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12년째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매년 집필한 김난도 교수의 <마켓컬리 인사이트> 책을 선정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를 간결하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소중한 분들께 선물을 받은 책이다. (꼭 깊이 있게 읽어보고 싶었다)

2. 언택트 비즈니스가 중요해지면서 전반적인 산업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3. 평소 마켓컬리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책은 총 5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Keeping Customer Values
고객: 고객 가치를 향한 집념

PART 2. Utmost Suppliers’ Interests
공급사: 공급사와의 지속 가능한 협력

PART 3. Realizing Detail Management
운영 프로세스: 디테일 경영 실현

PART 4. Last Fit Maximization
라스트핏: 고객의 마지막 경험 극대화

PART 5. Yield to Autonomous Synergy

조직문화 : 자율적 시너지 조직

 

 

 

미친 듯이 고객가치에 집착하는 마켓컬리

 

파트1로 고객을 선정할 만큼 마켓컬리는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들을 지속하고 있다. 새벽 배송도 ‘고객이 가장 확실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 시간대는 언제일까?’ 하는 질문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여 가능할 수 있었다. 

마켓컬리가 타겟으로 잡은 고객은 좋은 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켓컬리는 기존 대형마트 고객보다 좁은 타겟으로 밀고 나갔다. 마켓컬리는 타겟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고객이 원한다‘라는 이유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와 김난도 교수의 대담에서도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김슬아 대표는 마켓컬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을 아래와 같이 답했다. 

 

 

“저는 VOC를 읽는 사람입니다.”

 

 

많은 회사와 대표들이 고객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고객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마켓컬리는 VOC 개선을 뒷단의 업무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각 파트 업무에 녹여내는 것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급사와 함께 성장하고 로열티를 가져다주는 것

 

파트 2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상품 경쟁력으로 공급사를 관리하고 있다. 책에서는 좋은 상품을 들여놓기 위한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퀄리티가 우수한 상품을 찾기 위해 MD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농가를 찾아다니고 심지어 희귀템을 찾아 샌프란시스코까지 간다.  

 

 

유명 공급사를 입점시키기 위해 사장님께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매장 바닥을 청소하는 영업 전략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입점하는 상품의 포장 법을 개선하고 마켓컬리의 기준에 맞지 않는 첨가물을 뺄 수 있도록 설득했다. 이런 상황이 낯설고 불편한 공급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제는 개선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추세이며 오히려 마켓컬리에 입점되는 것 자체에 로열티를 붙일 수 있는 정도. 

 

 

“당연히 마켓컬리랑 하면 빡빡하죠. 그런데 상품 퀄리티 외에 다른 부분은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수술하는 수준으로 살펴보는 마켓컬리의 상품위원회

 

마켓컬리는 매주 입점 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회의를 통해 제품을 심사한다. MD팀, 에디터, 프로모션 마케팅 담당자, 물류센터 검품 담당자, 김슬아 대표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70여 가지의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을 1차적으로 고르고 모든 제품을 맛보고 평가한다. (심지어 반려동물 상품 중에서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상품은 안전하게 먹어보며 검증을 한다)

 

마켓컬리 ‘컬리의 품질 기준’

 

상품위원회에 여러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사결정을 하며 품질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 제품의 맛을 글로 작성하는 에디터, 제품 포인트를 파악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디자이너와 마케터에게도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두고 8주 이상 회의한 적도 있다니 얼마나 치열한 자리인지 벌써부터 상상이 된다. 

또 책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아차-싶었던 문단도 있었다. 마켓컬리는 똑같은 사과라도 A스펙과 B스펙을 동시에 같은 가격으로 팔면서 고객 반응을 끊임없이 테스트한다. ‘어제의 최적화가 오늘의 비효율‘이 되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특정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알고리즘 유용성을 검증하고 진화시켜 나간다. 

