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다시 식품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때 빛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SSG가 되고 싶어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쓱이라는 한 단어로 브랜딩의 신기원을 열었고요. 국내 최고 수준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선보였습니다. 아마 가장 절정에 이르렀던 때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던 순간 아니었을까요? 라이벌 롯데가 온라인 전환에 실패하여 비틀거리던 사이, 신세계-이마트는 단숨에 이커머스 빅3의 자리까지 올라섰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기업들 내에선 한때 SSG를 스터디하자는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아니 사실 최근까지도 일부 언론에서는 SSG를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사례로 언급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 SSG 여전히 위기 속에 있습니다. 일부의 찬사와 달리 SSG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전까지는 제자리걸음이었고요. 쓱의 인지도에 비해, 거래액 등의 성과는 따라오지 못했던 겁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자체 플랫폼의 한계를 느꼈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라는 큰 베팅을 한 것이기도 했지요.

 

 

지금은 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에도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SSG의 처음 의도는 분명 빅3 구도를 형성하여, 이커머스 시장의 1위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거였을 텐데요. 작년 오히려 네이버, 쿠팡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시장은 빠르게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3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행히 약정 미이행에 따른 부채 부담은 덜어진 상황이라,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까진 없긴 한데요.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SSG의 실적은 내부에서 애초에 기대하던 수준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무언가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겁니다.

 

 

SSG는 이베이를 인수하자마자 2위에서 3위로 밀려났습니다. (출처 : 와이즈앱)

 

 

그런데 고민 끝에 악수를 둔다고, SSG 최근 행보는 오히려 더욱 길을 잃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우선 채널 포트폴리오 정리가 아직도 덜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달에 네이버 장보기 내 SSG에서 제공하는 새벽 배송 서비스가 입점한 것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이것과 별개로 자회사 G마켓글로벌의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대상으로 부릉과 협업한 새벽 배송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등, 채널 간 교통정리가 전혀 되지 않아 보입니다.

 더욱이 네이버와 같은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는 건, 당장의 거래액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인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네이버 장보기로 고객이 이탈할 테니까요. 더욱이 인수한 G마켓글로벌 쪽 인프라와 SSG가 가진 역량이 합을 맞춘 무언가가 아직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은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야 돼! 가야 돼! 식품으로-   

 

 그런데 무엇보다 SSG 감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식품보다 비식품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는 점입니다. SSG의 비식품 매출 비중은 작년에 전년 대비 약 10% 포인트 정도 높아져, 60%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고 합니다. 비식품은 식품 대비 수익성이 좋고 상품 단가도 높기 때문에, 정량 지표를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하는데요. 심지어 여기서 더 나아가, SSG 관계자가 아예 마켓컬리, 오아시스와 더불어 새벽 배송 3사라고 묶이는 걸 지양한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SSG는 종합몰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거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결국 새벽 배송 기반의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선 오히려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SSG의 전체 거래액은 약 5조 7천억 원. 여기서 식품 관련 거래액은 2조 3천억 원 정도 되는데요. 이는 작년 마켓컬리(약 2조 원)나 쿠팡 로켓프레시(약 2조 3천억 원)가 새벽 배송으로 거둔 거래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습니다. 식품 쪽에선 앞서가던 걸 사실상 따라 잡힌 거나 마찬가지고요. 이들과의 경쟁에 승리하려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서, 식품 카테고리를 키워도 모자랄 판에 SSG는 오히려 발을 빼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SSG의 판단과 달리, 식품은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카테고리입니다. 국내 온라인 침투율이 40%를 넘으면서, 성장 둔화가 시작된 가운데, 여전히 침투율이 28%인 온라인 식품 시장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자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로켓프레시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마켓컬리의 기업 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SSG는 다시 물류에 투자해야 합니다. (출처 : 신세계 뉴스룸)

 

 

 따라서 SSG 다시 공격적인 물류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쿠팡은 지속적인 물류 인프라 확충을 통해, 경쟁자가 넘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쌓고 있고요. 규모가 훨씬 작은 마켓컬리도 새벽 배송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부산, 울산까지 진출한 상황입니다. 그에 반해 아직 SSG의 새벽 배송은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SSG의 모회사 이마트는 서울에서 즉시 배송 테스트에 나서며, 물류 투자를 통한 새벽 배송 확대보다는 다른 방향을 모색하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여유롭게 테스트를 할 때가 아닙니다. 2025년 즈음에는 온라인 장보기 시장마저도 온라인 침투율이 40%를 넘어서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요. 이는 곧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SSG 새벽 배송이든, 즉시 배송이든 어서 서둘러서 투자하고, 확장해야 겁니다. 최소한 목표했던 이커머스 시장 내 빅3의 입지를 지키려면 말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