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이 될 정도로, 스타트업과 창업은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이자 화두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트업, 창업’ 하면 덜컥 겁부터 나거나,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대다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일생에 누구나 한번은 창업을 해야 하는 현실이 도래했다고까지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명제일 것이다.

 

 

 

  알다시피 전통적 개념의 일자리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을 통해 일자리는 빠르게 무인화·자동화 되고 있고, 글로벌 경제 불황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고용 시장의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5.7%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9.5%에 달한다. 작년 한 해에만 취업할 의욕을 잃고 아예 경제 활동을 접은 청년층이 1년 전 보다 24%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대기업 공채 문화도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도 없고, 모두가 공무원이 될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설령 취직을 한다고 해도 정년까지 일하기는 쉽지 않다. 100세 시대에 50~60대면 노동의 현장에서 떠밀려 나와야 한다.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퇴직 후 최소 30년, 4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갈 돈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노후 설계를 잘해도 최소 20~30년 이상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인 시대가 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이전계정(연령 간 경제적 자원의 흐름계정)’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27세부터 흑자 인생을 시작하다가 41세에 흑자의 정점을 찍는다. 그러다 점차 흑자폭이 줄어들다가 59세부터는 적자 그래프를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시절에 벌어 놓은 돈으로는 59세부터 적자 인생을 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준비되지 못한 퇴직이 가까워져오면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가 바로 재취업의 모색이다. 그동안의 경력과 전문성을 살려서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실상 나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해도,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한 은퇴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50대, 60대 중장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퇴직 후 재취업 일자리 경로를 분석한 결과 퇴직자의 절반 이상(51.0%)이 퇴직 후 2회 이상 재취업을 했고, 3회 이상은 14.5%, 또 4회 이상은 9.6%로 나타났다. 퇴직 후의 평균 구직 기간은 5.1개월, 새로 취업한 직장에서의 평균 재직 기간은 18.5개월로 나타났다. 즉 퇴직 후에 열악한 노동 시장에 던져져서 5개월 준비해 취업에 성공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2년도 못 버티고 퇴직하고 다시 또 준비하고 퇴직하는, 이런 양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몇 년은 보장될지 모르지만 퇴직 후 최소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놓고 보면 끊임없는 불안감으로 재취업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삶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두 번째 선택은 바로 생계형 창업이다.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프랜차이즈 개업이나 편의점, 식당 등 장사에 뛰어드는 경우다.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퇴직자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패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수가 되기 쉽다. 평생을 닦아 온 기술이나 경력을 내려놓고 자신과는 1도 관계없는 자영업에 뛰어드는 건, 20살 때부터 동물원 안에 있었던 사람을 60살에 정글에 풀어놓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크게 심화된 상황에서 실제로 은퇴 후 창업에 뛰어든 10명 중 6명은 3년 이내 폐업을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퇴직 타이밍이 왔을 때 준비가 된 사람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이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30~40대 때부터 미리 자신의 관심 분야나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필수다. 어느 노후 생활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강사가 주장하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람은 태어나 30세 까지는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받고, 30세부터는 사회에 나와 남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벌어주는 시기이고, 60세부터 진짜 자기 인생을 살게 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50~60대 은퇴를 앞둔 시점에 창업을 설계하거나 구성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청년 시절부터 창업을 꿈꾸고, 플랜을 짜가면서 미래의 설계도를 단계별로 구축해나가야 한다. 

 요약해 보자면 일자리를 얻기 힘든 청년 층은 물론, 회사에 취직한 청년이라도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서는 ‘창업’이라는 화두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뀌는 절실한 문제가 아닐까. 100세 시대, 결국 우리는 일생에 한번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창업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