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다 고객의 취향을 더 잘 아는 브라운백

 
 

처음 받은 구독서비스 해지 요청서

 

정기적으로 로스팅한 원두를 배송하는 커피 구독 서비스의 고객사가 1000곳이 넘겨 자축하던 때였다. 전화기가 울려서 확인하였는데 구독서비스를 론칭한 초기에 신청한 한 스타트업이었다.

 

“안녕하세요. 커피 구독서비스 ‘블리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부득이하게 해지해야 할 것 같아요.”

 

담당자는 커피 구독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해지를 요청하는 첫 고객이어서 다소 놀랐다. 이런 상황이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고객에게 해지 사유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님, 저희 커피 구독서비스를 이용하시면서 혹시 불편하시거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담당자의 우려가 무색하게 서비스 해지 사유는 단순했다.

 

“매월 보내주시는 커피는 너무 만족스러워요. 그런데 저희가 재정적인 상황이 좋지 못해서 단독 사무실을 정리하게 되어서 부득이하게 해지를 요청하게 되었어요.”

 

그의 말에 해지를 접수하는 담당자가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거래처의 사연이 결코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담당자 역시 숱한 고비를 넘긴 스타트업의 구성원이었기 때문이다.

“고객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하시는 사업이 다시 번창하여 저희 커피 구독서비스를 다시 이용하실 날이 곧 오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 구독서비스의 경우, 40% 이상만 되어도 양호한 수준으로 구분되지만, 기업체들이 주 고객인 B2B 구독서비스는 50% 이상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99%의 커피 구독서비스 유지율을 달성 중이라는 것은 구독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서비스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커피 구독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출처. 브라운백

 

 

4전 5기의 창업가

 

커피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브라운백’을 설립한 손종수 대표는 사실 대학교 시절부터 창업을 시작한 ‘연쇄 창업가’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과 학업 모든 분야에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호기롭게 첫 사업에 도전하였다. 동업자와 법인을 설립하여 스무디킹 매장과 세븐일레븐 편의점 등 복수의 식품 관련 매장을 많게는 7~8개까지 운영을 했었다. 하지만 충분한 시장분석과 준비 없이 시작했던 사업은 결국 어려워졌다. 그 후 그는 부동산 경매부터 건강보조식품 등 다양한 사업에 계속 도전하였다.

그중 가장 성장성이 높고 트렌디하다고 판단했던 사업은 휴대폰 케이스 사업이었다. 당시 햄버거 시장이 약 1조 2천억 원 정도였는데 휴대폰 케이스의 시장은 출범한 지 3년 만에 1조를 넘겼다. 손종수 대표는 이러한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커스터마이징 휴대폰 케이스 카테고리 온라인 매출 1위도 달성하였다. 하지만 그는 일시적인 성공에 취하지 않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이전 사업들 역시 한시적으로 좋은 성과를 기록한 후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종수 대표. 출처. 브라운백

 

 

손종수 대표가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을 확인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재구매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휴대폰 케이스의 평균적인 재구매 주기가 6개월이었는데 제품에 대한 만족으로 재구매로 이어지기에는 구매주기가 너무 길었다. 기존 고객들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고객들을 꾸준하게 유입시키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비록 성장하는 산업이었지만 비슷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판촉 비용을 무분별하게 늘릴 수는 없었다. 손종수 대표는 이 사업을 유지할지 아니면 멈출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정이 지연될수록 비용과 여파는 계속 늘어날 것은 자명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5번째 사업 아이템이 커피여야만 했던 이유

 

손종수 대표는 사업의 미래에 대해 동료들과 열띤 토론을 하던 중 테이블에 놓여있던 커피잔이 시야에 들어왔다. 커피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음료이자 사회적 현상이고 문화였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소비하는 하루 평균 커피 잔수가 하루 1.7잔 정도였다. 커피 문화가 조금 더 성숙한 일본의 경우 하루 4잔의 커피를 마셨고 유럽은 10잔이 넘는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은 아직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 당시 국내 커피 시장은 인스턴트 커피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3년 커피 시장. 출처. hani.co.kr

 

 

OECD 평균 인스턴트커피가 10% 정도이고 원두커피가 90%를 차지하는 것을 보았을 때 시장이 점차 어디로 옮겨갈지 명확했다. 판매되는 채널도 변화가 시급해 보였다.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퍼스트 시대를 넘어 모바일의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국내에서는 커피 원두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당시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낮고 집에서 자주 커피를 마시는 국가의 경우 이미 다양한 원두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손종수 대표와 구성원들은 고민 끝에 조금 더 성장성이 큰 산업에서 혁신을 도모하기로 하였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커피를 주문 가능한 해외시장. 출처. 트레이드커피

