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로블록스 광장에 모이는 이유

 

 

 

작년엔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 비중이 훨씬 컸는데, 올해는 국내 비중을 점차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뭐, 해외라고 해봐야 미국뿐이니 미국 주식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어쨌든, 이번 2분기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중에 로블록스가 눈에 띄는 점핑을 보여줬다. 반면 보유 포트폴리오 중에 유전자 가위 기술 관련 주들은 여전히 조정을 받았고, 딥러닝 관련 주로 분류하고 매수해 온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정반대의 주가 흐름을 보였다.

 

 

로블록스 소개 포스터

 

 

사실, 로블록스를 처음 주목했던 건 메타버스니 가상현실이니 하는 테마 때문은 아니고, 초등생 딸내미 때문이었다.

올해 들어, 딸내미 아이폰 스크린타임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던 로블록스

 

 

스크린타임은 딸의 동의하에 사용ㅋ 카카오를 위협하는 로블록스

 

 

로블록스에 집중하는 딸냄을 살펴보니, 한때 집중해서 했던 어몽어스나 마인크래프트와는 좀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점이 언뜻 보였던 거 같다.

그런 점들을 정리해 보자니,

 

 

1. 압도적인 시간 지배력

 

초등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이 이 정도면… 뭐, 미국은… 특히 첨엔 로블록스 UI나 디자인이 되게 조잡하다고 개인적으로 느꼈었는데, 보다 보니.. 미국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게 바로 이런 거지.. 여튼 그런 뉘앙스랄까 하는 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주말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로블록스의 광장으로 모인다.

 

 

헐… 압도적인 지배력 ㅠ

 

 

2. 메타버스, 가상현실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로블록스를 할 때 아이들의 경우 꼭 여러 친구끼리 카카오로 그룹 영상통화를 하면서 게임을 한다. 옆에서 눈치껏 지켜보고 있으면 문득 로블록스의 게임 공간이 가상현실인지, 그룹 영상통화 속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상현실인지 애매해진다.

로블록스 하면 메타버스 대표주자… 뭐 이런 식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옆에서 직접 보자니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사실 메타버스야 예전부터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으로 있어왔던 개념이 아닌가. 그런 개념에서 보면 모든 게임은 가상현실이고, 일종의 메타버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의 메타버스는 예전의 가상현실 개념과 분명 다른 점이 있는 같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예전과 달리, 가상의 공간을 현실과 공유하는 방식이 깊고 복잡해지고 . 로블록스의 사례로 적용해 보면, 유저들은 로블록스를 하면서도 동시에 카카오 그룹 영상통화나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상현실을 현실에서 공유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줌이나 카카오 그룹통화, 어쩌면 오큘러스 같은 VR 기기와 기술들이 이런 메타버스와 현실 사이의 공유 방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출처. 카카오 페이스톡, 로블록스의 필수품

 

 

그런 점에서 가상현실의 키는 얼마나 현실과 비슷할까 보다는, 얼마나 공유될 있는가 혹은 얼마나 참여할 있는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메타버스의 진화는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보다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현실과 공유하는 방식이 늘어나며 메타버스 2.0, 3.0으로 발전해 가지 않을까? 메타버스의 잠재력은 결국 가상현실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 기대고 있는 것 같다.

 

 

3. 탑다운은 금세 질리기 마련이다

 

로블록스는 유저들이 직접 창작자가 되어 게임 콘텐츠를 생산한다. 일반적인 탑다운 구조가 아니다. 유튜브와 동일한 구조다. 로블록스도 유튜브처럼 별도의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콘텐츠에서 창출된 수익에 대한 배분도 이뤄진다. 유튜브가 그랬던 것처럼 로블록스도 완벽한 수준의 콘텐츠는 아니지만, 가볍고 신선한 감각으로 무장한 콘텐츠들을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탑다운 구조는 결국 금방 질리게 마련이다.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이 급격하게 내리막의 길을 걷게 되는 것도 그런 탑다운 구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유저들이 직접 게임 자체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경로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은가…

 

 

출처. devforum.roblox

 

 

물론 유튜브처럼 로블록스에도 창작자 생태계가 대중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 툴 자체가 그렇게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앞으로의 잠재력은 충분해 보였다. 로블록스와 함께 제페토 이야기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제페토를 하는 초등생을 본 적이 없어서 제페토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런 이유들로 로블록스에 주목하게 됐고, 포트폴리오에 추가했었다. 최근 급등 이후, 돈나무 누나가 계속 로블록스에 매도를 때리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로블록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여전하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동아시아에 있는 조그만 나라 초등생들의 시간을 지배할 , 기업의 힘과 기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Min 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