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놀이터 메타버스의 중심에는 아바타가 있다?

 
 
 
 

 

Apple Music – Ariana Grande Memoji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여러분은 대학 신입생이고, 비대면으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수업 첫날, 자기소개 영상을 준비해오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준비할 건가요? 혹시 ‘전신이 다 나오게 촬영해야지’라고 생각하셨다면 빨리 다른 학생들의 영상을 둘러보세요. 하나 같이 실제 얼굴이 아닌 아바타로 자신을 소개할 겁니다. 위 영상에 나오는 ‘미모지’(memoji)처럼 말이에요. 

미모지, 생소한 단어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접해 보셨을 텐데요. 미모지는 ‘나’를 뜻하는 Me와 움직이는 이모티콘인 Animoji(Animation+Emoji)를 결합한 말로, 아바타의 한 종류입니다. 자신의 외형이나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커스텀하고, 실제 표정까지 입혀 보다 생동감 넘치게 표현할 수 있죠. 아바타는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 없는 Z세대에게 최적의 수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그곳에서 아바타가 실제의 나를 대신해 활동하기 때문이죠. 

 

 

Z세대의 새로운 일상, 메타버스

 

지난 아티클을 통해 메타버스에는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미러월드, 가상세계 4가지 유형이 있다는 이론을 확인했습니다. 이용자는 그중 현실 공간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미러월드’와 가상공간을 구현한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데요. 공간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하고, 친구를 사귀기도 하죠. 현실처럼 음식을 먹거나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요.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 제페토(zepeto), SKT 이프랜드(ifland)와 같은 소셜 베이스와 ▲로블록스, 펄어비스 도깨비(DokèV) 등 게임 베이스로 나뉘는데요. 특히 전자의 경우 아바타 파워가 두드러집니다. 게임 아이템이나 스토리가 아닌 ‘나’ 자체가 플레이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에요. 

 

 

Digital Me, 아바타

 

제페토

 

 

소셜 베이스 메타버스 플랫폼이 성행하며 아바타 꾸미기에 진심인 이용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에서는 얼굴 커스텀 튜토리얼이나 코디 추천 영상이 수십만 뷰를 넘기고요. 아바타를 대신 꾸며주며 수익을 창출하는 ‘대리 커스텀’(댈컴)이라는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아바타의 개념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능 일부일 뿐, 문화까지 확장되지는 못했죠. 싸이월드에도 미니미가 있었고, 버디버디에도 아바타가 있었는데 유독 Z세대는 메타버스 아바타에 열광하는 걸까요? 우선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디지털 속 자아인 아바타는 자신의 서브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니라, 또 다른 ‘나’죠. 아바타를 가꾸는 일은 곧 나를 가꾸는 일이 됩니다. 

 

 

(좌) 소녀시대 태연 싸이월드 방명록 (우) youtube ‘쏘쏘데이 SOSODAY’

 

 

또한, 아바타가 활동하는 공간에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방명록, 쪽지 등의 형태로 존재했어요. 다만 텍스트 기반이었으므로 아바타는 부수적인 꾸미기 역할을 담당했죠. 반면 메타버스는 아바타가 소통의 중심입니다. 마이크 기능을 켜고 직접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텍스트는 자막 역할을 수행하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한껏 꾸민 아바타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맵(가상 공간)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공유할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나 k-pop 안무를 커버하는 영상을 만들어요. 더 나아가 직접 제작한 웹드라마를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는데, 인기 드라마는 조회수 50만 회를 넘깁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자 아바타 드라마 작가와 PD라는 직업도 인기라고 해요. 마치 2000년대 초반 10대 사이에서 인터넷 소설작가 ‘귀여니’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처럼요.

 

 

youtube ‘씨유튜브’

 

 

CU는 이용자의 이러한 플레이 포인트를 캐치, 메타버스 마케팅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제페토의 인기맵인 한강공원과 교실, 지하철역에 입점해 타겟 소비자인 Z세대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는데요. 특히 제페토 맵에 입점한 CU를 방문하면 만날 수 있는 NPC인 ‘하루’라는 IP를 제작, 브랜디드 콘텐츠화하며 소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CU 공식 유튜브 vlog <하루의 하루>는 편의점 알바생인 하루의 일상을 담으며 업로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2만 회를 달성했습니다. 더불어 제페토 아바타로 숏폼 챌린지에 참여하는 ‘#CU_DANCE’ 캠페인을 진행, 8만 명에 가까운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었습니다.

 

 

숏폼으로 보는 다른 가능성

 

 

제페토

 

 

제페토는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메타버스라고 멀게 느끼기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곳에는 ‘포토부스’라는 기능이 있는데, 저장되어있는 포즈를 자신의 아바타로 체험하며 1분 이내의 영상과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포토부스에서 걸그룹 ‘블랙핑크’ 포즈를 선택하면, 아바타가 그들의 노래에 맞춰 안무를 소화하는 거죠. 이 영상은 내 피드에 남기고 공유할 수도 있고요. 문득 틱톡이 생각나지는 않으신가요?

특히 챌린지에 중점을 두고 보면, 숏폼 플랫폼으로서 제페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 이유는 먼저 참여에 부담감이 없기 때문이에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옷을 갖춰 입지 않아도, 화장하지 않아도 OK. 실제 내 얼굴이 아닌 아바타가 나오니까요. 춤에 재능이 없거나 박치라도 괜찮습니다. 저장된 포즈만 불러오면 나도 아이돌이거든요. 진짜 내 모습이 나오지 않아도 되니 챌린지 참여에 대한 허들이 낮아 더 많은 참여자를 유입할 수 있겠죠.

 

 

youtube ‘제페토zepeto냥nyang’

 

 

또한 환경적인 한계도 없습니다. 현실에서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옷을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고, 비현실적인 배경을 설정할 수 있죠. 더불어 영상에 수많은 친구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촬영하기 위해 시간을 맞추거나, 이어 찍기로 각자의 공간을 이어 붙이는 현실 챌린지와 달리, 아바타만 있다면 화면 크기가 허용하는 한 모두 함께할 수 있어요.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포토부스를 살펴볼까요. 아바타는 차량 지붕에 앉아있다가 순식간에 운전석에 착지합니다. 면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속으로 운전까지 합니다.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서요. 

 

 

Z세대형 메타버스 아바타, 눈에 보기

 

 

 

 

게임과 같은 비일상 속에서만 아바타로 자신을 나타낸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이를 활용해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들며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