 

 

커피가 국내에 보급된 지 오래된 재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유독 디지털화되는 과정이 더뎠다. 커피를 대규모로 유통하는 동서식품이나 테라로사 같은 경우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판매하다 보니 고객에 대한 정보와 재구매 여부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그 말은 고객 품평회를 따로 열지 않는 이상, 구매자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아 제품개발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온라인 주문에 최적화된 커피 원두라면 이미 성숙한 산업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디지털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으로 브라운백은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과정을 측정하고 기록하여 데이터화하였다. 첫 번째로 원두 제조법을 모두 정량화하고 매뉴얼화하였다. 이전에는 가스불에 가열하면서 원두를 로스팅하였다면 정확한 제조를 위해 전기로 제조하는 과정을 도입하며 정확한 온도와 로스팅하는 시간을 모두 데이터화 하였다. 이를 통해 장인의 오랜 경험과 손길에 의존하지 않고도 다양한 맛의 커피 제조법을 내재화할 수 있었다.

 

자동화로 체계적인 로스팅을 가능하게 만든 전기 로스터. 출처. alfafoodservice.com

 

 

두 번째로 로스팅한 원두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리뷰 역시 데이터화하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제품을 기획한 브라운백과 실제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의 간극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품별 지역별 판매 데이터까지 확보하여 지역마다 어떤 커피 맛을 선호하는지 데이터화하여 어렴풋한 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워커힐과 아티스트가 찾는 소문난 커피연구소

 

보통 업계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출시하는데 2년 정도 소요하는 데 비해 브라운백은 이를 1/10 이하로 단축해 2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덕분에 다른 기업들이 보통 3~4개의 원두에 집중한 데 비해 브라운백은 50여 종의 원두를 제공한다. 그렇게 다양한 원두를 연구하고 주문제작 커피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자 여기저기서 요청이 들어왔다.

심지어 과거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불렸던 쉐라톤 워커힐에서조차 요청할 정도였다. 쉐라톤 워커힐의 요청은 ‘2016 워커힐 벚꽃축제’를 맞아 ‘봄꽃 향이 나는 커피를 제공해서 상춘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는 것이었다. 브라운백은 기존 커피 업계에서 쓰지 않는 배합과 방식들을 적용하여 수차례 연구한 끝에 스페셜티 커피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 커피로 ‘워커힐 벚꽃축제 스페셜 에디션’ 원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브라운백이 갓 로스팅한 원두를 워커힐에 공급하였는데 쉐라톤 워커힐 호텔은 꽃향으로 시작되어 싱그러운 과일 산미와 부드러운 바디감으로 마감되는 환상적인 경험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출처. 브라운백

 

 

한 번은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소속 아티스트의 생일을 전후로 콘서트를 열 예정인데 팬들에게 아티스트의 이름을 건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소속 아티스트가 직접 방문하여 직접 블렌딩을 하고 12월 1일 자신의 생일에 맞춰 한정판 원두를 생산했다. 아티스트의 한정판 원두를 판매를 앞두고 당시 아티스트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포스팅들이 올라왔다.

“과연 이번에 우리 대장(아티스트 애칭)이 만든 커피 구매하는 사이트가 방문객 트래픽 감당할 수 있을까?”

손종수 대표와 팀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정한 검증된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 솔루션을 쓰고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자정에 열자마자 1~2분 만에 서버가 터져버렸다. 브라운백에 자신의 팬덤을 이용해 서버를 날아가는 경험을 선사해준 장본인은 박효신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아침이면 직접 만드는 핸드드립 커피로 일과를 시작하고 군 제대 당시에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다. 평소 업계에서 소문난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박효신이 팬들을 위한 특별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브라운백을 방문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브라운백 서버를 터뜨린 ‘박효신 블렌드’. 출처. 브라운백

 

 

어렵게 마련한 사옥에 일어난 화재

 

브라운백은 고객과 수요가 꾸준하게 늘자 이에 맞춰 생산설비 역시 늘려야 했다. 사업 초기에는 로스팅을 직접 하다 보니 전기 사용량이 많아 전기 증설 공사가 필요했고 사용량이 일정 용량을 초과하자 전기 안전관리자까지 선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사까지 두 번 하였는데 이래서는 도저히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손종수 대표는 서울 외곽에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 가는 것을 고려하였으나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걸렸다. 결국, 브라운백은 은행대출을 통해 도심에 사옥을 매입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당시 브라운백의 정직원이 5명이었는데 지하 1층과 지상 4층으로 지어진 건물을 샀으니 극도로 낮은 인구밀도에서 오는 쾌적함은 그 어느 글로벌 기업에도 뒤지지 않았다.

