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여성 창업가 인터뷰 – 퍼블리 박소령 대표



MZ 세대가 ‘딱 받은 만큼만 일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그렇게 주어진 일만 하는 게 목표인 사람들 만큼이나, 일을 통해 성장하려고 매일 노력하는 사람들 또한 많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 세대는 회사 안에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른 세대에 비해 업무를 통한 자아 실현과 지적 성장을 추구한다”라고 해요.

하지만 요즘에는 비대면으로 일을 많이 하기도 하고, 나에게 딱 붙어서 업무 노하우를 전수해줄 ‘사수’ 없이 일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도 많아 이런 경우는 어떻게 일을 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님을 만나 여쭤봤습니다.

 

 “당신 곁의 랜선 사수, 퍼블리에서는 만날 수 있나요?”

 

 

퍼블리 박소령 대표

 

 


Part 1. 좋은 인풋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붙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요.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소령입니다. MZ 세대를 위한 커리어테크 기업, 퍼블리 2015년도에 시작해 어느새 6년이 넘었어요. 저한테는 창업이 목적이었다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어서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겁 없이 시작을 했어요.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그때와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냥 편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는데요, 그전까지는 한국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왔어요. 그런데 넓은 세상에 나가서 보니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시야의 크기’가 정말 넓고 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존경스럽다는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질투심이 들었어요. ‘나도 30년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지?’ 싶더라구요. 한 마디로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죠.

그러면 그 차이는 어디서 올까? 고민을 해봤어요. 그 끝에 얻은 결론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그 사람 주변의 환경적 요인이 엄청 큰 영향을 준다는 거였어요. 그 환경이란,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 – 운이 좋게 가족일 수도 있고요, 학교에서 만났던 선생님, 내 옆에 친구나 선배일 수도 있어요.

비슷한 출발을 한 사람들도 놓인 환경이 다르면 결과적으로 다른 인생을 살게 되고, 완전히 다른 의사결정의 기준을 갖게 되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의사결정의 질이 좋으면 점점 좋은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의사결정의 질이 안 좋으면 그렇지 못한 인생을 살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고민과 관찰 끝에, 저의 다음 세대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저 같은 감정을 안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풋 (input)’에 관심이 갔어요. 그것은 정보일 수도 있고, 지식일 수도, 인맥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폐쇄된 커뮤니티에서만 알음알음 전수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좋은 인풋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고민했어요. 어떤 회사에 취직을 해야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를요. 처음에는 회사를 여기저기 많이 수소문하고 소개해 달라고 부탁도 해봤어요.

하지만 많은 곳에서 ‘너가 하고 싶은 일과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안 맞는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기존의 조직이 갈 데가 없으면 직접 만드는 방법을 선택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그때의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어 지금의 퍼블리가 되었네요. 창업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변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 간의 기회의 격차를 줄일까 생각하다가, 제가 소비자로서 콘텐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선택했어요. 특히 가장 싸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글’ 위주의 콘텐츠에 집중했습니다.

초기에는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콘텐츠 사업을 2년 정도 했습니다. 결국 사업이란 소비자가 돈을 내든 제3의 인물 (광고주 등)이 돈을 내야 하잖아요. 소비자가 돈을 내는 시스템이 맞다고 생각했죠. 크라우드 펀딩은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돈을 내잖아요. 그렇게 모인 돈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도전했어요.

지금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쓰지 않아요. 이런 비즈니스 모델(수익창출방법)이 가장 많이 달라진 점 중 하나죠. 6년 동안 여러 수익창출방법을 시도한 결과예요.



Q  퍼블리 초창기 모델은 ‘크라우드펀딩’이었고, 현재 하고 있는 사업들은 형태가 또 달라졌다고 하셨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원래는 퍼블리 멤버십 사업이 브랜드이자 회사의 사명으로 동일했어요. 지금은 네트워킹, 학습, 채용 세 가지를 다 포괄하는 형식으로 사업이 많이 확장이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퍼블리라는 법인 안에 세 가지 사업-네트워킹(커리어리), 학습(멤버십), 채용(위하이어)-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모든 사업의 공통적인 맥락은 “커리어테크로 시장을 바꿔보자.”는 거예요. 특히 지금의 20~30대한테 굉장히 최적화된 커리어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왜냐면 채용 시장에서 큰 균열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화가 빠르다 보니까 인재를 바라볼 때도 빨리 성과를 내줄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요. 그러다 보니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공채보다 수시 채용을 원합니다. 이력서만 기다릴 수는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외부 인력이나 기업에 의뢰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죠.

