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늘 멋지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현재도 브랜드가 자리 잡힌 서비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 중 일부가 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설파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서비스 기획은 생각보다 꽤나 처절하고 진부하게 이어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이라서 어수선하고 대기업이라서 드라마틱하게 진행되는 건 기대하지 마세요.

냉혹한 현실은 그냥 끝이 보이지 않는 조사와 리젝, 싸움과 협상의 늪 한가운데 있는 기획자의 고군분투에서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이번 글은 이런 서비스 기획에서 우리가 가장 깊게 고민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뭔가 확 꽂히는 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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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VC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깊게 뇌리에 박힌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바로 차별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시장과 흐름에 대한 분석은 물론, 구현하기 위한 “비전문가가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기술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내부적으로 보유 기술이 있다면 부담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다른 기업의 기술을 빌려야 하거나 사 와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더욱이 기술지향 제품이라면 이 문제는 더욱더 심화될 수밖에 없죠.

어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엔진이나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것들이 구현되어 있지 않아서 개발기간이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회원 가입절차는 서비스 엔진이 동작하는 것에는 필요 없었던 기능이니까요.

당연히 회원 가입을 위한 가입절차 프로세스를 만들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설계가 새로운 일거리로 늘어납니다. 

이러한 과정들은 제품 기획 전반에서 발생하고 어제 만들어놓은 기획서의 허점이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꽂히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죠.

당장 고객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보편적 기술이나 기능조차도 구현 못하는 나와 우리 팀에 자괴감이 들 지경인데, 차별화 전략부터 생각하는 건 참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키워드입니다. 

 

시장은 살아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제품이 아직 없거나 부족함이 보이는데, 우리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시작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업 기획이나 제품 기획에서 간과하는 것을 꼽아보자면 우리의 제품은 론칭할 1년 뒤의 스펙을 이야기하면서 잠재적 경쟁사의 제품은 현재(우리 제품보다 1년 전)의 스펙으로 비교합니다. 

당연히 우리 제품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데, 초기 사업 기획에서는 왜인지 정신승리를 먼저 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경쟁 서비스는 우리와 다르게 다양한 우위점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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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고객 데이터를 들고 있으며, 백지에서 만드는 것이 아닌 서비스 개선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거기다 영업망도 훨씬 탄탄한 데다가 브랜드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죠.

우리는 시작 단계에서 경쟁사를 무시하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시행착오를 먼저 겪었고, 그들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다각도의 연구와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계속해서 상기해야 합니다. 

 

닌텐도는 나이키와 경쟁하죠.

 

모든 제품의 직접 경쟁상대는 동종업계를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도 그럴까요? 고객 입장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의 대체까지 기대하는 경우도 꽤 많은 편입니다. 

현재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A, B, C 3가지의 제품을 사용하다가 D라는 제품으로 인해 B 제품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제품의 포지션과 영향력을 폭넓게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제품의 성패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끝없는 고뇌와 싸워야 합니다. 

“정말로 이게 될까?” “시장에서 먹힐까?” “경쟁사 고객을 데려올 수 있을까?”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

사실해보기 전에는 모르죠.

서비스라는 것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이폰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고,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개방적이라도 그게 모두에게 호의적인 정책은 아닙니다. 

기획 과정에서 제품의 핵심가치를 놓칠만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우선적으로 포기해야 할 고객이 누구인지, 우리가 포기해야 할 스펙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쥐군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