 

 

출처. 브라운백

 

 

그러던 2019년 어느 저녁 회사 인근에서 손종수 대표와 직원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같이 식사를 하던 직원이 전화를 받고 표정이 순간 굳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대표님, 회사 건물에 불이 났대요!”

 

식당을 급하게 나와 사무실로 달려갔는데 이미 하늘은 시커먼 연기로 가득했고 소방차와 경찰차가 사무실 주변을 둘러쌓고 있었다. 손종수 대표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건물 다 태워 먹어도 좋으니 제발 다치는 사람만 없었으면.’

다행히 그가 바랬던 대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화재 진압이 끝나고 지하의 로스팅 센터를 둘러보니 마치 쓰나미가 휩쓸고 간 것처럼 물이 흥건히 괴었고 전기 역시 들어오지 않았다. 손종수 대표는 5번째 창업이지만 화재를 겪은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했다. 그런데 그때 직원들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화재 현장을 치우며 수습하기 시작했다. 걸레와 밀대가 부족하여 바가지로 물을 계속 퍼냈다.

 

 

화재 당시의 브라운백 사옥. 출처. 브라운백

 

 

화재 사고는 브라운백에 10억 정도의 손실을 안겼는데 무엇보다 생산이 멈춰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두 제품을 제때 제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팠다. 손종수 대표와 구성원들은 화재 사고를 계기로 사업의 운영방안을 전면 개편하기로 하였다. 브라운백이 직접 제조하는 비중은 줄이고 대신 브라운백이 요구하는 제조 요건을 충족하는 외부 파트너사들과 협업하여 커피 원두 제조 생태계를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덕분에 브라운백은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 품질 개선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

 

 

좋은 커피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커피

 

국내 한 대형 커피 가공업체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좋은 와인이 정해져 있듯이 좋은 커피 또한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좋은 커피는 많이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말했다. 브라운백의 생각은 다르다. 커피는 철저히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커피를 감별하는 전문성은 없을지라도 자신의 취향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데는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운백은 커피에 있어서 타인의 취향보다 개인의 취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고를 때 배달 앱의 후기와 같이 타인의 평가가 많은 제품을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수로부터 검증받은 제품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세간의 혹평이 자자한 영화를 의외로 재미있게 봤던 경험처럼 커피 역시 선택의 기준은 타인의 취향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 반영돼야만 한다. 이는 곧 자신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여정 속에는 분명 실패도 존재한다. 하지만 직접 고르는 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은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선택하는 안목을 높여준다. 타인의 평가에만 의존한다면 이런 안목은 쉽게 기르기 어렵다.

 

같은 우너두라도 로스팅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향과 맛, 출처. caffesociety

 

 

이러한 신념을 근간으로 브라운백은 관리의 복잡성을 감수하면서도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당한 수의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마다 원두 분쇄의 정도, 로스팅 온도와 시간이 모두 다르다. 앞으로는 그동안 판매된 제품의 데이터를 분석을 통해 시즌별로 특정한 원두를 추천하며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고객들도 브라운백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새로운 맛과 향의 커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늘 먹는 커피 원두만 마시는 것은 취향의 영역을 넓히기보다는 오히려 좁히는 일이다. 브라운백은 고객이 평소 마시는 커피 외 다양한 커피들을 접하며 취향의 폭을 넓히고, 또 이를 통해 좋은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데이터에 근거한 커피 추천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를 완전히 바꾼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연상시킨다. 넷플릭스는 고객의 ‘말’보다 ‘행동’을 신뢰한다. 그래서 고객이 주로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는지, 이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하는지, 중간에 시청을 멈췄다면 어느 지점에서 그만뒀는지, 얼마나 자주 콘텐츠를 시청하는지 등등을 매우 세세하게 분석한다. 브라운백 역시 어느 지역의 고객이, 어떤 커피를 구매하는지,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 재구매를 지속하였는지, 재구매를 멈췄다면 어느 시점에서 그만뒀는지 등등을 분석하고 있다. 그들이 주기적인 커피 추천을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기간 축적한 데이터와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덕분이다.

