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를 탄생시키는 뿌리 ‘기업가 정신‘   

   

이제 창업이라는 실전에 돌입하기 위해 미리 체크해야 할 부분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흔히 창업의 3대 요소를 아이템, 돈, 사람이라고 한다. 대부분 특화된 아이템이나 기술, 자금이 있다면 창업을 위한 준비가 갖춰졌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 특히 나 자신의 창업가로서의 기본 소양이다. 경영 이론이나 실무 지식 등의 부족한 점은 배우면서 채워갈 수 있고, 팀원이나 동업자들로부터 보완이 가능하지만, 태도와 정신은 다르다. 스타트업 창업은 매일매일 도사리는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과정인 만큼, 내가 이를 넘어설 자세와 의지가 있는지부터 점검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태도는 ‘기업가 정신‘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스타트업 창업가의 길로 이끌어내는 근간, 그리고 창업 과정에서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다. 특히 기업가 정신은 팬더믹 위기 상황을 돌파할 시대 정신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과연 왜일까. 한 스포츠 선수의 사례를 보자.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종목에 안전을 위해 처음으로 매트가 깔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높이뛰기 선수들은 앞으로 도약하여 몸을 옆으로 비틀어 바를 넘었다. 그런데 한 선수가 매트라는 변화가 생기자, 유일하게 뒤로 점프해서 바를 뛰는 기술을 시도하게 된다. 결국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신기록까지 달성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스포츠 역사를 바꾼 인물 중 한명인 ‘포스베리’이다. 매트가 깔리는 변화는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왔지만, 포스베리만이 유일하게 발상을 전환해서, 새로운 방식의 접근 즉 혁신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사실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은 전세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 변화이지만, 그런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도 발상을 전환해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바로 이것이 기업가 정신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대 정신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학문적인 의미로의 기업가정신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정신(entrepreneurship)‘이며, 1934년 경제학자인 슘페터에 의해 개념이 정의된 이래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와 해석이 뒤를 따랐다. 그중 공통으로 언급되고 강조되는 내용은 자기 주도형 삶의 자세, 기회의 발견과 포착, 불확실성의 존재와 한정된 자원 기반의 혁신적 도전, 위험의 체계적 관리, 창업과 사업화 역량, 조직과 기업의 경영역량, 공유가치 창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문제 해결의 의지를 바탕으로 도전, 혁신, 창조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포스베리 역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기회를 포착했고, 혁신의 씨앗을 발견해 행동으로 옮겼기에 스포츠사에 영원히 기록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기업가 정신은 어떻게 발현될까? 트위터의 공동창업자 비즈 스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운동을 잘하는 것이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운동에 별 소질이 없었던 그는 고민을 하다가 라크로스라는 새 종목을 알게 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라 지금부터 시작해도 잘할 수 있는 기회가 보였다. 그는 학교에 라크로스부를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위해 코치도 직접 수소문해 모셔오고 팀원들까지 모집해서 라크로스 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어쩌면 이런 행동도 기업가 정신의 전형일 것이다. 라크로스라는 기회를 포착했지만 학교에 부서도 없고 코치도 없는 즉,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추구하고 마침내 실행하는 것. 이런 마인드와 행동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근간이 되었음은 분명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스타트업에서도 이런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사례가 많다. ‘초 신선’이라는 콘셉트로 온라인 축산유통시장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는 스타트업 ‘정육각’ 김재연 대표의 경우를 보자. 그는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갓 잡아 구워먹은 흑돼지 고기의 맛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왜 어렸을 때 먹었던 맛있는 돼지고기를 지금은 먹을 수 없을까?”라는 문제를 고민하게 됐고, 갓 도축한 돼지고기를 공급할 수만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공급이 가능하려면 기존의 육류 유통 시스템을 모방해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었던 상황.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4일이라는 도축 시스템을 만들어야 최상의 맛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즉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다 자신만의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입하는 순간, 스타트업 창업자로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잊지 못 할 돼지고기 맛을 다시 맛보고 싶다는 마음을 그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묻어 둔 채 지나쳤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의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연매출 200억 원에 육박하는 축산 스타트업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적 투자유치금액만 총 422억 원에 이르는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의 사례도 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하정우 대표는 미국에서 부업으로 순두부 가계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미국 현지 종업원들이 뚝배기나 돌솥에 데이고, 다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한다. 종업원이 덜 힘들고 더 행복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던 하정우 대표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해답은 바로 서빙로봇의 시발점이었다.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책을 찾아 빠르게 실행한 덕분에 자율주행으로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이 개발됐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1만대 선주문을 받았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자원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을 고안해낸 그 기업가 정신 덕분에 세계가 주목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스타트업과 자영업을 구분하는 핵심 요소도 이런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만약, 동네에 빵가게를 개업한다면 그건 자영업이자 소상공인 범위에 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밀가루가 아닌 건강한 성분, 또는 비건들을 위한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특정한 성분이나 기술을 도입한다면 그건 혁신의 DNA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일 것이다. 그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이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꼭 지녀야할 ‘꿈’과 ‘목표 의식’과도 상통할 것이다. 

 창업자는 꿈이 없으면 안 된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표 의식 없이 ‘돈을 벌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창업가들의 경우 매 순간 나타나는 돌발 상황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내가 가고자 하는 확고한 나침반, 즉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목표 의식이 있어야 길을 잃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창업을 시작하게 된 근본 목표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하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개발한 시선추적기술도 이런 목표 의식에서 발현된 사업 아이템이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라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움직임과 이동을 편리하게 바꾸겠다는 목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라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 사람들의 먹거리 문화에 어떠한 개선을 가져오겠다는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