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식습관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합니다. 이에 식생활 트렌드도 소비 트렌드와 비교할 때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고, 단기간의 데이터만 봐선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식생활 트렌드 역시 짧은 기간 내 큰 폭의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전편에서 오픈서베이가 수집하는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해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 변화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국내 유일 식생활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데이터를 통해 식생활 트렌드 변화를 알아보겠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초창기 오픈서베이가 관찰했던 주요 트렌드가 여전히 지속하는지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 본 글은 <카드 결제 데이터로 분석한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 트렌드 변화>의 후속 콘텐츠입니다. 기획 의도 및 분석 데이터 관련 구체적인 정보는 전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편 먼저 읽기]

 

 


 

 

코로나 초 오픈서베이가 관찰한 주요 식생활 트렌드 변화

 

코로나 초창기였던 20년 4월, 오픈서베이가 관찰한 주요 식생활 트렌드 변화는 4가지입니다.

 

 

아점·점저·간식 등 간편하게 먹는 스내킹 현상

 

스낵(Snack)이란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단하게 먹는 간식이나 간단하게 때우는 식사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식 3끼 식사가 줄고 아침 겸 점심, 점심 겸 저녁, 간식, 후식 등 스낵 성격의 취식이 증가하는 트렌드를 ‘스내킹(Snacking) 현상’이라 부릅니다. 코로나 초창기 이러한 스내킹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빵과 유음료 취식이 증가하는 트렌드가 관찰됐습니다.

 

국·탕·찌개 대신 구이류·볶음류 등으로 상차림 간소화

 

오픈서베이가 푸드다이어리라는 이름의 식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7월 이후 한식 메뉴 취식률은 지속해서 감소해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초창기에는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한식 메뉴 취식률이 크게 반등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한식 메뉴 취식이 증가한 건 아닙니다. 전통적인 한식 상차림에 빠짐없이 오르곤 했던 국·탕·찌개가 빠지고, 구이류·볶음류 등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메인 메뉴가 상에 많이 오르는 등 메뉴별 차이가 있었습니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단백질·육류 취식 증가

 

코로나 초창기 채소와 과일 섭취가 특히 증가하는 트렌드가 나타났습니다.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의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외출이 어려워지며 활동량이 줄어들어 생긴 체중 증가에 대한 부담 등이 그 요인입니다. 한편, 삼겹살구이 등 육류 메뉴 섭취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 또한 관찰되었습니다. 외식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로 외식으로 많이 먹던 육류 메뉴를 내식이나 간편식, 배달음식으로 섭취하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코로나 전 4년 치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간편식 취식

 

코로나 초창기 대표적인 식생활 변화 중 하나는 간편식 취식 증가입니다. 20년 1월과 4월을 비교할 때 주 마련법이 간편식인 식단 비중이 5%p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오픈서베이가 식생활 데이터를 처음 쌓기 시작한 16년 7월 이후 약 4년간보다 더 큰 폭의 변화입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가 그만큼 대한민국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신제품 비비고 수제만두가 1년 만에 누적 매출 520억 원을 넘어선 CJ제일제당

 

 

그럼 오픈서베이가 코로나 초창기 관찰한 주요 식생활 트렌드 변화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하고 있을까요?

 

 

첫째, 식사 횟수는 회복했지만 스내킹 트렌드는 이어졌습니다

 

식사 횟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20년 6월까지 지속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특히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비율이 줄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내식을 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식사를 여러 번 마련하는 부담으로 일평균 식사 횟수를 줄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초창기 크게 줄어든 식사 횟수는 20년 6월 이후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한편, 스내킹 현상은 코로나 이후 1년간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분식과 대용식으로 분류되는 빵과 시리얼 취식이 꾸준히 늘었고, 빵에 곁들이는 유음료 취식 또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식 가운데 주로 집에서 먹는 라면 취식은 증가한 반면, 주로 밖에서 간단히 먹는 김밥과 주먹밥 취식은 줄어든 것 또한 인상적입니다.

 

둘째, 상차림 간소화 트렌드 역시 꾸준히 유지되었습니다

 

상차림이 점차 얼마나 간소해지고 있는지는 하나의 식단에 올라가는 메뉴 개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데이터 기준으로 보면, 하나의 상차림에 오르는 메뉴의 평균 개수는 3개 내외입니다. 이 안에서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메뉴 개수가 좀 더 줄어들고 가을·겨울에는 좀 더 많아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 20년 여름에는 식단 간소화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오픈서베이가 매달 7,000~14,000개가량 수집하는 푸드다이어리 식단 데이터를 매월 10,000개로 환산한 뒤, 10,000개 식단에 포함된 메뉴 개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한 끼 식단에 보통 몇 개의 메뉴가 올라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한 끼 식단당 평균 메뉴 개수 변화 (출처.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그래프를 보면 20년 6월~8월 사이 한 끼 식단의 평균 메뉴 개수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름 들어 메뉴 수가 줄어드는 트렌드가 20년에 더욱 극심하게 나타난 겁니다.

