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 흰 쥐띠 해는 ‘풍요와 기회’의 의미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풍요와 기회라는 희망보다 절망을 겪어야 했던 한 해였다. ​흰 소띠의 신축년이 소의 ‘우직함과 성실’을 상징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코로나가 이어지는 상황이더라도 우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2021년을 잘 버텨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초 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필자는 마케팅의 전략도 트렌드를 따라다니기 보다는 소처럼 다소 우직하게 기존의 전략 이행과 업그레이드가 더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2021년에는 기존의 개인화가 더 진화되어 초개인화로 다가올 듯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개인화단순히 구매 고객에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쇼핑 행동 데이터와 니즈를 파악해 최대한의 전환을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화(personalization)’를 넘어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화가 ‘고객 정보 및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이라면, 초개인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라인 데이터뿐 아니라 실제 생활 패턴 및 취향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과 타이밍에 적절한 메시지로 사용자의 소비 경험을 가이드 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초개인화는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상품, 서비스 등을 예측해서 제공하기도 하고,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등 개인의 개성이 가장 중시된다. 즉 초개인화는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맥락과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해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예측해서 개인에게 정확히 맞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기존 고객 마케팅 활동이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를 통해 타겟팅 그룹의 보편적 선호도 파악을 중시하였다면, 초개인화는 ‘특정 고객이 현재 원하는 구체적인 혜택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게 된다. 즉 고객이 원하는 혜택이 무엇이고, 어느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객 관점에서 세밀하게 분석하여 고객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초개인화의 핵심이다.

또한 ‘개인화’가 이름, 나이, 성별 등 인구 통계학적 정보와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에 집중한 서비스라면, ‘초개인화’는 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까지도 중시한다. 예를 들어 평소 스팸으로 취급되던 푸쉬 알림 메시지가 초개인화 기술을 통해 정교화된 메시지로 구체화하여 최적의 순간에 전달된다면 고객이 수용하는 정보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좌) 초 개인화 마케팅 개념(Capgemini_kb경영연구소), (우) 매스마케팅 및 초개인화 메시지 비교(IT 동아_권명관,스켈터랩스/kb경영연구소)

 

 

이러한 초개인화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생산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들 수 있겠다. 한편 KB금융경영연구소 권세환은 ‘자신의 욕구를 희생했던 예전의 소극적인 소비자들과 달리 자신에게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등장으로 초개인화 경제가 촉진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획일적 소비 패턴이 저물고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들어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초개인화 서비스는 넷플릭스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취향 저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장르를 7만6000여 개로 세분화하고 고객 선호도를 2000개 유형으로 분류해 맞춤형 추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인 ‘시네매치’가 추천해 준 작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전체 콘텐츠의 75~80%에 달하며 최근에는 사용자의 선호도나 감정을 분석하는 ‘딥러닝’ 기술까지 도입했다. (나도 모르는 내 취향까지 읽는다… 초개인화, 끝 어딘가, 재인용)

 

 

2. 추천 알고리즘

 

이러한 초개인화의 흐름에 맞춘 넷플릭스의 영향은 방송을 대표하는 전통(legacy) 기업의 몇몇 혁신 전략 회의에서 ‘넷플릭스처럼’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사’들의 핵심 전략이 된 것에서 드러난다. 또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의 적용을 강하게 주문하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추천 알고리즘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과, 매출 증가에도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초개인화 기반에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은 이제 넷플릭스를 넘어 2021년에는 전 분야로 급속히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즉 초개인화에 있어서 알고리즘은 바늘과 실처럼 필수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사실 추천 알고리즘의 목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기존 고객 관계 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의 극대화다. CRM은 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해 고객이 ‘원할 것 같은(정확하게는 소비할 것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다소 과장해 본다면,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과정이 CRM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추천 알고리즘의 전제에는 ‘고객을 알아야 물건을 팔 수 있다’는 마케팅의 기본 원리가 담겨 있다. 이는 마치 손자병법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운다 하더라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의 현대판 버전으로 해석해 봄 직도 하다. 여하튼 고객들의 웹사이트 서핑, 디지털 환경 내에서의 검색과 같은 동선 파악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재해석에 의해 초개인화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추천 알고리즘의 개념과 적용, 그리고 발전의 양상, 재인용)

