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역량이 성공을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가?

 

 

 

영화아마겟돈에서 미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1998년에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 예정인 것을 알아낸 NASA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소행성에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넣고 폭발시켜 지구를 빗겨나가게 하는 계획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관계자들의 갈등도 커지지만, 결국 미션을 성공하여 지구를 구하게 됩니다. 

 

 

출처 – 영화 ‘아마겟돈’ 포스터

 

 

그 당시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만, 저는 몇 가지 과학적 오류들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과연 시추공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맞을까? 차라리 우주 비행사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주 비행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하며, 비행 기술 이외에 각종 우주과학 지식, 그리고 극한 상황에 대비한 체력 등 많은 요구 조건을 필요로 하죠. (굳이 우주 비행사까지 가지 않고 일반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과정만 보더라도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과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영화의 배경이 소행성 충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달만한 크기의 큰 소행성을 19세기도 아닌 현대 우주과학기술로 불과 충돌 18일 전에서야 발견했다는 설정도 큰 오류죠) 아주 단단한 지질 구조라, 시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설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우주 비행사와 시추공 모두 훈련시켜 보내는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18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긴 합니다만), 그나마 우주 비행사가 시추 기술을 단기 훈련 받는 것이, 시추공이 우주 비행사 훈련을 단기로 받는 것보다는 현실적일 겁니다. 소행성이 지구의 지질 및 물리환경과는 속성이 완전히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구에서 숙련된 시추공의 역량과 경험이 10년간 훈련 받은 우주 비행사의 역량과 경험에 비해 이 미션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봐야겠죠.

 

 

개별 비즈니스에 따라 필요한 핵심 역량과 경험은 다르다

 

스타트업도 어떤 역량과 경험을 가진 멤버가 우리 비즈니스에 가장 필요한 고민해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지만, 각 멤버가 혹은 초기 스타트업의 팀이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모두 갖추고 시작하기란 힘들죠. 따라서 영화 아마겟돈 사례처럼 우주 비행사를 뽑아서 시추 기술을 훈련시키는 것과 시추공을 뽑아서 우주 비행사 훈련을 시키는 것 중 무엇이 우리 팀의 경쟁력에 더욱 필요한 것인지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어떤 팀이 비즈니스를 가장 잘할 있을까?” 생각하죠예전에 한 AI 딥 테크 스타트업을 경진대회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코파운더들이 모두 경영학 전공이었고, 제가 “사업에 AI 개발자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할 텐데 어떻게 구하실 예정이신가요?”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만약 저희에게 투자해주시면 이후에 저희가 뛰어난 AI 개발자를 물색해 보겠습니다”였는데, 저는 “만약 뛰어난 AI 개발자가 있는 팀이 있다면, 차라리 그 팀에 투자하고 해당팀이 기획자나 비즈니스 전문가를 찾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서비스업에 가깝기에 마케팅과 세일즈가 핵심 경쟁력이고 IT 기술은 보조적인 역할로 보이는데, 개발자 코파운더들로만 구성된 팀이라 아쉬웠던 적도 있습니다.

때로는 투자자도 해당 사업의 성공을 위해 어떤 핵심 역량이 가장 중요할지 고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분야의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경험을 가진 멤버가 핵심일지, 아니면 다른 혁신적인 역량을 가진 멤버가 핵심일지 쉽게 판단하기 힘들기도 하죠. 

O2O 서비스의 경우 때로는 스마트한 IT업종 출신 멤버가 수립한 합리적인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멤버의 현실적인 전략으로 접근하여 성공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죠.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사인 ‘클레이너 퍼킨스’는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에 투자할 당시에, 자동차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테슬라’ 대신, 오랫동안 자동차 업계에 몸담았던 전문가인 ‘헨릭 피스커’가 창업한 ‘피스커 오토모티브’에 투자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타 분야의 혁신가가 이끄는 ‘테슬라’는 성공한 반면, 자동차 전문가가 이끄는 ‘피스커 오토모티브’는 실패하였죠.

정답을 찾기 쉽지 않더라도 시작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가 아닌, 성공을 위해 해당 비즈니스에서 최고가 되려면 어떤 역량과 경험을 가진 멤버가 핵심인지를 고민해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