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드라마 <스타트업> 1화 리뷰

 

 

스타트업 임원. (드라마) 스타트업을 말하다. 그 첫 번째 글.

tvn 드라마 <스타트업> 1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하루 전에 본방으로 보았다. 1화는 주로 주인공들의 과거부터 이어져온 인연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원인재(강한나)와 서달미(배수지)는 친자매인데, 부모님의 이혼으로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 그 둘은 샌드박스(극 중 벤처투자회사)의 강연장에서 재회하게 된다. 원인재는 재벌 아버지와 재혼한 어머니 덕에 큰 도움을 받아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 그에 반해 아버지를 선택한 달미의 팔자는 꼬이게 된다. 그녀를 안쓰럽게 본 할머니가 주식투자에 재능을 가졌지만, 고아로 집하나 없는 한지평(김선호)에게 달미에게 편지로 친구가 되어주길 부탁한다.

한지평은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으니 당시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최연소 대상을 수상한 남도산(남주혁)의 이름을 도용해서, 달미와 애틋한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한지평은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서달미의 아버지 서청명(김주헌)은 당시의 획기적인 아이템. 현재의 배달의 민족을 극 중 모티브로 사용해 ‘배달 닷컴’이라는 서비스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위에서 언급했던 달미 부모님의 이혼은 이런 창업이 결정적인 역할로 작용한다. 이혼과 창업 뒤 분주하게 노력한 서청명은 극 중 샌드박스의 창업자이기도 한 SH벤처캐피털의 윤선학(서이숙)에게 투자약정을 받는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투자설명회를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서청명은 버스에서 쓰러지고, 그대로 숨을 거두게 된다. 언니와의 이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달미는 아버지를 잃게 된다.

스타트업 1화에서는 스타트업의 기본 요건이 되는 것들을 잘 엮어놓았다. 미래에 창업자가 될 달미의 스토리. 그리고 명의도용 관계이긴 하지만 수학을 잘하고, 당연히 좋은 개발자가 될 남도산과의 관계. 돈과 투자를 잘하는 한지평은 당연히 벤처투자자가 되어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언니는 이미 처음 나온 것처럼 성공한 창업자가 되어있다.

 

 

 

 

 

키 포인트

 

1. 달미의 아버지. 왜 그렇게 허무하게 갔을까?

스타트업 업계 사람이 보기에 1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주제는 이 글의 제목과도 같다. 혹자들은 달미의 아버지 청명이 갑작스럽게 죽는 것에 의아해하기도 할 것이다. 아니 그 투자설명(IR)이 뭐길래. 사람을 그렇게 급하게 가다가 교통사고 당하고, 그걸 응급처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스타트업이 그렇게 위험할까? 위험하다. 오죽하면 이런 기사도 있을까 저는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입니다.

스타트업과 투자는 태아와 탯줄과의 관계와도 같다. 탯줄 없는 태아는 죽을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매우 영세하다. 처음엔 누구를 고용할 자금도 없고, 사무실을 유지할 비용도 없다. 정말로 아이디어 만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공개하면, 아무런 돈벌이도 없이 일단 버티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그렇게 버티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계속해서 투자자에게 어필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가치를 평가받는 벨류에이션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그 기업 가치의 일부 지분을 벤처투자회사가 매입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는다. 누구에게도 정해진 기업가치의 측정 방법이 없고, 이 투자가 나중에 성공할 거란 보장도 전혀 없는 상태로, 그렇게 일단 해보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그런 사람에게 투자설명회(IR)이라는 것은, 태아 스스로 그 탯줄을 찾아 자신에게 연결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 자리에 늦어서도 안되고,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어서 일단 얻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이런 투자설명을 하러 가서, 투자유치에 여러 차례 실패하다 보면 창업자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허며, 후속 투자에 유치를 실패할 시에 그 스타트업은 결국에 말라죽기도 한다. 그래서 그만큼의 중요성을 갖는 자리다.

극 중 달미의 아버지 청명을 보면서, 공감 가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는 답답하지만, 보이는 미래가 있다. 미래엔 모두가 핸드폰을 더 열심히, 더 좋은 지금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면, 누구나 앱으로 배달을 시켜먹는 상상을 하는 청명의 아이디어는 이미 현재 배달앱 시장의 가치로 너무나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다.

극 중 샌드박스는 바로 이 서청명이 말한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모래에서 따온 이야기다. 스타트업은 고위험을 내포한다. 주 52시간이 아닌 주 150시간을 일하기도 하며, 매 선택이 스스로의 생존을 건 선택 앞에 마주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 스타트업의 안전한 샌드박스는 그래서 현실의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참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2. 원인재가 초대한 네트워킹 파티란?

스타트업 업계의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이상씩은 이런 자리에 가보게 된다. 말 그대로 업계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는 자리다. 물론 대부분의 자리는 소득 없이 끝나는 말 그대로의 스몰토크의 자리이지만, 가끔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큰 투자회사가 주최하는 자리라던가, 유명한 투자자들이 몰리는 네트워킹이라면 그 자리에서 조금의 가능성을 위해서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이 참여 하게 된다.

극 중 샌드박스의 네트워킹 파티는 각종 스타트업 업계의 투자자들이 모일 것이기도 하고, 원인재-서달미-남도산이 처음으로 셋을 마주하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극 중 인물들이 한 군데에 모이는 것으로 바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정말 빈번한 <네트워킹>을 꼽다니, 작가분이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취재를 열심히 한 것 같다.

 

 

 

 

마무리, 앞으로의 기대


스타트업은 꽤나 잘 만들어진 듯하다. 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꽤나 화사한 톤의 화면에 눈의 즐거움을 채워준다. 그리고 K-드라마스러운 클리셰를 많이 담아 놨다. 흔히 써먹는 가족관계의 갈등과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편지의 명의도용. 갈 곳 없는 아이를 먹여 살려놓는 이야기 등.

하지만 재밌는 부분은 그 기반 위에 우리 업계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1화에서 달미의 아버지가 생을 달리하는 부분은, 목숨까지도 걸고 사업하는 사람들이 이 업계에는 현존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2화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즁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