 

 

마켓컬리의 Last Fit은 고객이 박스를 처리하는 과정까지

 

초창기 마켓컬리를 사용해본 고객들을 알겠지만 계란 하나만 주문해도 스티로폼으로 꽉 찬 큰 박스 하나가 배송되어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지속해서 이야기가 나왔고, 마켓컬리는 2019년 9월부터 모든 샛별배송에 올페이퍼 종이 포장재를 사용한다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유통사로는 드물게 생산자, 고객, 플랫폼이 하나가 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마켓컬리 박스를 다음 주문할 때 집 밖에 놓아두면 최대 4개 박스까지 수거해간다. 이 또한 소비자가 마켓컬리를 사용하고 박스를 처리하는 과정까지 고객 관점으로 파악하여 똑똑하게 리텐션을 유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켓컬리 올페이퍼

 

 

 

마켓컬리만이 가능한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있다

 

마켓컬리는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와 날씨 데이터 등 여러 변수가 되는 데이터를 쌓고 있다. 데이터만 전문으로 분석하는 이 팀의 이름은 데이터 농장팀이다. 고객이 어떤 경로로 유입됐으며 정확한 수요/판매 예측, 주문 처리와 배송 과정, VOC 분석 등 전체적인 데이터 흐름을 관리한다. 책에서는 데이터농장팀을 조직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신경계와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나는 데이터농장팀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데이터 분석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쌓고 발견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쌓을 것인지, 그 데이터가 유효한 시점에서 잘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농장팀은 초창기에 MD팀과 물류팀 등 회사 내부를 돌아나니며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데이터를 하나하나 수집했다고 한다. (그래서 팀 이름이 데이터농장팀이다) 

 

마켓컬리

 

예를 들어 재고가 많이 남은 상품이 있다면 재고 알람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할인 프로모션을 결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얼마만큼의 할인율이 적합한지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 할인율과 관련된 데이터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이터농장팀. 내가 앞으로 데이터 역량을 충분히 쌓고 나면, 언젠간 데이터농장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이다. 

그만큼 마켓컬리의 신경계와 같은 데이터 자체가 마켓컬리의 핵심 역량이고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마켓컬리의 가치가 아닐까? 

 

 

 

마켓컬리의 Scale up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 멤버분이 김슬아 대표를 직접 만날 일이 있다면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상품을 구축하고 최고 매출을 달성하였으니, 앞으로의 마켓컬리는 어떤 Scale up을 할 것인가? 김난도 교수와 김슬아 대표의 대담 부분인 p.282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로서는 배송 지역을 수도권 너머로 확장할 계획은 없습니다. 카테고리를 넓힌다거나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많은 제품/서비스들은 서울, 경기에서 시작하고 전국 지역으로 확장하여 매출을 올리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마켓컬리 정도 되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역으로 확장해도 성공할 것 같은데, 당분간 계획이 없다는 김슬아 대표의 결정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님

 

마켓컬리가 크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는 점유율이 높지 않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한다. 또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 수도권을 먼저 장악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고객에게 먼저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 한다. 내실을 단단히 다지고 사람들이 그 가치를 사랑해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로열티를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 마켓컬리의 관점과 지향점이 이 부분에서 전부 설명이 됐다. 

(전국으로 확장하는 서비스를 비판하는 건 절대 아니다. 비즈니스마다 전국으로 확장해야 하는 시기와 제품이나 서비스마다 다를 것 같다. 

마켓컬리의 경우는 서울, 경기권에서 좋은 상품만 선별하여 고객 관점으로 서비스가 충분히 단단해진 다음 지방으로 확장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은 서울, 경기 인구 밀집도가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경기 지역 사람들이 모두가 알고 사랑하는 브랜드라면 지역 확장은 조금 늦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명의 고객이 100만큼 사랑하는 것과, 10명의 고객이 50만큼 사랑하는 브랜드라면 나는 전자의 브랜드를 택할 것이다) 

 


 

고객, 공급사, 운영 프로세스, 라스트핏, 조직문화 챕터를 넘나들며 멤버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 한 권을 통해 마켓컬리가 식품에 까다로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 되었다. 책을 통해서도 마켓컬리를 마케팅하는 똑똑한 전략 같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지금은 모든 비즈니스가 위생과 안심에 대한 메시지를 얘기해야 한다. 코로나 19가 상반기 한국 비즈니스를 뒤흔들며 언택트 비즈니스가 기본이 되고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은 꼭 필요한 영역만 남겨질 것이고 온라인도 마켓컬리처럼 고객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이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