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임원, 스타트업을 말하다.

다섯 번째 글

tvN 드라마 <스타트업> 5화 <해커톤>의 리뷰를 겸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도산은 자신이 왜 좋냐는 질문에 대한 달미의 대답에 깊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달미가 좋아하는 첫사랑과 편지의 주인은 자신이 아닌 한지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달미에게 인재와의 선택에서 내민 도산의 손이 참 크고 멋져 보였던 거다. 용산의 말처럼 인류가 좋은 머리를 가진 것은 서서 앞발을 손으로 쓸 수 있어서였듯, 달미가 CEO로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도산이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산은 점점 성격에서 보이지 않았던 승부욕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건 달미에 대한 욕심에서 출발한다. 도산은 달미에게 혼자 먹으라며 받은 사탕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지평이 자신의 회사나 달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은 화를 낼 수 없다. 그는 능력 없는 대표였으니까.

본격적인 해커톤 진행 중에 철산은 고졸인 달미의 스펙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아직 모자란 팀원을 채우기 위해 찾아다니던 달미는 정사하를 찾는다. 준수한 외모나 엄청난 고 스펙을 뽑아 먹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달미는 바로 무릎을 꿇어 그녀를 설득한다. 그녀는 물어본다.

 

대표의 무릎은 생각보다 싸다.
 
난데?”

그 대답은 드라마 후반부에 나온다. 달미는 자신이 대표가 운 좋게 되었다며, 오히려 최고의 기술자를 어필한다. 그 기술자가 자신을 대표로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줄 포부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듣는 이로 하여금 본인을 더 대단하게 만들어주도록 존중하면서, 자신을 낮추며 이야기한다.

결국 그 이야기를 듣고 정사하는 팀에 합류하고, 삼산텍의 팀 구성이 완성되었다. 그들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AI 사업을 구상하는데, 은행에 있는 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조를 판별하는 사업을 기획한다. 그 소식을 들은 원인재도 그 필적 데이터로 사업을 구상한다. 그렇게 본격적인 해커톤이 열린다.

삼산텍은 필적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밤을 새워서 코딩해도 데이터 모델이 수렴하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위조를 판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달미가 말하는 예제로 초기 신경망부터 다시 구축하기로 결정한 도산. 개발자 입장에서 굉장히 재밌는 장면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은 자신의 코드에 파묻혀 있어서 기본 전제가 틀렸어도, 그걸 쉽게 알지 못하는 때가 많다. 비 개발자의 상투적인 말 한마디에 그걸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예가 드라마에서 나오다니 말이다.

그렇게 서비스를 완성한 삼산텍은 이제 스타트업의 필수 코스인 피칭(발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철산은 도산이 피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다시 나오는 고졸의 이야기. 지평은 오히려 그들이 한 번도 피칭에 성공하지 못한 현실을 깨닫게 해 준다.

 

AI로 세상을 혁신하는 삼산텍 대표, 서달미입니다.

 

드디어 CEO 달미의 데뷔 무대가 시작된다. 달미는 처음 하는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이목을 뒤흔드는 피칭을 해낸다. 처음에 모든 것을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고, 기술의 예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모든 투자자가 혹할만한 것들도 시연해낸다. 도산은 그런 달미를 보면서 기쁘기도 하지만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기술 위주의 한심한 발표를 후회한다.

 

100점짜리 발표와 아아템. 인재는 역시 갓벽하다.

 

한편 인재의 발표는 더욱 대단했다. AI로 폰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 폰트의 상업적인 의미, 그리고 폰트를 만드는 데 들이는 비용, 그 모든 것을 단 256자로 쉽게 만드는 폰트 서비스를 기획해낸다. 상업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창의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재밌었던 장면은 인재의 아버지인 원두정이 제안한 위조를 판별하는 기술과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내는 기술의 진검승부였다. 아쉽게도 삼산텍이 패배하지만, 스타트업의 피칭으로 이뤄진 같은 데이터, 다른 아이템의 대결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해낸 것이 굉장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들의 피칭은 성공했다. 샌드박스 입주사 5개 기업 안에 들어간 삼산텍. 해커톤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다. 쿠키 영상에서는 알렉스와 도산의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는데, 평소 승부욕 없는 도산의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양보하고, 대학을 일찍 가서도 이기기 미안해서 돌아온 이야기들. 전부 도산은 승부보다는 남을 배려하는데 더 중점을 둔다. 그러한 도산이 인재컴퍼니와의 위조 대결에서 지고, 달미에 대한 마음을 지평과 경쟁하는 데에서 승부욕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도산은 어떻게 변할까.