그렇다면, 최근 e-커머스 회사들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 마케팅은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큐레이션 하고 있으며, 또한 마케팅 메시지들을 어떻게 개인화해 소구하는지 알아야 초개인화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타깃 세그먼트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되었던 초기 단계에서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기획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엄선하여 모든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 중심 마인드’가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콘텐츠들이 고객 중심으로 ‘구분(=세그먼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보면, 이전에는 에디터라 불리는 전문가가 중요 보도자료를 선별한 뒤 메인에 노출하는 프로세스로 포털 뉴스가 구성되었기에 에디터의 권력이 매우 막강했다.

 

 

사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는 콘텐츠 노출

 

 

즉 포털이 메인에 언론사들의 뉴스를 노출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하고 공들인 기사라 할지라도 큰 관심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고객 중심이라는 흐름을 타고 고객이 직접 선택한 관심사별, 언론사별 우선 노출의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즉 사용자가 A라는 신문사의 ‘스포츠’, ‘경제’를 선택했다면 사용자의 동선 분석 후 두 카테고리 관련 기사가 메인에 가장 먼저 노출되게끔, 사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같은 콘텐츠라도 다르게 보이도록 노출한다. 또한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라면, 사용자가 ‘동물’ 카테고리를 선택할 경우 당연히 동물 관련 동영상 콘텐츠가 상위에 노출되도록 하는 유형이다.

이처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는 데이터에 기반해 큐레이션 하는 형태 외에도, CRM 차원에서 보통 회원 가입 단계에서 성별이나 결혼 여부, 생일 등의 추가 개인 정보를 받아 세그먼트를 구분하기도 한다. e-커머스 서비스들은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해 20대 미혼 여성의 메인에 화장품이나 의류 상품을 노출하거나, 20대 남성에게는 면도기와 남성용 향수를 노출한다. 반려 동물 카테고리를 보유한 서비스라면 고양이를 키우는지, 새를 키우는지를 선택하게 하고 관련 상품들을 추천하는 유형이다.

 

 

고객 취향과 선호에 기반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화면 캡쳐

 

 

그러나 앞서 CRM 차원의 일반적인 타깃 세그먼트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되었던 초기 단계에서 ‘초개인화 큐레이션 시대’가 도래한 현재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 받아 무심코 재생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똑똑한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종종 놀랍게도 사용자가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 모음’ 영상들을 추천해주거나, e-커머스 사이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추천해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을 구입한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편안한 러닝화를 즐겨 신는 사용자라면(아마 너무 많았을 수도 있을 테지만) 무심코 나이키 러닝화가 추천 상품으로 노출된 이미지를 클릭하고, 결국 며칠 뒤에는 구매까지 한 경험도 마찬가지다.(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3/3): UX편, 재인용)