개인의 생존 관점에서 입장을 바꾸어보면, 커리어에서 좋은 기회가 찾아올 때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시장이 되었죠. 다시 말해 기회를 잡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해요. 지식, 경험을 포함해 나의 이력서도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하고, 좋은 기회가 나를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 ‘셀프 브랜딩’도 필요해졌어요.

이렇게 기업과 개인의 역동성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지금 채용 시장이 엄청 변화하는 변곡점의 초입에 지금 한국이 서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초입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지금 경험하는 곳이 스타트업 시장이에요. 그중 20~30대 분들이 그걸 가장 여실히 체감하는 층이고요.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퍼블리의 핵심 타겟입니다.




 

 

이 관점으로 설계하게 된 저희 세 가지 사업 모델을 설명해볼게요.

 

첫째, 퍼블리 멤버십

퍼블리의 멤버십 사업은 ‘직장인의 구글’을 지향하고 있어요. 입사하셨을 때 겪게 되는 막막함 중 하나는 대부분 입사했더니 사수나 동기가 없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스스로 맨땅에 헤딩해서 나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언제든지 열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지향하는 게 ‘퍼블리 멤버십’입니다.

얼마 전에 퍼블리 멤버십의 설명 문구도 “당신 곁의 랜선 사수, 퍼블리”라고 바꿨어요. 최근 3년 동안은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이 서비스 태그 라인이었었는데 최근에 바꾼 “당신 곁의 랜선 사수”라는 태그라인이 퍼블리 멤버십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은 계속 구독이라는 사업모델을 유지해나가면서 b2c(business to customer)뿐만 아니라 b2b(business to business)로 사업을 확장시키려고 해요.



둘째, 커리어리

스타트업 현직자들의 커뮤니티가 되고자 하는 ‘커리어리’는 서비스를 하게 된 지 1년이 좀 안 됐어요. 커리어리는 b2c 서비스고, 20~30대 직장인 분들은 다 쓰게 만드는 개인의 프로필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받아볼 수도 있고 나도 내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5명의 평균값이 나“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람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인데요, 사실 오프라인에서 주변 환경을 바꾸는 건 쉽지 않잖아요. 요즘 같이 디지털로 언제 어디든지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온라인으로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게 더 쉬워요.

그래서 커리어라는 분야에 있어서 내가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 내가 원하는 다음 커리어에 이미 가 있는 사람 혹은 나랑 비슷한 동료로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이를 가장 잘 구현한 회사는 링크드인(Linkedin)인데요, 저희가 고객 인터뷰를 해보니 링크드인은 미국식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어서 한국 등 아시아의 정서와는 조금 다르다는 인사이트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채용 시장에 잘 맞는, 20~30대 직장인 분들에게 최적화된 링크드인을 만드는 게 커리어리의 비전입니다.



마지막, 채용 서비스

채용이라는 부분은 기회비용이 가장 큰 선택이죠. 개인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우리 회사에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건 굉장히 큰 선택이고 중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퍼블리 멤버십도 기업의 인프라처럼 쓰였으면 하는 게 미래의 청사진인데, 앞으로 개발할 채용 서비스도 b2b 쪽을 보고 있어요. 사스(SaaS)* 형태로, 채용 공고를 잘 만들 수 있는 툴로 시작해 이 채용이 시작된 후 지원자들에 대한 관리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려고 해요. 현재 MVP**를 준비 중입니다.

*Software as a Service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과 기본 IT 인프라 및 플랫폼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 시제품과 비슷하다.

 

채용과 학습은 저희 입장에서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두 개의 바퀴고 기본적인 수익모델은 구독으로 일원화하는 게 제 그림이에요. 현재 이런 그림이 잘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팀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커리어리’를 설명하면서 평균값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다른 인터뷰를 찾아보니 사회적인 평균값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여러 번 언급하셨더라구요. 이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현재 사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게 아니긴 한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저는 전 세계적으로 소위 말하는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그들이 누리는 환경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자카르타든, 서울이든, 뉴욕이든 잘 사는 동네는 주거 / 교육 / 쇼핑 / 부대시설 같은 게 다 잘 갖춰져 있잖아요. 그러면 결국 그 나라의 경제력 / 삶의 질에 대한 척도는 중위권 사람들의 삶이 우상향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더라고요.