 

포인트

 

대표에게 요구되는 능력

 

  • 자질 vs 능력

이전 글의 제목은 <대표의 자질은 무엇일까?>였다.  둘의 차이는 자질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면, 능력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질은 있으면 좋은 것이고 선물 같은 것이지만, 요구되는 능력들은 최소한으로 갖춰야만 하는 필수적인 것들을 의미한다. 그 필요한 능력들을 차례로 이야기해보자.

 

  • 인재 영입

달미는 자신의 회사를 위해서 무릎을 천 번, 만 번 꿇을 수 있다고 했다. 대표란 그런 존재다. 대표는 혼자가 아닌 회사 전체 구성원을 일부분 책임져줘야 한다. 그래서 좋은 기술을 가진 삼산텍의 대표로서 달미는 그 기술을 꾸며줄 디자이너가 절실했고, 고졸 스펙으로 보잘것없는 회사에 엄청난 스펙을 가진 정사하가 필요하기도 했다. 필요한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 사람을 영입할 수 있는 행동과 결과. 결국 정사하의 영입에 성공하며, 그 능력을 증명해냈다.

 

  • 발표(피칭)

발표(피칭)는 대표의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 대표는 결국 돈을 잘 주고, 돈을 잘 끌어와야 하는데 발표는 돈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건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뻔해도 안 된다. 완성도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삼산텍이었지만, 그동안 이런 발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특히 남도산 대표의 가장 큰 문제였다. 기술력을 어필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로 어떤 것을 만들고, 그 만들어낸 기술은 어떤 활용 가치를 가졌는지를 짧은 시간 내에 어필하는 능력이 달미에게는 있다. 그리고 모든 대표에게 요구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 관점 변화

삼산텍의 머신러닝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오히려 개발자들은 그 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실험해본다. 로직을 바꾸면 잘 될까. 데이터를 조금 다르게 가공해볼까. 하지만 보통 근원적인 문제에는 잘 손이 가지 않는다. 그것은 위험한 결정이고,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 중 달미가 그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는 꼭 개발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경주마라면, 대표는 그 경주마들을 관찰하는 드론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넓게 보면서 잘못된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다. 매일매일 망할지도 모르는 선택의 순간순간을 지나야 하는 대표는, 그래서 그런 관점 변화에 능해야 한다.

 

대표는 생각보다 항상 외롭게 결정해야만 한다.

 

  • 무한책임, 리더십

스타트업에서 대표의 능력은 절대적이다.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는지,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구성원들의 사기도 신경 써야 한다. 그 모든 것의 결과는 대표가 무한으로 책임진다. 달미는 삼산텍의 대표가 된 지 불과 48시간 만에 이 모든 것을 해냈다. 도산이 2년 동안이나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낸 달미를 보면서 그는 매우 착잡했을 것이다. 대표는 자신이 감당할 몫만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회사 전체의 명운을 건 결정으로 제일 앞에서 그 모든 걸 책임질 각오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달미를 보며 도산도 생각이 많아진다.

 

  • 마무리; 가시밭길의 시작

삼산텍은 결국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된다. 개발자들의 기술력이 검증된 데다 달미의 적절한 인재 영입과 멋진 피칭으로 따낸 결과. 물론 숨은 조력자인 지평도 빼놓을 순 없다. 삼산텍에 팩트 폭력을 행사하면서, 그들이 달미에게 피칭을 맡기도록 해줬고, 피칭의 문제점 등도 지적해줬다.

하지만 삼산텍은 불안 요소가 많다. 개발자들이 너무 오랫동안 잘 안 되는 회사에서 지쳐있다는 점. 그래서 더욱 조급한 마음에 스펙을 따지며 대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 점. 특히나 그 셋은 너무나 친한 친구라는 점. 새로 합류해서 좋은 결과를 냈지만, 나머지 넷과는 전혀 다른 정사하. 좋은 움직임과 피칭으로 삼산텍을 샌드박스에 입주시켰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신뢰 관계가 부족한 대표 서달미.

6화에서 그들은 처음 시작되는 팀 빌딩의 과정에서 수많은 감정 싸움과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은 안될 때는 멤버들이 오히려 뭉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되기 시작한 즈음에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그 모든 것을 대표가 잘 뭉치고 설득해 나가야 하는데, 그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 너무나 당연히 예고되어 있다.

그들의 불안 요소는 어떻게 표현될지 다음 화가 기다려진다.

 

 

 

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