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인플루언서이긴 한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요?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지만, 실제 인물처럼 SNS를 통해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 그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가상 인플루언서, 대체 누구인가?

가상 인플루언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된 가상의 ‘디지털 인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게임이나 만화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SNS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현실에 없는 디지털 인물이지만,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팔로워들도 그들의 행동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반응합니다. 그들은 SNS에서 실제 인간처럼 현실 속 공간을 방문하기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연예인 등 셀럽과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는 누가 있나?

가상 인플루언서와 여타 가상 캐릭터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은, SNS에서 활동한다는 점입니다. 그 중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라는 플랫폼 특징 덕에 가상 인플루언서에게 가장 사랑받는 플랫폼입니다.

전세계 가상 인플루언서 중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릴 미켈라(lil miquela)입니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MZ세대인 릴은 양갈래 올림머리와 주근깨가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지지하는 정당도 있고, 특정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실제 인플루언서들처럼 브랜드 협업도 진행하는데, 배트멍, 발렌시아가, 프라다, 샤넬 등의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릴의 인스타그램 계정 캡쳐 @lilmiquela)

 

인스타그램에 280만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릴은 브러드(Brud)라는 LA의 테크기업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국내에도 유명한 VC인 세콰이어 캐피탈의 투자를 받기도 한 회사인 브러드는 릴 외에도 버뮤다, 로니 클라코 등의 가상 인플루언서를 창조하고 SNS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CG전문 회사인 모델링 카페가 탄생시킨 ‘이마’는 약 3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마는 올해 4월 이케아 일본의 모델로 발탁되면서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이마의 방은 하라주쿠 이케아 스토어에서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3일 동안 노출되었습니다. 이마의 방을 통해, ‘이케아로 만든 이상적인 방’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마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케아 언박싱 @imma.gram)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인물은 유튜브에서 구독자 7만명을 보유한 세아 스토리 채널의 ‘세아’입니다. 세아는 게임 기업인 ‘스마일 게이트’가 2017년 선보인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처음에는 스마일 게이트 게임 홍보 캐릭터였으나, 이후 독립 채널을 열고 정식 유튜버로 데뷔했습니다.

 

 

(세아 스토리 유튜브 채널 캡쳐)

 

 

스마일 게이트의 또다른 게임 주인공 중하나인 ‘한유아’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 중입니다. 안무 연습과 노래 연습을 즐기는 모습은 연습생 생활을 꿈꾸는 한국의 여느 10대와 다를 바 없습니다. CG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 뺀다면 말이죠. 한유아 양은 아직 팔로워 수는 1600여명으로 해외 가상 인플루언서들에 비해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한유아 계정 캡쳐 @_hanyua)

 

이외에도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업 캐릭터’라는 정체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해, 인플루언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 국내에서도 흥할 수 있을까?”

 

가상 인플루언서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높은 기술력과, 매력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트렌디하고 세심한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많은 자본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지요.

대신, 이렇게 힘들여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유연한 협업이 가능합니다. 특히 실제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들과 달리 열애설, 인격 논란 등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국내는 아직 해외만큼 가상 인플루언서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올해 SM에서 선보인 신인 걸그룹 에스파는 실제 멤버 4명과 함께 멤버별 아바타 멤버가 같이 데뷔했습니다. 현실의 멤버와 가상 공간 속 아바타가 서로 연결되고 소통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SM 걸그룹 에스파의 아바타 버전)

 

국내 TOP 엔터테인먼트 사에서 기획한 가상 연예인인 만큼 아바타 멤버들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어떤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미칠 지 주목해보면,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어떻게 펼쳐질 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