미국으로 대학원에 갔을 때 봤던 걸 다시 한번 인용하자면요, 그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똑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어떤 친구는 출신지 자체가 기본적으로 선진국인 곳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도서관, 서점, 공원, 미술관 많은 좋은 동네. 그러면 이 환경 자체가 원체 수준급 이상이기 때문에 그것을 누리면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풍성한 시선을 갖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인풋을 어렸을 때부터 접하니까요.

반면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요, 한정적인 환경 – 부모님에만 의존을 한다든지 – 속에서 자라잖아요. 이 주어진 환경의 갭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노력, 타고난 탁월함이나 재능 밖엔 없더라고요.

즉,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환경에서 내가 나고 자랄 수만 있다면 그때부터 나의 의지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게 아닐까? 개인의 노력이 더 잘 발현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사회적인 평균값’이 올라갔으면 하고 바라게 된 거예요.

 

 

미국 대학원 시절 사진

 

 

Q 생각보다 깊이 있는 사회적 미션이 있었군요.

 

이건 개인의 미션이고 또 사업은 사업이긴 한데 저와 우리 팀이 공통적으로 더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일 년에 한 번씩 연말 시즌에 12개월짜리 가격 할인을 크게 해 드리는 이유가 깔려 있는 제 사회적 미션 때문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가격 때문에 결제를 망설이셨던 분들도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게 되면 퍼블리 멤버십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될 거고, 그 결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퍼블리를 통해 일을 할 때 덜 헤맬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바라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아마존 창업가 제프 베조스가 서비스의 ‘가격’에 대해서 한 말이 있어요.

 

“가격: 세상에는 두 종류 회사가 있다. 고객에게 돈을 더 받기 위해 일 하는 회사와 덜 받기 위해 일하는 회사. 아마존은 후자다.”

(On pricing: “There are two kinds of companies, those that work to try to charge more and those that work to charge less. We will be the second.”)

 

퍼블리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고객들이 가격의 부담을 덜 느끼면서, 동시에 회사 입장에서도 고객 수가 늘어나는 형식으로 사업을 키우고 싶어요. 한 마디로 단기적인 매출보다는 퍼블리 멤버십을 통해서 커리어라는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받는 고객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 훨씬 관심이 많습니다. 이 고객 분들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에 훨씬 더 큰 매출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Part 2.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은 ‘날달걀일 때부터 공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Q 퍼블리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더 많은 ‘일잘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일을 잘한다는 게 뭘까요?

 

일을 잘한다는 데에 있어서 각자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는 큰 그림으로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목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보통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을 왜 하는지 잊고 나무만 바라보는 경우도 있잖아요. 자꾸 숲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고요.

숲을 바라보는 전체적 시선에서 어디까지 가겠다고 방향을 정의하는 것이 비전인 것 같아요. 그 비전까지 가는 과정이 전략이고요. 거기까지 가는 데 있어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뭐지?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자원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를 잘 이해하면서 실행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Q 예를 들어, 지금 입사 1년 차 주니어에게 더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잘러 노하우’가 있을까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듣고 싶어요.

 

저희 회사에 2주 전쯤에 입사한 콘텐츠 매니저 한 분이 계세요. 그분께 “퍼블리가 직장인 전생 테스트를 만들려고 한다, 목표 시점은 12월 20일에 공개를 했으면 한다”라고 미션을 드렸어요. 이 테스트는 연말에 퍼블리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인지할 수 있게 바이럴 목적으로 하는 거고 기본 골자는 mbti 유형 테스트를 따오면 좋겠고, 작년에 이런 레퍼런스 사례가 있었고, 당시에 데이터 수치가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알려드리고 그다음에 본인이 설계하시면 된다고 자율권을 드렸어요.