 

 

고객 경험에 대한 집착과 품질에 대한 확신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구매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직접 확인하지 못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따른 불안감과 제품 구매 후 교환이나 환불이 무척 까다롭다는 것이다. 브라운백은 제품에 대한 설명과 사진에 의존해 구매를 결정하는 고객들의 우려를 덜어주고자 취향에 맞지 않으면 100% 환불을 해주는 취향 보장제를 운용하고 있다. 어지간한 품질에 대한 확신 없이는 결코 엄두를 낼 수 없는 조치이다.

손종수 대표는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아 환불을 요청한다면 그 역시 존중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믿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시도하지 못하는 100% 환불제를 스타트업이 과감하게 도입하였다. 브라운백은 이를 통해 조금 더 고객의 취향에 대해 더 알아가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취향 환불제를 운용해보니 실제 환불을 요청한 사례가 3% 미만일 정도로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출처. 브라운백

 

 

브라운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객들을 제품개발 과정에도 깊숙이 끌어들여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브라운백 커피 프렌즈’를 운영하고 있다. 개발 중인 제품을 먼저 샘플로 보내 체험하게 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할지 직관에 의존하여 짐작하기보다 개발과정에서부터 고객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고자 했다. 물자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뭐든 만들기만 해도 팔리는 생산자 위주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브라운백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향하는 커피의 중심에는 늘 고객이 있다.

 

 

구독서비스 ‘블리스’의 시작

 

브라운백은 2017년 네이버에서 원두 판매 1위를 달리면서 전국의 2천여 개가 넘는 카페에 커피 원두를 제공하였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사업은 2020년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바로 코로나19였다. 카페를 찾는 손님이 줄자 브라운백의 원두 주문량도 줄어들었다. 손종수 대표는 어렵게 궤도에 올린 5번째 사업마저도 이전의 사업들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지만, 혹여라도 구성원들이 불안해 할까 봐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브라운백의 비전을 믿고 함께 해준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꼭 돌파구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던 중 카페가 아님에도 꾸준히 원두를 주문하는 또 다른 고객군이 보였다. 바로 일반 기업들이었다. 산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 25%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또 다른 25%가 집에서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정작 33%가 깨어있는 시간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하였다. 카페의 절대 강자가 스타벅스라면 집에는 맥심과 카누라는 박힌 돌이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 내 커피는 절대적인 지배자가 없어 상당히 파편화되어 있었다. 직장인들의 눈높이는 카페에서 사 먹는 커피 기준에 맞춰져 있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80%가 인스턴트커피였다.

브라운백은 이 부분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처. 브라운백

 

 

‘회사가 바리스타를 채용하여 카페 수준의 커피를 제공할 수 없다면 브라운백이 높은 품질의 원두를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

 

그동안 온라인 주문판매를 주력하였던 브라운백은 처음으로 구독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고객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금세 세 자릿수가 넘는 기업들이 오피스 커피 구독서비스 ‘블리스’를 신청하였다. 단순히 오픈 효과로 치부하기에는 구독서비스 유지율이 99%를 웃돌았다.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던 오피스 커피 서비스 연간 계약 해지율이 60%에 육박했는데 블리스의 해지율은 1% 미만이었다. ‘블리스’를 운영하는 브라운백도 이런 반응에 놀라 400개 기업 고객을 달성한 시점에 전수조사를 진행하였다. 고객들 중 60%가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합리적인 가격 대비 높은 수준의 커피 맛을 뽑았다. 현재 블리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들은 2천 곳이 넘었지만, 해지율은 여전히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 ‘블리스’의 성장. 출처. 브라운백

 

 

커피를 넘어 라이프테크로 확장

 

브라운백은 최근 전문 투자사로부터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눈길을 끌었다. 브라운백은 창사 이래 현재 꾸준히 성장 중이고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자금 유치가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손종수 대표는 기존의 온라인 판매에서 구독서비스로 확장하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동안 브라운백이 커피의 제조 과정과 유통의 혁신에 집중하였다면 이제는 산업혁명, 모바일혁명에 버금가는 구독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전하여 또 다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구독서비스의 최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번 투자유치로 재무적 파트너를 확보하게 되었다.

 

브라운백은 향후 5년을 고도 성장기로 정하고 라이프테크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출처. 브라운백

 

 

세일즈포스가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화하였다면 브라운백은 실물 경제를 서비스화하는 회사를 꿈꾸고 있다. 커피 구독 서비스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다른 산업으로도 계속 확장해 갈 계획이다. 사실 구독서비스는 국내 대기업들도 많이 뛰어들지만 대부분 고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라운백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그들이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을 내려 시행착오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