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치고 나가는 중인 토스에 대한 단상

 

 

8월 말, 토스 앱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메인 화면과 여러 메뉴들을 개편한 건데요.

왠지 같은 달 시작한 온라인 콘퍼런스인 Simplicity 21과 시점을 맞추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시기적으로도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로서 핀테크 전반을 두루 보고 있는 저로서는, 이번 개편이 자뭇 흥미진진했는데요. 

왜 그런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같이 논해보고자 합니다. 토스의 그간 행보와 함께요. 그냥 보면 심심하니 타임라인으로 쭉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모두 제 뇌피셜 가득한 웹소설(?!)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

 

 

 

2019/12/18 – 오픈뱅킹 전면 시행 

 

벌써 2년이 지났네요. 19년 말,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되었습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은행계좌조회와 이체를 열어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19년 말~20년 초에 은행들마다 서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뿌려가며 경쟁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소비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지만 뒤에서는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데요. 오픈뱅킹 시행으로 인해 핀테크사가 건당 은행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1/10로 줄어든 겁니다. 그동안 토스 앱을 통해 이체를 하면 건당 400~500원이 들었지만 확 줄어든 거죠. 10회 송금 제한이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다른 핀테크사들이 송금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반면 토스는 10회만 무료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토스 프라임(구독형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하면 송금 무제한 무료)과의 방향성 이슈, 그리고 재무건전성 차원이었지 싶습니다. 2020년 영업비용 1,990억 원의 43%가 송금수수료였을 정도이니 그동안 적자폭이 컸던 것이죠. 그리고 고객 분석을 해 보면 라이트 유저에겐 10회 무료 송금으로도 충분하다는 숫자가 나왔을 겁니다. 주거래은행을 통해 무료 송금을 다들 쓰고 있을 테니까요. 

 

 

2019/12 – 토스 뱅크 예비인가 획득, 21/6 본인가 획득

 

인터넷 전문은행은 본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예비인가가 문제입니다. 예비인가는 정말로 은행업을 허가할지 결정하는 것이고, 본인가는 요구사항을 충족했는지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스는 한 번 실패하고 두 번째 시도에서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2021/7/26 – 마이 데이터 오픈 연기

 

2020년 말부터 금융업계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핫 키워드가 마이데이터입니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우니 권한을 위임 받은 사업자가 이를 통합 조회/관리하면서 여러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사실 이 정의마저 제각각일 정도로 업계는 혼란스럽습니다만 아무튼..) 이 사업을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연초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원래 마이데이터 시작은 8월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런저런 이유로 2021년 12월로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2021/8/2 토스 송금 무료 선언

 

오픈뱅킹 시행 이후에도 수수료 무료 이체 10회를 고집해오던 토스는 8월 초 송금 무료를 선언하게 됩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고객 사용 패턴을 뜯어보며 연구한 결과일 겁니다. 저도 토스 사용자들의 행태가 궁금한데요. 10회라는 제약 조건이 있고, 대체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토스의 송금을 고객들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었을지 말이죠. 송금에서 토스의 위상은 아마 2015년 처음 토스가 나타날 때 내세웠던 만큼은 아닐 겁니다. 카카오톡 내부에서 카카오페이가 송금을 시작했을 때 주도권이 넘어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히려 송금보다는 PFM(개인자산관리)이 훨씬 MAU 상승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이를 수치로 보다가 내린 결정일 겁니다.

그리고 선언은 토스뱅크 오픈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집니다

토스뱅크는 토스 앱과 One App으로 갈 것이라고 이미 발표되었습니다. 토스증권처럼 토스뱅크도 하단 1개 탭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토스증권은 그야말로 증권업이었기 때문에 토스의 기존 서비스들과 비교적 충돌이 적었습니다. 증권탭은 토스 PFM의 계좌 이외에는 연계되는 부분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토스 내에서 토스뱅크를 사용하는 고객은 토스머니와 토스 뱅크 계좌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선불 사업을 하다가 은행업을 같은 앱에서 영위하는 첫 사례가 되니까요. (물론 네이버 페이가 미래에셋 CMA로 유사한 상황을 맞을 뻔했습니다만) 

아마도 토스뱅크는 토스 사용자의 앱 사용 행태를 해치지 않으면서 토스와 토스뱅크 서비스를 합치려고 할 겁니다. 앱 사용성 측면에서도 토스의 송금과 토스뱅크의 송금을 구분하는 것부터가 사용자에겐 불편이고, 스트레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토스의 송금 무료화는 토스뱅크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2021/8/25 토스머니카드 종료 공지

 

19년 4월 오픈한 토스머니카드의 종료 공지 또한 토스뱅크를 염두에 둔 행위로 보입니다. 공지사항 아래쪽에 깨알같이 토스뱅크 (아마도 체크) 카드를 언급하고 있네요.

 

 

카드종료 알림. 토스뱅크카드로 유도 중

 

 

그리고, 2021/8/30 개편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앱 개편 감상 쓰려다가 연간 리뷰를…) 암튼 그래서 토스 앱 개편이 최근 있었습니다.