이 분이 본인의 미션이 주어진 다음에 했던 두 가지가 되게 훌륭했어요. 하나는 본인의 매니저와 함께 미션에 대해 본인이 이해한 바와 이해하지 못한 바를 낱낱이 파헤치는 미팅을 초반에 한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그 후에 재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기셨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완성도로 치면 절반 정도 되었을 때 초안을 팀과 공유하면서 빨리 피드백을 받으시더라고요. 그것을 바탕으로 한번 업그레이드를 한 버전으로 또 공유를 하고요. 보통은 어떤 미션을 받았을 때 내가 완벽하게 결과물을 만들어서 짠-하고 보여주고 싶다, 그걸로 칭찬받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반대라고 생각해요. 불완전하더라도 공유를 잘하는 사람이 빨리 성장하더라고요. 프로젝트 초기에 이걸 왜 하는지 혼자 고민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와 빨리 상의하고, 그다음에 날달걀 상태일 때 빨리 공유하고, 팀의 피드백을 받고 반영하는 걸 보면서 이 분 참 일 잘한다고 느꼈어요. 

 

 

공유는 날달걀일 때부터

 

 

즉, 회사에서 원하는 건 개인의 성과보다는 ‘팀의 성과’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걸 잘 알고 협업하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Q 날 것의 상태여도 빨리 공유한다는 건 좋은 포인트네요. 솔직하게 공유한 결과물에 대해서 바로바로 피드백을 온전히 받아들여서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결과가 좋은지 안 좋은지는 실제로 고객들에게 선보여서 그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요. 완성도 높은 문서를 작성하고 ‘잘 만들었다’, ‘나 일 잘 한다’라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소비자가 결정하는 거예요.

그러면 혼자서 완벽한 기획을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중간 과정에서 더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맞는 거죠. 그 결과 소비자 반응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Q 이런 동료가 주변에 있다면 건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겠는데요, 또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을 테니 일잘러가 되고 싶은 스타트업 주니어들에게 퍼블리 콘텐츠를 추천해주신다면요?

 

 

 

 

이번 한 해 동안 반응이 되게 좋았던 콘텐츠인 <직장인의 질문법> 시리즈요. 이 콘텐츠의 저자는  P&G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가 현재는 ‘꾸까’라는 꽃 구독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고현숙 님이에요.

커리어가 6~7년 차쯤 되신 분이어서 본인의 주니어 시절을 생각하면서 <직장인의 질문법> 시리즈를 써주셨죠. 과거에 ‘이런 질문을 하니 칭찬을 받았다’라든지, 반대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 굉장히 헤매게 되더라’ 하는 경험담을 담아주셨어요. 그리고 지금의 현숙 님의 관점에서 돌이켜 봤을 때 ‘이렇게 질문하는 게 좋은 직장인의 질문인 것 같다’라고, 사례 중심으로 솔직하게 정리해주신 글이에요.

질문법, 생각법 등 세 가지 시리즈로 나와 있고요. 일단 사례 중심이기도 하고 두 번째는 타임 투 밸류(Time to value)가 짧은 글이라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타임 투 밸류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타임 투 밸류를 최소화시키는 것’은 퍼블리 멤버십의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한 요소예요. 예컨대  질문법 시리즈는 읽었을 때 내가 쉽게 회사에 가서 따라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니까 타임 투 밸류가 짧은 거죠. 바로 출근길에 읽고 출근 후에 직장에 가서는 당장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봐요.



Q ‘타임 투 밸류’ 외에 퍼블리가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또 있나요?

 

퍼블리 멤버십이라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세 가지의 중요한 가치가 있어요. 타임 투 밸류는 제품 측면에서도 소비자분들이 퍼블리 사이트나 앱에 들어왔을 때, 현재 고민에 딱 부합하는 콘텐츠를 최단 기간 내에 발견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콘텐츠를 다양화하려고 해요. 소비자는 하나의 고민 때문에 들어오지만,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고민들이 계속 쌓이잖아요.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갖고 있는 다양한 고민거리들이 퍼블리 멤버십에 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토픽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나머지 하나는 제품 차원의 일인데요, 결국 퍼블리 멤버십이 직장인의 구글처럼 ‘습관적으로 쓰는 서비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원이에요. 저는 퍼블리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만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환기를 하고 싶을 때도 들어오고, 출퇴근길에도 가볍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커리어에 있어서 ‘검색창’의 역할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유저들이 습관처럼 퍼블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밀고 있는 컨셉이 게이미피케이션*이에요. 한 번 멤버십을 시작하면 확실한 뭔가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얼마 전부터 ‘퍼블리 챌린지’를 하고 있어요. 나이키 런 앱처럼 소비자분들에게 배지 같은 인증 장치를 드리기도 하고요. 또, ‘고민상담소’라고 다른 멤버십 고객 분들과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게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도입하는 게임 플레이 기법

