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80년대생을 가리키는 말로 ‘낀대’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7090 사이에 껴버린 80세대 젊은 꼰대라면서요. 저 역시 80년대생으로 어느 정도 이 표현에 공감하는데요, 사고방식이나 행동 습관뿐 아니라 직장 생활과 커리어 면에서도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잣대와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지금 3040세대인 80년대생은 세상이 돌아가는 한 가운데에서 큰 영향력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윗세대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배운 것들을 새로운 환경에 알맞게 튜닝하는 재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몇 제 지인들에게 스타트업 취업에 대해 물어보면 절반은 상당히 호의적이고, 나머지 절반은 약간의 우려 섞인 견해를 내놓기도 합니다. 첫 직장 생활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직장 생활 10년차,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팀원으로서 저 또한 가지고 있었던 편견과 걱정,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조금이나마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 스타트업은 아마추어가 하는 것이 아니다.

 

100명 안팎의 인원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저는 왠지 초창기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날것, 풋풋함, 서툴고 어리숙함’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때문에 팀에 합류하면서도 좀 걱정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회사에서 개발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데이터 솔루션이 잘 되리라는 확신이 있고, 사업 분야의 비전이 상당히 밝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있었지만 동시에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입사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이런 우려는 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게 창업자의 전문성을 빼놓고는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저 ‘이 시장이 잘 될 것 같아서,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면 돈 좀 벌 수 있을 것 같아서’하는 지레짐작으로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내공이 상당한 분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두가 프로예요. 그리고 저희 팀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기업인데, 드라마에 나오는 검은 뿔테 안경 쓰고 더벅머리에 만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백팩 멘 창업자 없습니다. 이 얘길 꼭 하고 싶었어요. 공대 출신 개발자에 대한 고정관념이요. 솔루션 개발뿐 아니라 IR과 같이 대외적인 활동을 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개발자이자 비즈니스맨이기도 합니다.

 

 

■ 스타트업의 목표는 대기업이 아니다.

 

저만해도 에이전시에 있을 땐 인하우스 가는 게 목표였고, 중소중견기업에 있을 땐 대기업 가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규모가 큰 조직으로 갈수록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지키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오랫동안 일정 운영 방침을 따랐던 기업에서는 그로 인해 얻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가이드를 권하고요, 그걸 모두 따르기엔 윗세대의 3040 시기에 비해 지금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요. 가까운 지인 중에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에 오랜 기간 재직한 30대 한 분이 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본인을 ‘80년대 산업 역군이 아직 여기 있다’며 농담 섞인 신세 한탄을 하더라고요.

 

 

 

 

저희 팀은 공동 창업자 한 분이 누구나 다 알만한 S기업 출신이에요. 그래서 일부는 대기업의 기조, 신념을 따르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대기업을 목표 삼아 모방하지 않습니다. 큰 조직에서 경험한 부조리나 불합리함을 깨기 위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팀의 성장을 위해 팀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전 직장 생활에서는 알게 모르게 내가 조금 손해 보고 좀 더 일하고 해야 한다는 암묵적 결의가 당연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아요. 지나치게 말하면 개인적이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시대에 맞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트업의 시계는 하루도 허투루 가는 날이 없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앞서 작성한 내용에서 언급했듯 저는 100%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더러는 사정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율, 협의하기도 합니다. 이런 얘길 하면 집에서 딴짓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 자주 듣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우선 자율 출퇴근,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 없죠. 덕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 여유가 있어요. 한편 비교적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각자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과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때문에 엉덩이를 붙이고 일하는 동안 미션을 잘 수행하도록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당연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위해선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책임져야 할 몫이 있고요.

그리고 이건 쓰면서도 어쩐지 송구스러운 마음이 드는데요. 저는 스타트업에 취업한 거잖아요. 정말 윤택한 환경에서 많은 배려를 받으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업자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워라밸은 팀원들의 몫이고, 창업자들은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란듯해요. 이전 회사 생활에서는 윗사람으로부터 ‘이거 한 번 해볼래?’라는 말 자주 들었고요, 지금은 저희 대표, 이사로부터 ‘제가 확인하고 말씀 드릴게요’라는 말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스타트업에 ‘취업’해 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 스타트업에 핏이 맞는 사람이 따로 있다.

 

지금 이 팀에 합류하기 전에 다녔던 직장은 ‘이렇게까지?’ 생각할 정도로 친절했어요.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2주 이상 OT를 진행했는데요, 직무 관련 인사이트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매너, 하물며 메일 관리하는 요령까지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저희도 온보딩 과정이 있어요. 현재 저희 팀은 중간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창업자와 1 on 1으로 진행됩니다. 일장일단이 있어요. 창업자와 같은 직무를 하는 팀원은 비교적 밀접하게 이 과정을 거치는데, 아닌 경우에는 자기주도적으로 업무에 최적화된 요령을 찾을 필요가 있더라고요. 이게 좋은 점은 상당히 자율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와 맞는 업무 스타일을 크게 손보지 않고, 누군가에게 강요 당하거나 강요할 필요 없이 일할 수 있거든요.

 

 

 

 

저희 팀을 예로 들자면 개발자, 컨설턴트는 다수인데 홍보, 디자인, 영업은 담당자 각자 한 명이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스스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내공과 책임감이 필요해요. 경력자로서는 자율성이 존중되고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지만 첫 직장 생활을 하는 분이라면 직군에 따라 어느 정도 비범한 인물이어야 즐겁게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약간의 부끄러움과 실패도 감수할 수 있는 분이 스타트업에 잘 맞겠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은 시도도 많고 실패도 많은 조직인데요, 때문에 체면치레가 전혀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일단 시작하고 실패도 성공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분이 스타트업에 적합한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고요.

 


 

‘네카라쿠배당토’라는 신조어 알고 계신가요? 대한민국의 대표 유니콘 기업들(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을 모아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 판교에서는 취업 준비생 이력서가 네카라쿠배당토로 모두 몰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미래의 유니콘 기업이 될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여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바, 충분히 추천할만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오버노드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