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강력한 상징들이 성공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 주최자와 일꾼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베네치아의 카니발 마스크처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가면’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자유로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의 ‘가면’은 특허와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요?

특허권이 내가 가진 핵심 자산이라면, 외부의 공개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신의 특허를 ‘가면화’ 함으로써 자신의 진짜 힘을 숨길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상대의 ‘가면’ 속 진짜 가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면, 특허 전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1. 내 기술을 숨기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 특허 가면화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내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여야 합니다. 기술의 공개 없이는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의도입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

 

특허 제도의 범위 내에서 우리는 늘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특허권을 획득하고는 싶지만, 기술을 최소한으로 공개하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대답이 바로 ‘특허 가면화 전략‘입니다.

한국에서만 연간 20만 건의 특허가 출원되고, 전 세계에서는 연간 100만 건 이상의 특허가 출원되고 공개됩니다. 그러나 내 특허를 비식별화한다면 방대한 특허 DB 속에 자신의 기술을 숨겨둘 수 있게 됩니다.

즉, ‘특허 가면화’는 상대방이 진짜 내 기술을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일종의 트릭입니다.

 

 

출처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예고편>

 

 

2. 특허 가면화 전략의 구체적 내용

 

 

■ 내 특허를 비식별화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내 특허의 명칭을 일반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쉽게 말하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분홍색 옷을 입은 일꾼”이라는 명칭을 “오징어 게임의 일꾼” 또는 “일꾼” 등으로 간소화해 다른 사람들이 내 특허를 식별할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수백 명의 일꾼 속에서 원하는 한 명의 일꾼을 찾기 위해서는 수백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 특허 가면화 전략의 두 번째 방법은 내 특허의 특징과 장점을 숨겨두는 것입니다.

 

특허 문서는 내 기술을 요약하여 설명하거나 관련된 기술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내 기술의 특징과 장점을 변증법적으로 서술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 기술을 언급하며 내 기술의 차별성을 주장하게 되면 보다 손쉽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게 되지만, 내 기술의 위치를 적게 알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SLBM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바다를 지배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적에게 내 위치와 움직임을 숨기는 것입니다.

잠수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망망대해를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마지막으로, 내 특허의 용어를 새롭게 정의해 사용하여 내 기술의 내용을 숨길 수 있습니다.

 

100명의 작가가 글을 쓰면 100개의 문장이 나오는 것처럼 동일한 플롯을 가지는 스토리도 작가의 문체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글로 탄생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특허 문서는 AI가 발명하지 않습니다. 발명자나 대리인이 직접 문서를 작성함으로써 문서 작성자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글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자는 내 특허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새로운 용어를 창작하거나 변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일꾼이 쓰고 있는 “가면”은 “마스크”, “얼굴 가리개”, “보호장비”, “플라스틱판” 등으로 다양한 용어로 정의되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과 언어라는 도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무조건 숨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내 기술을 숨김으로써 경쟁사에 기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내 기술을 알기 어렵다면, 나의 동료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즉 자사의 기술이더라도 특허 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내부에서 관리하는 기술 문서와 외부에 공개하는 기술 문서에 차이가 있는 경우, 특허 포트폴리오 관리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에서 일꾼들의 가면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표시한 것처럼 ‘특허 가면화’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식별 표시들을 남겨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의 특허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허도 가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가면을 사용하는 경우 독창적인 기술과 특허의 개성이 사라지게 되는 점을 경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상징, 현대 사회를 넘어서 특허 업계에도 큰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