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4일간 브런치 앱에 접속하면 즉시 브런치 라디오 작가 신청 독려글이 메인 화면에 나타났다. 평소 신규 콘텐츠이자 서비스면서 어쩌면 향후 카카오의 신규 BM이 될지도 모르는 ‘브런치 라디오’에 관심을 가져왔기에 해당 글은 꽤나 흥미롭고 반가웠다.

브런치 라디오 작가가 되면, 브런치 라디오에 좋아하는 브런치북을 소개하고, 소정의 원고료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멜론 앱 내 라디오 같은 코너인 ‘스테이션’에 소개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마도 멜론 앱 내 브런치 라디오의 인지도를 높이고 더 활성화시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리고 브런치와 멜론(즉 카카오)에서 의도한 대로, 지원하는 분들이 매우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런치 라디오는 이제 막 시작하긴 했지만 분명 브런치 작가와 독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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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발행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없는 브런치 플랫폼의 특성상, 다른 서비스(멜론)에 자신이 좋아하는/혹은 자신의 글이 소개되고 직접 녹음 등에 참여하는 기회는 “금전적 보상의 가치를 뛰어넘는” 강력한 참여 유인 장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런치 라디오의 작가가 됨으로써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본인 및 최애 브런치북 PR을 할 수 있는 “특권”은 브런치 작가들의 지속적인 콘텐츠 발행과 브런치 라디오 작가 신청으로 이어질 것 같다. (물론 멜론 앱 방문자의 증가도.)

 


 

그렇다면 카카오는 “멜론 앱 트래픽 증대”와 “더 많은 브런치 콘텐츠 확보”라는 미션을 가지고 브런치 라디오를 런칭한 것일까? 당연히도 위 두 내용들은 브런치 라디오 런칭을 결정하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는 goal에 불과하고 더 큰 그림이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바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mission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전 세계 오디오 스트리밍 앱 1위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앱들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재포지셔닝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스포티파이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헤어진 연인보다도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서비스로 불릴 만큼 고도화된 추천에 강점을 지녔다. 유통사가 30%만 가져가는 파격적인 수익 배분 구조로 다양한 음원 확보에도 성공했다. (국내 음원유통사들의 경우 유통사가 70% 상당을 가져가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 그렇게 스포티파이는 14년 만에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이 외에도 성공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본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팟캐스트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의 도입”이다.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관련 기사

 

스포티파이는 올 6월, 킴 카다시안을 필두로 한 팟캐스트 서비스를 런칭했다. 현재는 미셸 오바마까지 팟캐스트 호스트로 참여하는 등 독점적인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의 숙명의 경쟁사인 네이버 역시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음원 스트리밍 앱 ‘바이브’ 런칭과 네이버 포털 내 ‘오디오 클립’ 페이지를 통해 각종 팟캐스트와 오디오북 등을 제공하고 있다. 포털 메인에 위치한 NOW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24시간 셀럽들의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바이브에도 NOW 코너를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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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팟캐스트/라디오 형식의 오디오 콘텐츠는 최근 많은 스트리밍 앱에서 도입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및 업글인간 트렌드와 함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멀티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기존 눈/귀/손을 사용해야 했던 영상 시청에서 귀만 사용하면 되는 다양한 구성의 오디오 콘텐츠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주목받아 왔다. 윌라 오디오북, 팟캐스트 듣똑라, 스푼 라디오 등을 필두로 한 오디오 콘텐츠는 더 다양한 연령대의 유입까지 끌어들이면서 타 음원 스트리밍 앱과의 차별화 및 사용자 락인(lock-in)을 위한 주요 장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기차트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이전부터 차별화가 어려웠던 만큼,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들을 한 곳에서 제공함으로써 오디오 풀필먼트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던 네이버의 ‘바이브’ 역시 NOW의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멜론은 브런치 라디오 이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는 SMing, 영화& 박선영입니다 등 다수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연내 국내 런칭을 앞두고 있는데, 성공적인 런칭 여부와는 별도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튜브가 향후 모든 영상에 광고를 붙일 예정인 만큼,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이 가속화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광고를 보기 싫어하는 유튜브 사용자들이 결국 가장 많고 다양한 오디오(비디오 포함)를 보유한 유튜브로 옮겨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의 확보는 향후 음원 스트리밍 앱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현재는 sticky service(매출이나 신규 고객 확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브랜드 로열티를 형성하는 것에 기여하거나 해당 브랜드에 로열티가 높은 사용자의 사용률이 높은 서비스 의미) 또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락인의 요소라 하더라도, 결국 신규 고객을 이끄는 핵심 유인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가 결국 카카오(멜론, 브런치)가 브런치 라디오를 런칭한 핵심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브런치 라디오의 베타 테스트 격인 시즌1은 멜론에서 10월 29일 공개되었다. 현재 모집중인 시즌 2는 내년 4월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브런치 라디오의 구성에 변동사항이 있거나 어떠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시즌의 간격이 길다는 점이 아쉽다. 브런치 라디오가 향후 어떻게 더 커질지, 별도의 서비스로 런칭될 지 계속 지켜봐야겠다.

 

 

수요일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