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사업의 진짜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지원사업을 따낸 창업자? 대부분은 그렇다. 문제는 다른 제3자가 혜택을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요즘 정부지원사업 경쟁률은 거의 대부분 10대 1을 넘어간다. 이를 뚫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시간을 투자했을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언급한 제3자는 바로 앱, 웹 개발 외주용역 업체들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크게 3가지 원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3가지 문제들은 모두 서로 복잡하게 엮여 있으며 종합적이다.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모든 탓을 돌릴 수 없으며, 일부 업체들의 잘못을 모두의 잘못으로 일반화시키고자 하는 글이 아니다.

 

원인 1. 짧은 협약기간

예비 창업 패키지, 초기 창업 패키지 등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원 사업은 협약 기간이 6개월이다. 6개월은 절대 긴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원금이 평균 4.5천만 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를 반년 만에 다 소진하려면 서류 작업을 엄청 해야 한다. 대기업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업무량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집행 승인 프로세스도 엄청 복잡해서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사업비를 쓰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즉, 좋은 외주 업체를 선별할 시간이 부족하고, 내게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원인 2. 해당 분야에 대해 너무 모르는 창업자

웹, 앱 서비스의 경우 전공자가 아니라도 도전하는 창업자가 많다. 전공자에게도 앱을 개발해서 실제로 배포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 때문에 창업자와 개발 외주 업체 사이 정보의 비대칭이 엄청나다. 사기 혹은 덤탱이는 이런 분야에서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창업을 한 다음에 개발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대표는 이외에도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표가 직접 개발하는 걸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대표는 영업과 회사 대외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 등 더 중요한 해야 할 일이 많다. 직접 개발에 대해 공부하는 것보다는 믿을 수 있는 PM 한 명을 고용하던지, 외주용역 업체에게 사랑과 관심을 많이 줘서 작업을 잘 마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원인 3. 잘 모르는 스타트업을 속이려는 개발사

개발사에 견적을 문의하면, 혹시 정부 지원 사업 끼고 있는 게 있냐고 물어본다. 만약 있다면, 아마 견적을 조금 더 높게 부를 확률이 크다.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정부지원사업은 후불제이다. 선급금을 일부 지불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서류 업무가 또 늘어난다. 그러나 대부분 용역은 선불이다. 이 때문에 업체 쪽에선 꺼릴 수밖에 없다. 둘째로, 창업자들이 사업비를 비교적 후하게 사용한다. 당장 내 돈이 아니다 보니 사업비를 팍팍 쓰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협약기간 종료 전에 ‘잔고 소진’이 목적인 사업비 집행건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업체에서 잘 알기 때문에 일단 조금 높게 부르고 보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조금 높게 부르는 건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참여 인력을 부풀리거나, 쉬운 기능인데도 어려운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반응형 웹페이지’, ‘결제’ 같은 것이 있다. 이제는 반응형 웹페이지를 만드는 데 추가적인 노력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디자인 작업이 조금 추가되긴 한다. 그러나 반응형을 핑계로 엄청난 작업량이 추가되는 듯이 말하는 개발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제 기능을 요청하면, 추가 개발에 더해 보안 관련 이슈도 신경 써야 한다며 추가 비용을 많이 청구한다. 그러나 아이템포트 같은 솔루션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개발 가능하다. 물론 보안 관련 이슈도 해결된다.

그러면 사업비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솔루션: 서비스 기획은 끝내 놓고 시작하자

 

 


 

 

예비창업패키지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한다면, 협약 기간이 시작하기 전에 mvp 기획은 끝내 놓자. 그리고 협약기간이 시작하자마자 외주업체 탐색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6개월 내에 완성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개발 업체를 선정하는데만 1~2달이 걸린다. 그럼 남은 4~5 개월 동안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다 할 수 있을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기획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아무리 실력 좋은 개발사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설계도를 엉망으로 줘놓고 가우디 급 건축물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기획서를 잘 작성해놓자. 스토리보드 작성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도 있다. 이들에게 스토리보드 작성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은 비용을 투자해서 더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결과물도 좋아진다. 

가능하다면 협약 전에 개발사도 미리 선정해두자. 나 같은 경우 기존에 잘 알고 있던 업체에게 맡겼다. 이미 이 업체가 일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맡겼고, 서로 장기적인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사이였다. 새내기 창업자라면 창업 전부터 네트워킹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기창업패키지

초창패의 경우 마케팅 대행사를 잘 선정해야 한다. TV광고는 한번 송출되고 나면 딱히 신경 쓸 것이 없다. 그러나 온라인 SNS 광고의 경우 대행사가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방문자 1000명을 요구한다면, 아주 자극적인 사진과 낚시성 카피라이팅으로 방문자 1000명을 달성해놓고 구매 전환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 중 일부는 “저희가 광고를 아무리 잘해도 대표님의 제품 경쟁력이 약하면 판매가 안 일어나요”라는 대답을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직접 제품을 소싱해서 팔고 있는 대행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자신들이 마케팅에 자신 있다면 직접 소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초보 창업자에겐 5천만 원의 사업비를 효율적으로 쓰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사업비를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법에 대한 고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이대표는 재택근무중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