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앱의 사용자 경험에 대한 생각

 
 

최근 카카오페이가 메인화면 개편, 콘텐츠 추가 등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앱 안에서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서 → 카카오페이 앱으로 직접 유입되는 트래픽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카카오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앱으로의 유입을 높이는 건 카카오페이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카카오페이는 이번 업데이트로 의도한 성과를 많이 얻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도한 효과를 크게 얻지는 못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앱 안에서의 사용성은 오히려 혼란스러움이 커졌고, 제공되는 콘텐츠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요? 카카오페이 앱 경험 설계의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공급자 중심의 화면 구성 / 둘째, 중복되는 메뉴 구성 / 세 번째는, 매력 없는 콘텐츠입니다.

 


 

1. 이용자 편의를 가장한, 공급자 중심적인 화면 구성

 

보통 공급자 중심적인 구성은 기존 금융사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합니다. 그런데, 테크핀의 대표격인 카카오페이의 메인화면에서도 이런 공급자 중심적인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메인화면의 구성은 크게 두 페이지로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카카오페이증권계좌/ 송금 / 결제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화면이고, 두 번째는 자주 사용하는 생활금융 서비스들을 직접 구성 가능한 화면입니다.

 

 

 

 

그런데 자주 쓰는 기능을 꺼내 쓰라는 홍보문구와 다르게 첫 화면에서 커스텀 가능한 건 ‘송금 대상’을 미리 지정해 놓는 것과, ‘주 결제수단’을 설정하는 것 뿐입니다.

반면에 ‘페이 증권’이라는 카카오페이증권계좌 영역은 지나치게 크게 강조가 되어 있으면서(주황색 부분), 다른 위젯으로 변경도 안됩니다. 결제 수단으로 증권계좌를 많이 사용하고, 선불충전금도 많이 넣어 놓고 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카카오페이가 원하는 결제/송금 많이 쓰는 유저가 아니라면,  다른 많은 유저들에게는 이 메인 화면이 불필요한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카카오페이증권계좌로 결제만 주로 하는 유저의 경우

 

 

현재 증권계좌 위젯(주황색 영역)을 통해서는 잔액을 빠르게 확인하고, 송금/결제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아래쪽에는 결제 내역을 확인 가능한 위젯이 또 있어요. 만약, 카카오페이증권계좌로 결제만 주로 하는 경우라면, 증권계좌 영역을 선택했을 때 연결되는 거래내역 페이지와, 아래에 있는 거래내역 조회 메뉴는 기능 상 차이가 없게 됩니다.

 

 

– 결제/송금 말고, 다른 금융 서비스 위주로 사용하는 경우

 

 

 

카카오페이 안에는 결제/송금 이외에도 대출 비교, 버킷리스트, 신용관리 등 여러 서비스들이 있죠.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탭바에 있는 전체 메뉴를 없애버려서, 메인 화면을 통해서만 전체 메뉴를 조회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메인화면 중간에 있는 ‘전체보기’ 버튼이 탭바의 전체 메뉴 역할을 하는 건데 언뜻 보면 상단에 있는 대시보드 영역이 전체 화면으로 나올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잘 눈에 띄지도 않죠. 게다가 결제/송금 기능을 잘 안 쓰는 유저들에게 상단 영역은 전부 불필요한 공간으로 버려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자주 쓰는 생활금융 서비스 위주로 구성 가능한 두 번째 대시보드를 첫 화면으로 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직관적이지 않고 깊숙이 숨겨져 있어 해당 기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대시보드 순서 변경을 위해 개별 메뉴를 길게 터치해야 하는 것도 직관적이지 않고, 편집 메뉴에 있는 ‘홈 화면 편집’이라는 게 개별 메뉴 편집을 의미하는 건지 대시보드 자체의 순서를 변경한다는 건지 헷갈리죠. (위 프로세스 이미지 참고)

 

 

2. 중복되는 메뉴(위젯) 구성

 

두 번째 문제는 메뉴들 간 기능이 중복되고, 메뉴의 디자인이 모두 유사하여 강조 되어야 할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메인 화면 안의 고정 위젯 영역과 하단 메뉴의 중복

 

 

우선, 화면 상단의 ‘빠른 송금’ 위젯을 통한 송금 기능은  하단의 ‘송금’ 메뉴를 통해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송금을 한 명에게만 하지는 않죠? 단축메뉴에 지정해 놓은 사람에게 자주 송금하긴 하지만, 그 빈도가 데일리로 일어날 정도로 많지는 않다 보니 오히려 빠른송금 위젯 보다 하단에 있는 송금 메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 경우 상단의 위젯은 크게 의미가 없는 영역이 되는 거죠.  

