버가 될까? 미들 팔로어에 머무를까?

 

굳이 말을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전체적은 운영을 보면 어떤 경우에도 시장에 먼저 진입해서 테스트를 하는 퍼스트 무버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바로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어도 아니죠.

제가 어설픈 콩클리쉬로 대충 써본 건 미들 팔로어입니다. 어느 정도 시장이 무르익고 돈이 보이는 시점에 현대가 진출합니다. 대부분 확실한 수익이 보이는 상황에 들어가죠. 그렇다고 끝물에 굳이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미들 팔로워라고 써봤습니다. 영어로 어찌 표현하는 게 더 느낌이 올지 의견 주십시오.

그러나 현대가 원하는 건 라스트 무버 아니겠습니까? 충분히 성숙한 시장에 자체 브랜드파워와 사전 계획에 따라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서 자리를 딱 잡는! 의도대로 될지 아니면 어설픈 시점에 어설프게 들어가는 미들 팔로어 모양새가 될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