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WHO 권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이용 시간과 함께 게임 이용시간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나 또한 평소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최근 광고로 많이 접한 MMORPG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모바일로 가족들 몰래 게임을 즐겼다. 최근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 수는 약 5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봄이 오며 게임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seasonality(계절적 변동)가 반복되었는데 올해는 반대로 이용자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이용자 수는 전 세계 지역별로 외출 자제 또는 이동 제한이 강화되는 시점에 급격히 늘어났다”라며 “모바일 게임 앱 설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라고 밝혔다.

 

zhang kajyv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또 이전에는 게임 이용자 수가 평일보다 주말에 훨씬 많았는데, 그 차이가 올해는 전년 대비 63% 줄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한 주부터 평일·주말 이용자 수 차이가 감소해 5월 초에는 평일 이용자 수가 주말을 넘어선 적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게 2019년 5월인데 되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함께 게임 이용자가 더욱 늘었다. 그리고 게이머 증가는 곧 게임사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인앱 결제 수익이 24% 증가했고, 게임 광고 노출 수가 전년 대비 57% 늘어나 광고 수익이 59%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 출처: hypercasualgames.org

 

특히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2020년 1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사람들로 인해 글로벌 하이퍼 캐주얼 게임 설치 수는 증가했다. 설치 수와 더불어 세션 수도 크게 상승했다. 사실 2017년부터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였는데 그 성장세가 너무 가파르자 이제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업계 내 우려가 있을 정도였다. 2019년 무료 게임 차트 상위 10개 게임 중 9개가 하이퍼 캐주얼 게임일 정도이다. 게임에 관련된 데이터와 툴을 제공하는 기업 텐진(Tenjin)의 2019년 1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하이퍼 캐주얼의 월 유저 수는 8억 6,000만 명을 육박한다. 미국 인구가 3억 2,82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용자 기반이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무엇이 다른가?

 

이전에 MMORPG를 설치하여 모바일에서 플레이한 적이 있다. 며칠이 지나자 타플레이어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며 내 영토를 토벌하러 진격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시했지만 점점 그들의 군대가 내 영토에 다다르기 시작하고 반복적으로 앱 푸시 메시지가 오자 단순히 신경이 쓰이는 것을 넘어 거슬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성을 요새화하고 병사들을 무장하는 대신 언인스톨을 선택했다.

 

 

죽이든가 살리든가. 니 맘대로 해. 난 이미 너무 피곤해.

 

Andrea Piacquadio님의 사진, 출처: Pexels

 

게임이 아니더라도 내 인생은 충분히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다. 우리 삶 자체가 끊임없는 전쟁인데 게임에서조차 타인과 전쟁을 치르며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와 같은 부류의 이용자들이 앞서 언급한 8억 6,000만 명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은 니즈의 증가로 인해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명칭 그래도 기존 캐주얼 게임보다 한층 가볍고 단순해 레벨 선택이나 로딩 화면 없이 다운로드 후 즉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앱이다. 70~80년대 유행했던 아케이드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틈틈이 즐길 수 있어 바쁜 일상에 쫓기는 유저들이 선호한다. 나 역시도 배우자가 내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감지 시 주저 없이 휴대폰의 전원을 끌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한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특징을 아래 나열했다.

 

출처: 구글 @ ‘동서양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 세미나, 2019 차이나조이

 

1. 쉽고 단순한 플레이: 게임 방법과 룰이 직관적이다. 따로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튜토리얼 없이 누구나 즉석에서 게임 진행 방식을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 방식이 단순하다.

2. 광범위한 잠재적 이용자 기반: 기타 장르의 게임과 달리 하이퍼 캐주얼은 폭넓은 유저 기반이 장점이다. 기존 복잡하고 긴 호흡의 콘솔 게임이나 PC 게임과 다르게 모바일 게임은 여성 이용자와 중장년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로 인해 이들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 입문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또한 게임 한판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잠깐 짬이 났을 때 아무런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성별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소지한 모든 이가 잠재적 고객이 된다.

3. 광고 기반의 수익화 모델: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일반적으로 (다른 장르에서는 70% 이상의 매출에 기여하는) 인앱 구매를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동영상 광고를 통해 매출을 올린다. 이 때문에 활성 유저 당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개발자들은 인앱 구매를 위하여 기타 요소들을 개발할 필요도,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출처: IronSorce (2018.10)

 

4. 비교적 짧은 개발 주기: 심플한 플레이 덕분에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비교적 쉽게 개발, 출시를 반복할 수 있다. 즉 다른 장르에 비해 개발 비용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소규모의 스튜디오들에게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이다.

 

 

쉽고 간편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대세

 

게임 시장 전체를 보았을 때 이 장르의 전반적인 전망은 어떨까? 하이퍼 캐주얼,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 이 세 가지 장르를 통해 비교해 보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 스토어인 구글플레이(Google Play)와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인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하이퍼 캐주얼 게임 다운로드는 지난해보다 26% 성장하여 3개 장르 중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캐주얼 게임의 성장률은 4.8%, 시뮬레이션 게임은 마이너스 성장(-8.8%)을 기록했다. 

 

출처: 구글 @ ‘동서양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 세미나, 2019년 차이나조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잠재력을 본 개발사들과 퍼블리셔들의 투자가 계속 이어져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하이퍼 캐주얼 게임 시장은 부두(Voodoo), 케찹(Ketchapp), 미니클립(Miniclip)이 “페이퍼(Paper.io),” “젤리 점프(Jelly Jump),” “스택(Stack),” “에이가(agar.io)” 등의 게임들을 크게 히트시키며 게임 차트를 순식간에 점령했다. 특히 부두의 경우 골드만삭스로부터 2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더욱더 공격적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부두(Voodoo); 출처: Game Consultant

 

 

메이드 인 코리아 하이퍼 캐주얼 전문 게임회사는 없는가?

