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개발자 영입 경쟁이 뜨거운 세상입니다. 더 좋은 개발자를 뽑기 위해 억대 연봉과 과감한 스톡옵션을 투자하기도 하죠. 서비스의 직접적인 퀄리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초기 서비스를 시작하는 기업이든 꽤 큰 성장을 이룬 기업이든 마찬가지죠. 

 

 

 

마케터는 어떨까요?

 

스타트업 채용이 주로 이루어지는 로켓펀치, 원티드를 보면, 여전히 많은 마케터를 뽑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일반 기업에서도 마케터 채용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죠. 놀랍게도 몇몇 채용 공고는 개발자 채용급은 아니지만, 꽤 좋은 대우로 마케터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에이전시를 나와 스타트업 업계로 넘어 온 케이스입니다. 첫 번째 스타트업은 이제 막 서비스 출시를 앞 둔 곳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마케터를 고용하는 곳이었죠. 그리고 현재 몸을 담고 있는 기업 역시 스타트업으로, 기존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마찬가지로 처음 마케터를 뽑는 곳이었습니다.

의외로 초기 스타트업이 마케터를 채용할 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비마케팅 분야 출신 조직은 ‘마케팅’에 대한 기대감과 ‘마케터’의 역할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었죠.

깊이 있는 채용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에 비춰 초기 스타트업이 마케터를 고용할 때 고려할 만한 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정답이 아닌, 생각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언제 마케터를 뽑아야 할까?

 

마케터 채용 시점은 서비스를 출시를 시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채용에 대한 여유가 있어야겠죠. 이때, 마케터 역할을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팅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엔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 아닌 돈을 쓰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비스 브랜드가 제대로 힘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성과를 내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브랜딩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케터 채용은 인건비 외에도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들에겐 돈이 곧 무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마케터 채용이 준비가 되었다면, 채용 시점도 중요하겠죠. 서비스 출시 전 채용의 장점은 서비스 이해도를 높이고, 초반 시장에서 포지셔닝에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서비스가 출시되었다면, 마케터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전쟁터로 보내보세요. 전투만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서비스가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겠죠.

 

 

 

 

퍼포먼스? 콘텐츠? 어떤 마케터를 뽑아야 할까?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한 명의 마케터 채용을 고려합니다. 여건상 2명 이상의 마케터를 내부에 둔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요. 공고를 살펴보면,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마케터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초기 스타트업은 어떤 마케터를 뽑아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 업계에선 마케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채용 공고를 위해 JD를 작성해야 한다면, 브랜드 마케터라는 이름으로 뽑고 싶습니다.

콘텐츠와 광고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 놓은 브랜드가 우선 되어야 모든 마케팅 활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NS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광고 집행의 밑바탕엔 브랜딩이 있습니다.

마케터에게 디자인 작업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간혹 마케터에게 디자인, 영상 툴 활용을 요구하고, 업무를 진행시키는 공고도 보입니다. 디자이너의 업무를 마케터에게 얹어 비용적인 측면은 줄일 수 있을 지 몰라도, 엄연히 다른 전문가가 있는 만큼 디자인 업무를 할 시간에 마케터는 마케팅을 더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년차의 마케터가 필요할까?

 

가장 쉽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많은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 환경, 그리고 주도적인 업무가 필요한 상황에서 너무 낮은 연차의 직원을 채용하기엔 부담스러우니까요. 물론, 연차가 능력을 검증하진 못합니다. 단지, 채용 실패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참고 사항일 뿐이죠.

그 채용 실패는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최소 3 이상의 경력을 가진 마케터를 채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1년의 마케팅 프로젝트 사이클을 경험해보고, 함께 일하는 다른 마케터에게 ‘마케팅’ 업무를 보고 배우며, 협업에 개념이 생길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3년의 시간이면 스스로에게도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길 때이니, 스타트업 성향과 잘 맞는 시기라고도 생각합니다.

 

업무 지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용자 입장에서 의외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마케터를 채용하며 기대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마케터와 하고 싶은 이 굉장히 많기도 하시더라고요. 특히, 서비스 출시를 앞뒀다면, 그 기대감은 더욱 커져 갑니다.

이제 서비스는 완성되었고, 마케터는 채용 되었으니 무언가 생길 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마케터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물론, 간혹 진짜 마법을 부리는 마케터도 있긴 하죠.) 마케터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정된 예산, 서비스 성공에 대한 부담감 등 많은 생각이 오고 가는 순간이죠. 

마케터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목표 공유해 주세요우리 서비스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나온 것이고, 올해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말이죠. 그럼 마케터도 정해진 기간에 어떤 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일지 고민할 겁니다. 새로움 마케팅의 굉장한 무기이지만, ‘꾸준함 무기가 됩니다. 계속 우리 서비스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마케터에게 시간과 믿음을 주세요. 좋은 마케터라면 누구보다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노력 중일 거니까요.

다소 부족하지만, 평소 갖고 있던 마케터 채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만약, 경제적인 여건만 된다면 두 명 이상의 마케터 그리고 콘텐츠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또한 리드할 수 있는 그로스 마케터 채용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마케팅 팀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의 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 

스타트업이라는 이름 하에 무분별한 업무 영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전형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