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코로나19 안에 갇혀 있다. 곧 집단 면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지고 언제 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백신만 맞으면 될 듯하던 초기와 달리 코로나는 계속 변이를 거듭하며 새로운 바이러스로 나타나고 있다. 처음으로 나타난 알파 변이 코로나에서 이제 델타 변이까지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살아남으려 새로운 변종으로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우리는 오로지 몇 종류의 백신에 의존하면서 마스크 벗을 날만 벌써 2년째 기다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의 터널 안에 있지만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업은 매출을 신장해야 하고 신제품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도 있으며 주주들에게는 투자에 대한 배당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비롯해 기업들은 각종 회의나 바이어와의 미팅을 ZOOM 혹은 구글 MEET와 같은 비대면 온라인을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언택트 상황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그동안 당연시하던 결혼과 장례 문화도 바뀌었고, 명절 친지 방문과 차례 문화에도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으로 인해 대면 영업인 경우 도무지 영업장에 손님을 받을 수가 없는, 그야말로 올스톱 상태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코로나 시국인 지금,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도구는 오로지 온라인뿐인 듯하다.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가 중심이 된 지금의 사회는 데스크톱 PC를 통하든, 스마트폰의 무선 온라인을 통하든 모든 것이 온라인이 기본 중심이 되어버렸다. 대면이 어렵다 보니 편의점도, 동네 어귀의 시장도, 맛있는 찌개 전문 식당도 꺼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결국 스마트폰 음식 주문 플랫폼을 통한 주문과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달 플랫폼은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많은 이들은 여기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있다. 2년여 동안 주문과 배달의 편리함에 대한 익숙함은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바로 찾아가는 마켓이다. 이제까지의 일반적인 배달 서비스가 아닌, 집 앞까지 찾아온 모바일 마켓에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일명 로보마트가 그것이다. 미국 산타 모니카에 있는 스타트업 ‘로보마트(Robomart)’가 달리는 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퍼마켓 뉴스에 따르면 로보마트는 2020년 12월 웨스트 할리우드 지역에서 시험 운행을 진행했으며, 최근 이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발표했다. 로보마트는 우버 등의 공유 차량 서비스처럼 고객이 앱을 통해 호출하면 집 앞으로 모바일 마켓 차량을 보내 고객이 직접 차량에 진열된 용품을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구글이미지; 자율주행 식료품 차량 스타트업 ‘Robomart’ / 로보마트홈페이지]

 


로보마트 측에 따르면 차량에 운전자가 있지만,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하진 않으나 호출을 받으면 5분 안에 목적지로 출발하게 된다. 도착 후 알림을 보내면 고객이 나와 직접 물건을 보면서 쇼핑을 하게 되는데, 로보마트의 고객은 앱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으며 물건을 선택하고 나서는 앱으로 문을 닫을 수 있다. 이후 고객은 앱을 통해 영수증을 받게 되며 등록되어 있는 카드로 결제한다. 또한 사용자는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제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도 있어 일반적인 온라인 구매와는 차별화된다. 그리고 로보마트는 제품군에 따라 다른 차량을 운행하게 되는데 현재는 샴푸와 손 세정제, 진통제 등을 판매하는 파머시 로보마트와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 등을 판매하는 스낵 로보마트, 신선한 농산물과 냉장 제품을 제공하는 그로서리 로보마트, 커피와 도넛 등을 파는 카페 로보 마트 등도 같이 론칭해 운영한다고 한다.(LA중앙일보, 2021.7, 재인용)