 

 

Q.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장인’ 외에도 창업자가 일잘러가 되고 싶은 경우도 많잖아요. 대표님이 같은  창업자로서 추천해주실 만한 퍼블리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개인적으로 퍼블리에서 발행되는 콘텐츠들 중에 애정을 갖고 보게 되는 게 여럿 있는데요, 그중 <크래프톤 웨이>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올해 종이책이 김영사에서 나왔지만, 원래는 디지털 버전이 퍼블리에서 먼저 발행됐어요. 한 3년 정도 크래프톤의 장병규 회장님이랑 같이 협업해서 만든 콘텐츠였어요. 제일 좋아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에요.

해외의 경영, 경제 서적 카테고리를 좋아하는데 그중에 창업가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거나, 회사의 역사를 깊게 다루는 걸 유독 좋아해요. 간접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에요. 아쉽지만 국내에서는 기업의 내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콘텐츠가 잘 없어요. 드러내는 걸 조금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하니까요.

크래프톤이 지금은 성공해서 국내에서 기업 가치가 높은 게임 회사가 됐지만, 그 앞에 10년의 고통이 있었잖아요. 말할 나위 없이 어려운 고통인데, 그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크래프톤이 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요.

저한테는 회사가 돌아가는 원칙이 무엇이어야 되는지, 어려울 때 창업가는 그 기간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같이 일하는 동료들한테 어떻게 끊임없이 비전을 심어 주고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지를 날것 그대로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된 책이었어요.

게다가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님은 기록물에 가치를 두시는 분이셨거든요. 놀랍게도 회사가 10년이 됐는데 그동안의 콘텐츠나 회의 미팅 자료, 이메일 자료를 다 갖고 계시는 거예요. 기록을 다 공유해 주셔서 만든 콘텐츠였기에 ‘크래프톤 웨이’가 올해 잘 팔린 책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종류의 책을 저희가 먼저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프로젝트여서 더 좋아해요.

 




Q. 그럼 퍼블리 외의 콘텐츠 중에서도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라는 책이요. 좋아하는 이유도 <크래프톤 웨이>와 비슷해요. 디즈니 CEO였던 밥 아이거가 본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서 쓴 책이어서 내용이 생생하고요. 특히 좋았던 부분이 뭐냐면 소위 글로벌 대기업의 CEO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엄청 공격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밥 아이거는 다른 사람이고 그래도 성공했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밥 아이거는 지금의 디즈니가 아닌, 20년 전 디즈니가 어려운 시절에 CEO가 됐어요. 20년 동안 재임을 하면서 마블도 사고, 픽사도 사고, 스타워즈를 가지고 있는 회사도 사는 어마어마한 M&A를 반복하며 최근에는 디즈니 플러스도 런칭시킨 장본인인데요, 그렇게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엄청 겸손한 사람이고, 디테일하게 사람을 배려했던 사람이거든요. 이런 자신의 성향이 회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도 얘기해요. 상대방과 계산이 맞아서 치열하게 협상 끝에 딜을 성사시키는 게  아니라 서로 간의 인간적인 면모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딜이 성사된 경우가 많다고 하거든요. ‘말 한마디에 천냥 빛 갚는다’라는 한국식 속담을 실천한 사람이에요.

디즈니를 만든 오너 패밀리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지금은 경영에 간섭하지는 않고 주식만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도 오너 패밀리의 후손들은 좀 더 존중과 배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전임 CEO들은 예우를 충분히 안 해준 거죠. 그래서 딜이 있을 때마다 오너 패밀리 후손들이 반대표 던지고 발목 잡는 행동을 했대요.

그런데 밥 아이거는 그들에게 가서 한마디 더 해주고, 먼저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사람이었어요. 태도로 뒤에 따라오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잘 캐치한 거예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디즈니가 갖고 있던 방송국 중 하나에 첫 입사를 해서 조연출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도 이렇게 회사를 키울 수 있구나, 섬세한 리더십으로도 성공할 수 있구나, 를 보여줘서 좋았어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김진영, 유승희 에디터 / 편집 : 김지영, 구아정, 김수경 

                    

 

[퍼블리 박소령 대표 인터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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