 

국내 업체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수익성이 높은 MMORPG 장르의 하드코어 게임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MMORPG 게임들; 출처: 구글 플레이

 

눈앞의 실적을 고려해야 하는 개별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익성이 높은 특정 장르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결국 시장의 크기를 내수시장으로만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모바일 MMORPG는 하드코어 장르 내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주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0위권 모바일 게임들을 국가별로 비교 시 한국은 해외 시장들과의 유사도가 고작 20%에 불과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내 게임 시장만 고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뭄에 단비와 같은 국산 하이퍼 캐주얼 게임 장인의 등장

 

이렇게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불모지인 국내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한 국내 기업이 있다. 그들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을 출시 중이다. 이 기업의 이름은 ‘나날이 스튜디오’이다. 제작한 대부분의 게임이 앱스토어에 피쳐드 되어 횟수를 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출처: 나날이 스튜디오

 

2016년에는 ‘샐리의법칙’ 게임으로 구글이 주최한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 3 인디게임 제작사로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초청 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시연을 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샐리의법칙’과 ‘후르츠어택 VR’을 각각 닌텐도스위치와 STEAM에 정식 출시하였다. 2019년에는 ‘헬로펫하우스’를 출시함과 동시에 ‘베스트 신규 게임’으로 피쳐드 되었다. 2020년에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퍼블리셔들과 계약하며 국내보다 되려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현재 하이퍼 캐주얼 게임 분야의 Top 퍼블리셔인 Voodoo, Lion Studios와 협업을 진행하였고,  ‘Ohayoo’라는 중국 MAU(월간이용자수) No.1 퍼블리셔와도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날이 스튜디오가 베일 속에 감춰졌던 이유

 

 

전 세계 하이퍼 캐주얼 게임 Top퍼블리셔들이 앞다퉈 계약한 나날이 스튜디오는 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나? 

 

 

사실 나날이 스튜디오는 20명 안팎의 구성원들로 이뤄진 소규모 게임회사이다. 대부분 제작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어 단순한 기사는 물론 홍보 및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구성원이 없다. 언론 기사들도 대부분 업계 전문기자들이 나날이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인터뷰하거나 경진대회에서 우승하여 주관사에서 소개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나날이 스튜디오는 앞으로도 전 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 제작에만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 제작 진행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지금의 ‘제작 중심’ 전략을 유지하려는 듯하다.

 

나날이 스튜디오 사무실; 출처: 나날이 스튜디오

 

 

타사는 잽을 날릴 때 정권을 지르는 나날이 스튜디오

 

앞서 언급했지만 하이퍼 캐주얼은 무척 빠른 호흡을 자랑한다. 출시 후 4-5일 안에 반응이 시큰둥하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풋으로 최대한의 인풋을 내고자 아직 렌더링조차 덜 끝난 것 같은 게임들을 먼저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는 게 하이퍼 캐주얼 게임 업계의 관례이다. Voodoo가 출시해서 422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Helix Jump를 보자. 그 흔한 배경조차 없다.  

 

Voodoo가 출시한 Helix Jump; 출처: 구글 플레이

 

반면, 나날이 스튜디오가 출시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일단 색이 다채롭다. 포인트부터 타이머 그리고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마치 상대편은 힘 빼고 가볍게 스파링을 제안했는데 이곳은 몇 주간 벌크업은 물론 주짓즈 특훈을 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이름까지 새긴 복장을 입고 링 위에 올라온 듯하다. ‘Hyper Casual’이라더니 무척 힘과 기교가 들어간 ‘Hyped Casual’을 선보이고 있다.

 

나날이 스튜디오가 출시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 출처: 구글 플레이

 

 

하이퍼 캐주얼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나날이 스튜디오는 영리 게임 제작사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스토리를 강조하며 이용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는 대표이사가 영상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트로풍의 애니메이션이 더욱 돋보이는 최근 출시한 잉크캣 마르코; 출처: 나날이 스튜디오

 

나날이 스튜디오의 박재환 대표는 본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취업과 함께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고 게임 제작사까지 차리게 되었지만 아직 그의 가슴속 애니메이션에 미련과 열정을 게임에 쏟아내는 것 같다. 예로, 나날이 스튜디오의 게임들의 화면전환 효과나 캐릭터 애니메이션들의 움직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레트로풍의 애니메이션이 더욱 돋보이는 최근 출시한 잉크캣 마르코; 출처: 나날이 스튜디오

 

박재환 대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금까지 주류 게임은 일반적인 세계관에 게임 플레이 재미에 집중해 왔다면, 나날이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게임에서도 재밌고 독특한 세계관을 창작하는 곳이다.”

 

 

그의 말을 들으니 회사명에 왜 굳이 ‘스튜디오’가 들어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그들의 목표는 블리자드나 엔씨소프트 같은 거대한 게임 제작사가 아닌 픽사처럼 콘텐츠를 접하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한 뚜렷한 방향성이 있었기에 그동안 수익성보다는 작품성에 더 집착한 것은 아닐까? 

올해 새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일 ‘나날이 스튜디오’의 행보가 유독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국내 게임 제작사들이 내수시장에 특화된 게임을 기획하거나 과금에 최적화된 특정 장르만을 주력하기보다는 시장을 조금 더 크게 보고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