즉 지금의 초개인화 시대는 개인의 구매 이력과 취향에 기반해 엄선된 제품을 제안하고, ‘초(趠)고객 경험’을 실현 중이다.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e-커머스 서비스 회사들은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의 행동 이력이나 고객과 고객간의 관계, 상품과 상품간의 유사도, 고객의 콘텍스트(Context)에 기반해 고객의 관심 상품을 자동으로 예측하고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앞서, 개인화되지 않은 추천 방식 역시 존재하는데, 이 개인화되지 않은 추천 방식(Non-Personalized Recommender)의 예로는 ‘현재 많이 구매되는 상품’이 그것이다. 개인화 추천 모델링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할 때 기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된 다양한 추천 알고리즘은 현존하는 대다수 e-커머스 회사와 쇼핑몰 웹사이트, 그리고 여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들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온택트 시대라 불리는 2020~2021년에도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지속해서 초개인화를 실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천은 기본적으로 필터링이라는 절차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만약 사용자의 관심사가 아닌 정보라면 놓칠 수도 있다. 만약 A 커머스에서 화장품만을 구매하겠다고 한다면, 계속해서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화장품만을 추천해주지만, A 커머스에서 양질의 도서 상품이나 의류를 판매하더라도 사용자가 그러한 상품 정보를 접할 기회는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렇게 정보가 양극화되는 현상, 고객의 입맛 외의 정보가 숨겨지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부른다. 이때 정보가 양극화되지 않도록 마케팅 기획자는 어떤 콘텍스트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할 것인지, 강도를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용자나 고객의 생활과 정서를 좌우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제대로 된 추천이어야만 매출에 대한 기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화 마케팅은 고객의 개별 행동 데이터에 기반하여, 최적의 마케팅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란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회원 가입 단계에서 입력 받는 ‘성별, 연령’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만으로 개인화 마케팅을 집행해 왔으나, 이제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웹사이트나 여러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방문한 고객의 여정(Journey)을 파악하고 고객이 그 안에서 어떤 문제점을 겪는지, 어떤 곳에서 이탈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고객이나 사용자가 온라인 내에서 검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수집, 분석하여 고객 맞춤형 추천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알고리즘이다.

여기서 고객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마케팅 메시지를 던지거나 UX(고객 경험)를 개선하고, 고객이 상품을 탐색하는 것을 넘어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또 만일 고객이 이탈하였다면 재방문하기 위해 매우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게끔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beusable.net/blog/?p=1359

 

 

다시 말해 기업이 고객의 연령, 성별, 구매 이력, 관심 상품, 설치한 경쟁사 앱, 서비스에 유입하고 이탈한 시점 등의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해당 고객에게 꼭 맞는 마케팅 액션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화된 데이터를 고객 여정에 맞게 얼마나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수집하는가에 따라 마케팅의 성공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된 여러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들이 편리하기는 하나, 어찌 생각해 보면 사용자의 인터넷 및 디지털 기기 내에서의 흔적을 뒤쫓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걱정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최근 데이터 3법 입법화가 발표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비즈니스의 기회도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되고 여러 기기에서 인터넷을 자유로이 활용하면서 끊김 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N-Screen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용자의 미디어 콘텐츠 활용 시간을 두고 경쟁이 첨예화되고 있다. 따라서 흔적을 쫓는 것에 대한 걱정이 더 큰 범죄가 될 수도 있고, 데이터 3법은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제는 콘텐츠가 고객 중심으로 ‘구분(=세그먼트화)’되는 콘텐츠 시장에서 언론사,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 업체 등은 모든 고객에 대한 무대가 되었기에 제한된 시간 속 이용자의 이목을 잡을 수 있는 추천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제한된 쇼핑 시간 동안 이용자의 소비 행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선별해 전달하는 전략은 어느 산업에서나 승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는 공급되는 상품도, 관리해야 할 고객 규모도 너무 크기 때문에 추천 알고리즘은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본래 취지에 맞게 ‘적합한 추천’을 제공함에 따라 활용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뉴스, 유튜브처럼 영상 콘텐츠를 매개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도 뉴스 배열 및 전달의 역할을 ‘인간 에디터’가 아닌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의 데이터는 정말 긴요할 뿐 아니라, 마케터에게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속적인 데이터 경쟁력의 축적에 따라 곧 펼쳐질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바로 기업 자산 가치의 근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는 사회 제도의 틀 속에서 서비스별로 소비자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확보할 수 있는 사용자 정보량이 알고리즘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걸 인지했다면 빠르게 실천의 스텝을 옮겨야 할 것이다. (월간마케팅)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