만약 이러한 로보마트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그 성공 여부가 궁금해진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여자들이 쓰는 연지, 분, 머릿기름 따위의 화장품과 거울, 빗, 비녀 따위의 장식품, 바느질 도구 및 패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물건을 가지고 집마다 방문하며 팔러 다니는 ‘방물장수’가 있었다. 이것이 7~80년도에 쥬단학 화장품에서 가방을 둘러메고 화장과 마사지를 해주던 형태로 발전되었다. 이런 방문판매 방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학습지 회사의 일일 방문 교사로 이어졌고 지금은 다양한 렌털 기기들의 활성화로 정기적인 점검과 서비스를 매개로 하는 비즈니스로 확장되어왔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억한다면 위의 로보마트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로보마트 형식에 적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언택트 환경에서 그동안은 온라인상의 사진으로만 보고 구입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제 사전 신청한 고객들에게 로보마트를 보내 생활용품을 직접 보고 선택,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제 굳이 동네 시장이든 대형마트까지 신선 식품과 같은 식료품을 사러 가지 않아도, 움직이는 모바일 식료품점이 떡 하니 집 앞에 도착해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대가 왔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고 집 앞까지 배달받는 간편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식료품의 약 60%를 차지하는 농산물과 같은 부패성 식품은 그중 단지 5% 만이 온라인으로 배송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소매 단위의 배달 가격이 비싼 것도 있지만, 특히 신선도가 요구되는 농작물의 경우 소비자는 자신이 직접 신선한 농작물을 고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로보마트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 소매 단위의 농산물을 싣고 소비자에게 찾아가 직접 신선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즉 매장의 진열대를 통째로 소비자 앞으로 가져다주니 판매자나 소비자 양쪽 모두 신선 식품의 부패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전기를 이용해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에 부담되던 배달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도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본으로 최근 국내에도 스마트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개별 농가에도 스마트 기기에 대한 생각들이 널리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로보마트와 같은 전기차 개념의 자율 식료품 마트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중간 마진 없는 직배송으로 산지의 식료품을 그대로 값싸게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lphaWise, Morgan Stanley Research]

 

 

이러한 로보마트와 같은 물류의 변화는 국내에서 식료품을 메인으로 아침 일찍 배송하는 마켓컬리의 경우 고려해볼 만 한 비즈니스로 보인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개인 농가에서 직접 로보마트 같은 시스템들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기에 마켓컬리와 같은 현재의 배송 시스템에 획기적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견해보는 측면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사람의 직접적인 배송으로 인한 물류 상 리스크와 코로나19로 인한 문제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방문 횟수를 정해 패키지 서비스를 구성해 고객을 유치한다면 식료품점의 월 구독 개념이 형성되어 수익에도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수익 모델의 다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이 모두는 적절한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구축되어야만 가능하다.

앞선 예상과 함께 로보마트는 다양한 편리 서비스 외에도 관리자를 위한 통합 관리 플랫폼 서비스 또한 제공하는데 서비스 관리자는 ‘Fleet Management System’을 이용해 실시간 영업 현황부터 재고 관리, 주문량 체크, 원격 조작이 가능하며 판매 통계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식료품 상점의 ‘환골탈태’ – 자율주행 식료품 차량 스타트업 ‘Robomart’ 분석, 재인용)

 

 

[출처 : 로보마트 공식 홈페이지]

 

 

위 로보마트 예시는 새로운 물류의 진화 중 하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택시 등을 운송 수단으로 음식이나 택배를 나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는 택시운전자가 음식이나 택배를 나른다는 측면에서 로보마트의 신선한 식료품과 다양한 생활용품을 자율 자동차로 운반하는 것과 근본적 차이가 있고, 이동 수단 오토바이 배달로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보급률과 코로나 상황 등에 의해 개인들의 택시 이용률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고민할 가치는 있어 보인다.

게다가 끊임없이 타다, 우버, 카카오와 같이 다양화되고 고급화된 편리한 운송 수단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택시 운송 사업은 이미 사양 산업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 택시가 음식물 등 택배를 ‘나를 수 없다’라고 한 기준은 없기 때문에 배달·배송 가능 여부를 명확히 할 수 없어 애매한 상태에 있기는 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노선사업자’는 소화물을 나를 수 있는데, 그 덕분에 고속버스는 고속버스 택배 등과 같은 별도의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다. 다만 택시는 ‘구역 사업자’이기 때문에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스타트업 ‘딜리버리 티(Delivery T)’는 2019년 스마트 택시 배송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20kg 미만, 4만㎥ 이하의 물건은 화물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물품만 받아 퀵서비스처럼 배송하겠다고 하고, 서울 개인택시 지부들과도 협약을 체결해 2000명 이상의 택시 기사가 참여 의사를 보였었다. 그러나 딜리버리 티의 택시 배송 서비스는 현행법상의 모호함이라는 규제 논리에 막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딜리버리 티의 스마트 택시배송 서비스 설명]