토스는 핀테크 앱 중에서도 앱 업데이트가 매우 잦은 편입니다. 그만큼 정말로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을 짚어봅니다.

 

 

(1) 장점: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보여주는 듯한 소비분석

 

소비 탭에서는 일자별 입출금 내역 표기, 소비현황 분석 등에 힘을 준 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몇몇 순간에는 자동으로 해당 항목을 먼저 보여주는 등 자신감이 마구 묻어나는데요.

이 부분은 과거 뱅크샐러드가 잘하던 부분이었는데, 토스가 다 해 먹겠다는(…) 느낌입니다. 

더불어 월 정기결제 건을 보여준다거나 소비 카테고리에 대한 정보 제공도 좋습니다. 막 도움이 되고 너무 필요한 건 아닌데, 과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 

토스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내년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모두들 시도할 서비스입니다. 스크래핑으로 먼저 어느 정도 마이데이터를 구현하고 있는 것인데요. 다른 누가 서비스를 해도 이보다 더 파고들기에는 어려울 상황입니다. 마이데이터 시대라고 해서 마구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진 않을 거란 말입니다.

 

 

(2) 장점: 빨라진 토스증권

 

올해 2월 토스 증권탭이 생긴 이후 많은 유저들이 ‘빠릿빠릿하지 못하다’며 항의한 바 있습니다. 증권서비스는 어렵습니다. 실시간으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지연이 있으면 안 되죠. 증권사 앱이 괜히 수시로 다운되는 게 아닙니다. 

토스증권은 MTS를 잘 구현해 냈지만, 워낙 사용성이 좋은 다른 메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워 보였습니다. 일반고에선 1등 할 실력인데 과학고에서 고생하는 느낌이랄까요. 백엔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대충 보여서, 저는 저 정도 해낸 것도 어디냐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 후 전보다는 확연히 빨라졌습니다. 트레이딩 메뉴는 여전히 느려도 첫 로딩은 전보다 빠릅니다. 전보다는 더 증권 탭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3) 단점: 불편해진 PFM (Personal Finance Management)

 

‘계좌’와 ‘소비’ 탭을 부각시키고 자동차, 부동산이 메인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다른 자산관리 앱 특히 뱅크샐러드와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토스는 계좌(보유계좌/토스증권투자/저축/대출), 소비(카드/소비분석) 이렇게 둘만 남기고 모두 별도 메뉴로 날려버렸습니다. 네, 깔끔하고 좋습니다. 사실 자동차나 부동산은 매일 가격 변화가 큰 자산은 아니니 매일 볼 필요가 없죠.

문제는 예전에 있던 편집 기능이 ‘소비’탭에서 사라진 겁니다. 카드 사용 건이 발생하는 대로 금액 내림차순으로 보여주도록 바뀌었습니다. 많이 쓰는 카드를 먼저 보여주겠다는 겁니다만, 저는 불편했습니다. 저는 아파트 관리비만 결제하는 카드를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카드는 실적도 알아서 충족되고 (관리비가 금액이 크니) 혜택도 알아서 혜택을 받고 있는 터라 토스 앱에서 안 봐도 됩니다. 그런데 다른 카드들을 많이 쓰기 전까지는 이 카드가 최상단에 노출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이 카드 안 보이게 하고 싶어서 어젯밤 편집 버튼을 찾느라 20여분을 헤매니 살짝 화가..)

고객 행동 수도 늘어났는데요. 카드 사용내역이나 실적충족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기존에는 ‘App 구동 – 스크롤’ 이면 되었던데 반해 이제는 ‘App구동 – 터치 – 터치- 스크롤’ 이 되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

 

 

마치며: 토스가 그리는 미래

 

토스는 카카오, 네이버와 함께 국민 비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질병관리청의 전자출입 명부(QR 체크인)도 하고 있죠. 또 만보기 서비스로 하루 최대 100원씩 고객들에게 돈을 뿌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트래픽을 위해서입니다. 토스는 자전거 같은 거라, 트래픽이 없으면(속도가 줄어들면) 넘어집니다. 돈을 써서라도 사람을 모아야 합니다. 수익은 그다음입니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이 되었습니다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카카오톡이 없는 미래는 이제 상상하기 힘들지만, 토스는 아직 없으면 되는 앱의 반열에는 들지 못했습니다현재 토스에서 하는 서비스는 모두 대체재가 있으니까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끊임없이 달리는 이유는 사실, 아직 대중을 사로잡은 킬러 서비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토스는 목 좋은 곳에 있는 백화점일 뿐입니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건 일개 백화점이 아니라 그 안에서 파는 명품 브랜드죠.

증권, 뱅크, 페이먼츠, 인슈어런스가 명품 브랜드가 되고, 한 백화점에서 유통되는 것. 그게 토스가 그려야 할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2021년 하반기가 토스에게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21년 말쯤 브런치를 쓸 때 어떤 성적표를 보게 될지 궁금합니다.

 

 

길진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