이에 푸드다이어리의 메뉴별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메뉴 취식이 특히 감소했는지 살펴보니, 한식 중 준비가 번거로운 국·탕·찌개와 반찬류, 그리고 밥이 특히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조리가 간편한 메인 음식인 구이류와 찜류는 코로나 이후에도 꾸준히 식단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치 취식 역시 꾸준히 유지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코로나 초기 관찰한 트렌드와 연결해 생각해보면 한식 메뉴 취식 증감 추이에 대해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초창기인 20년 3~4월에는 갑작스럽게 집밥을 늘리며 한식 메뉴가 상에 많이 올랐다가,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다시 한식 상차림이 간소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겁니다.

 

셋째, 건강식과 단백질 중심의 식단 트렌드도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초창기 데친 브로콜리 등 건강식으로 인식되는 채소류 메뉴 취식이 증가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난 1년간 꾸준히 유지됐다는 겁니다. 이후에도 양배추찜, 단호박찜 등 야채찜류 취식이 늘었으며, 특히 20년 7월에는 삼계탕 취식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초창기에 취식률이 크게 늘었던 삼겹살구이 등 육류 메뉴 트렌드 역시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유지되었으며, 생선구이 취식 역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의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등으로 건강식으로 인식되는 메뉴와 채소류·단백질을 더 잘 챙겨 먹으려는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초창기 취식률이 크게 늘었던 삼겹살구이 등 육류 트렌드는 20년 가을까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출처. Pixabay)

 

 

넷째, 간편식과 함께 포장·배달 이용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네 번째는 간편식과 포장·배달 이용 트렌드입니다. 코로나 초창기에 내식과 간편식 이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주 마련법이 간편식인 식단 비중은 코로나 전 1년 동안 20~21% 수준이었는데, 20년 3월 25%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이후 간편식 비중은 예전 수준으로 다시 감소하지 않고 23~25%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내식 상황이 갑자기 늘며 잠깐의 대안으로 간편식을 선택한 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열린 새로운 일상에 간편식 취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 겁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 외식이 크게 줄면서 포장 및 배달 음식 이용률 또한 크게 증가했습니다. 주 마련법이 포장/배달인 식단 비중은 코로나 전 1년 동안 9~10% 수준에 불과했는데, 20년 3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21년 2월에는 13% 수준까지 높아진 겁니다. 지난 1년 동안 4%p 가량 큰 폭으로 성장한 거죠.

이러한 식단 마련 방법의 변화는 전체 데이터를 볼 때는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큰지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아래 표처럼 소비자 유형을 라이프 스테이지에 따라 나눠 보면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살펴보면 코로나 전후 간편식 이용은 모든 세그먼트에서 고르게 늘었는데요. 포장/배달 이용은 미취학 자녀가 있는 기혼 가정과 자녀가 없는 기혼 2030 커플, 그리고 미혼 나홀로족에서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 유형별 식사 마련법 변화 (출처.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지금의 식생활 변화는 코로나 전 이미 예측된 트렌드입니다

 

결론적으로 오픈서베이가 코로나 초창기 관찰한 변화는 지난 1년간 대부분 지속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평균 식사 횟수 감소 트렌드의 경우만 코로나 초기 갑작스러운 생활 패턴 변화로 식사 횟수가 잠깐 감소했다가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입니다.

사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스내킹, 상차림 간소화, 건강식과 단백질 중심의 식단, 간편식과 포장/배달 이용 증가는 코로나 이후 새롭게 나타난 트렌드가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작지만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던 변화가 코로나 이후 더욱 증폭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합니다. 실제로 이번 글에서 다룬 트렌드는 지난 18년 진행한 오픈서베이 세미나 때 이미 언급한 바 있는 트렌드입니다.

이를 통해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려면 꾸준히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급변하면서 소비 생활과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는데, 그중 상당수는 이미 코로나 전부터 시작된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보이는 오늘날의 변화도 그간 데이터를 꾸준히 살펴봤다면 그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죠. 이처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변화 역시 현재의 데이터를 꾸준히 살펴본다면 감지해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트렌드 변화 더 알아보기

오픈서베이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을 위해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출시했습니다. 리포트는 소비 변화를 다루는 Buy 리포트와 식생활 변화를 다루는 Eat 리포트로 구성됩니다. 이에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의 소비 생활과 식생활 변화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점이 궁금하셨다면 오픈서베이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더 알아보세요.

  • 코로나 이후 성장한 브랜드는 어디이며, 브랜드 간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코로나 초창기 발견된 트렌드가 코로나 장기화 이후에도 지속되었을까?
  • 코로나 특수로 성장한 이커머스, 모든 온라인 유통 브랜드가 똑같이 성장했나?
  • 내식 상황 증가로 배달음식이 우리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늘었나?

 

 

 

 

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