 

 

이 사례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2019년 4월 과기정통부에 ICT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으나, 2019년 6월 열린 사전 심의 회의에서 용달, 퀵 업계 관계자의 반대에 막혀버린 이후 2019년 12월 서울 외곽 지역에서 전국 모범운전자연합회와 함께 다시 서비스 운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토부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해당사자 각자의 비즈니스와 얽혀 있는 부분이라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의 변화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을 통해 퀵/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배송을 담당하는 ‘카카오 픽커’의 배송보험 등 혜택과 관련해 퀵서비스 및 이륜차 배달기사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플랫폼 택시 운송 외에 새로운 수요를 공급해 택시기사의 수익을 늘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2019년 딜리버리 티가 실패하기는 했으나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배송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며, 단지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언택트 사회 내 다양한 이동용 물류의 새로운 진화를 통해 분명 소비자들의 편리가 더욱 향상되지 않을까 판단된다. ([커머스BN 비하인드] 카카오가 ‘택시배송’을 준비 중이다?, 재인용) 물론, 택시라는 이동형 배송 시스템은 결국 운전자가 상품 전달자가 되므로 미국의 로보마트 같은 개념과는 다른 형태라서 감염이 우려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는 다소 아쉬움도 있다.

최근 독일 글로벌 물류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공정위로부터 업계 2위인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권고 받았는데, 시장에 나온 요기요는 GS리테일/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는 이처럼 대기업 참여로 치열한 물류 플랫폼 전쟁에서 제2, 제3 물류 체계의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길어지고 있는 언택트 환경을 새로운 물류의 진화로 변화시키느냐, 그대로 주저앉느냐의 길에 놓여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동구 아파트단지 후문의 택배상자  /  구글이 개발한 배송드론 ‘WING’]

  

 

한편 얼마 전 서울 강동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단지 내 택배 차량 운행을 금지함에 따라,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밖에 택배 차량을 주차해 둔 채 아파트 후문에 택배 박스를 쌓아둬 주민들이 택배를 찾으러 오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도 택배 기사들도 큰 불편을 겪었었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습책을 찾기는 했지만 상호 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상태에서 봉합된 사례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태는 물류로 인한 리스크 중 하나의 사례이지만, 새로운 물류 체계의 진화는 이제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사회’라는 상상치 못했던 삶의 연속성에서 건강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은 아파트 주민이나 시민, 소비자들, 그리고 택배업체나 물류 관계자들 모두가 같을 것이다. 이는 이전까지 국내의 대다수 물류창고는 전통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전히 주문 단계부터 배송 완료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 준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관계 기관이나 업계에서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 중인 가운데, ‘물류 4.0’이라는 개념의 ‘스마트 물류시스템’은 이러한 한계를 이겨낼 4차 산업 기술의 집합체다. 인공지능(AI) 기술부터, AR,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기술까지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해 물류를 고도화하는 과정을 준비 중이다. 특히 강동구의 사례에서 고객 안전을 도모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배송 분야에서도 로봇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 1월 택배배달 로봇 ‘스카우트(Scout)’의 시험 배송을 시작해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앞당긴 유통·배송 혁신의 미래, 스마트 물류…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택배로봇으로 배송하고, 재인용)

이처럼 물류의 진화를 통해 조만간 우리네 가정에서도 로봇 배달원을 만나지 않을까 예상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물건을 주문한 소비자의 심리적 안정과 정확한 배달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물류 산업 수요와 관심이 급증하며 다양한 물류 혁신을 통한 노력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통상적인 물류 업체 자체의 설비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미래의 소비자들이 느낄 만족스러운 물류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한 물류 플랫폼은 결국 AI, IOT 등 ICT 테크놀로지와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마케팅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삼 물류 체계의 혁신적 변화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