한 사람에게만 송금을 매일같이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텐데, 굳이 메인 화면에 중복으로 영역을 고정 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주 결제수단’을 지정할 수 있는 위젯도 하단의 결제 메뉴와 기능이 거의 똑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자주 쓰는 카드로 조금 더 빨리 접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카드를 수십 개씩 세팅해 놓고 쓰는 것이 아니라면 하단 결제 메뉴에서 직접 카드를 찾아 써도 크게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한 화면에서도 기능이 서로 중복되고 있다 보니, 공간이 매우 낭비 되고 있고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 이벤트나 광고 영역이 다른 메뉴들과 구분되지 못함

 

 

 

두 번째 대시보드에는 쿠폰이나 이벤트 페이지로 연결되는 위젯을 설정할 수 있는데, 사실상 광고 배너 역할을 해야 할 이런 위젯들은 그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위젯들과 똑같은 크기와 색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조가 안되고, 여러 위젯 중 one of them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게다가 ‘서비스 기능’ 과 ‘광고 영역’이 같은 레벨로 대시보드에 구성되다 보니, 그 역할도 혼란스럽고요.  

 

 

 

 

차라리 위젯 컨셉을 사용할 거라면, 핸드폰 바탕화면처럼 결제/송금같은 자주 쓰는 기능들은 고정 영역으로 구성하더라도 나머지 영역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요? 굳이 결제/송금 페이지, 기타 서비스 페이지로 성격을 나누지 않아도 되고, 유저들도 이용 패턴에 따라 더 직관적으로 이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3.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매력 없는 콘텐츠

 

업데이트 이후 “금융 팁” 이라는 콘텐츠 메뉴가 탭바에 추가됐습니다. 콘텐츠를 강화해서 앱 방문을 늘리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문제는 제공되는 콘텐츠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우선, ‘금융 팁’ 이라는 포괄적인 범주로 콘텐츠가 제공되다 보니 경제 시사 상식 / 금융 상식 / 재테크 등 제공되는 주제가 너무 다양합니다. 너무 다양한 주제의 정보가 제공되어서, 오히려 무엇을 선택해서 봐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요즘은 좋은 뉴스레터 서비스들도 워낙 많고, 유튜브나 금융사 앱에서도 금융 상식을 재밌게 설명해주는 콘텐츠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굳이 카카오페이에 들어와서까지 볼만한 콘텐츠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콘텐츠도 하나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콘텐츠 역시 유저들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찾아보기에는 번거롭고 어려운’ 것들을 핵심만 정리해 준다거나, 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정보들 말이죠.

 

 

 

 

이런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게 ‘토스증권’의 뉴스 콘텐츠입니다. 개인적으로 토스증권은 서비스의 본래 이용목적(주식 매매)이 아니더라도, 콘텐츠 때문에 자주 들어가 보게 되는 유일한 서비스입니다.

토스증권의 콘텐츠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여러 뉴스들 중에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주요 이슈만 골라서 쉽게 소개해주고, 그래서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 에 대한 답을 주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한 최신 뉴스만 골라볼 수도 있구요. 토스증권의 메인 타깃인 ‘주린이’ 유저들에게는 딱 필요한 콘텐츠죠.

이렇게 콘텐츠가 유저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니 콘텐츠를 보려고 앱의 방문율이 높아지고, 결국 콘텐츠를 통해 주식 매매까지 이어질 확률이 크겠죠. 콘텐츠가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 겁니다.

즉 서비스 안의 부가 기능으로서 제공되는 콘텐츠는 명확한 타깃과 콘셉트를 설정하고, 이용자들이 서비스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페이의 콘텐츠 역시 단순히 금융 상식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에 대해 좀 더 뾰족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지금까지 카카오페이 앱 사용자 경험의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지금의 카카오페이 서비스는 고객 편의와 공급자 중심 서비스의 중간에 있는, 이도 저도 아니게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상태라는 느낌입니다. 금융 콘텐츠를 통해 앱 안으로 유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성격도 애매하구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체 앱의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 에 대해 아직은 의문이 듭니다.

얼마전 카카오페이의 월 MAU가 약 2,000만 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과연 이 수치 중에서 카카오페이 앱 사용자는 얼마나 될까요? 카카오톡을 통한 페이 송금을 하거나, 카카오톡 앱 안의 페이 서비스에 접속한 수치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카오페이가 향후 PB서비스, 다양한 금융 상품을 중개하는 핀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앱으로의 직접 유입을 높이는 게 큰 숙제일 겁니다. 카카오톡에 의존하지 않고, 카카오페이 앱 안으로 이용자들을 모으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를 기대합니다.

 

 

나노 UX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