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매체와 마케터의 상관관계 #2

 

 

 시장은 제로 섬 게임과 같다. 제품 하나가 팔리면, 다른 제품은 하나가 덜 팔린다. 내가 광고를 내보내면, 누군가는 광고를 노출할 기회를 빼앗기거나 나보다 더 높은 광고비를 지불해야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광고 지면에 대한 입찰 경쟁에서 이겨 광고를 노출하더라도, 반드시 소비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백 명에게 광고를 보여주면, 두세 명 정도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두세 명이 보이는 관심도 대단한 관심은 아니다. 기껏 해야 클릭 한 번, ‘좋아요’ 한 번 정도다.

그렇게 약간이라도 관심을 보여준 소비자가 모이고 모여 백 명이 되면, 다시 그중에서 두세 명 정도가 회원 가입이나 구매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그리고 끝이다. 여기서 관계를 끝내지 않은 일부 소비자들이 모이고 모여 다시 백 명이 되면, 다시 그중에서 두세 명 정도가 재방문을 하고 재구매를 한다. 그중 일부는 우리의 서비스나 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마케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퍼널(Funnel, 깔때기)’을 쥐고 있는 일과 같다. 많은 사람에게 제안하고, 제안한 횟수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로부터 반응을 얻는다. 그런데 깔때기를 쥐고 흔드는 건 우리들 뿐만이 아니다!

 바로 옆에도 다른 매장이 있고, 바로 위아래에 다른 웹사이트가 있다.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피드 등에서 우리들의 광고를 본 다음에 우리 경쟁자의 광고도 본다. 스크롤을 조금만 내리면, 다른 깔때기의 통로가 보인다. 그런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재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은 모든 깔때기의 끝으로 들어갈 만큼 돈이 많지 않다. 우리 제품이 팔리면 남의 제품이 안 팔리고, 남의 제품이 팔리면 우리 제품은 안 팔린다. 그래서 시장은 제로 섬 게임과 같다.

 

 

 

 

 그리고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마케팅의 세계적인 권위자, 세스 고딘은 일찍이 ‘퍼미션 마케팅‘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퍼미션 마케팅>이라는 책은 무려 1999년도에 나온 책이다. 22년 전에 나온 마케팅 도서가 지금에 와서도 쓸모가 있을까? 물론이다! 오히려 2021년이 되어, 퍼미션 마케팅은 다시 강조되어야 한다.

 

 

 퍼미션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세스 고딘은 ‘끼어들기 마케팅‘과 ‘퍼미션 마케팅‘으로 마케팅을 구분했다. 끼어들기 마케팅이란 우리가 익히 마케팅이라고 알고 있던 그것이다. 바로 광고다. 그리고 광고성을 띤 모든 마케팅 활동. 우리가 유튜브에서 영상을 하나 볼 때 영상의 앞이나 중간에 갑자기 나오는 그 광고.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피드를 스크롤할 때, 게시물들 사이로 쓱 끼어드는 그 광고.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 광고. 이런 일련의 모든 광고는 바로, ‘끼어들기 마케팅’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는 마케터 모두는 ‘끼어들기 마케터’다.

 그런데 끼어들기 마케팅을 하지 않고, 다시 말해 광고 매체를 활용하지 않고 우리는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가? 99.9%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할 것이다. 실제로 끼어들지 않고는 마케팅 활동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퍼미션 마케팅은 대체 무엇인가?

 퍼미션(Permission, 허락, 허가)이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퍼미션 마케팅’이란 ‘허락을 구하고 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뉴스레터를 구독할 때 우리가 스스로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하는 것, 이것은 퍼미션이다. 이벤트에 응모할 때, ‘개인 정보 활용 동의’를 허락하는 것, 이것도 퍼미션이다. 퍼미션 마케팅은 끼어들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이것을 데이트에 비유했다. 서로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듯, 서로 허락한 시간에 약속된 만남을 가진다. 퍼미션 마케팅도 그렇다. 동의를 얻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발송하고, 서로가 기대하는 무언가를 주고받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이런 행위 그리고 이와 유사한 모든 행위가 퍼미션 마케팅이다.

 퍼미션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다. 끼어들기 마케팅과 달리 귀찮음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의 개인 정보 보호 강화 정책이 시행되고 추적 투명성 정책과 서드 파티 쿠키 제한 정책이 강화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허락’을 받아야 한다.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타게팅과 마케팅 모두가 제한된다. 이런 시대에서, 퍼미션 마케팅은 주목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그럼 끼어들기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건가?

 아니다. 그 대신 우리는 퍼미션 마케팅을 할 때, 약간의 끼어들기 마케팅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끼어들기 마케팅에 퍼미션 마케팅 기법을 더할 수 있다. 이미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다. 우리가 흔히 ‘온사이트 마케팅‘이나 ‘인바운드 마케팅‘이라 부르는 여러 방법들과, ‘이메일 마케팅‘ 등의 메시지 마케팅 기법들이 그렇다. CRM 얘기냐고? 맞다. 그런데 거기에 약간의 다른 기법과 기술을 곁들인.

마케터들은 앞으로 광고 매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직접 보유한 매체, ‘오가닉 미디어’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번 글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이재인(앰비션플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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