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는 브랜딩 # 1 

 
 

원래 브런치에 ‘브랜딩’을 주제로 한 글을 쓸 계획은 없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자체가 과소비되기도 했고, ‘요즘 마케팅’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는 마케팅 구루 분들은 다들 ‘로열티’니, ‘브랜딩’이니 하는 것들에 냉소적인 입장이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마케터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가지 새로운 트렌드나 마케팅 기법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관심을 갖는 건 결국 브랜딩이더군요. 왜일까요? 

 

 

혹시, 마케터들에게 브랜딩이란 쇼윈도의 ‘명품백(!)’ 같은 걸까?

 

 

 

 

 

 


 

 

일단 ‘브랜딩’이 뭔지,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브랜딩은 소비자들의 머리에서 시작해서 감정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신뢰감, 충성도, 편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며, 그런 감정들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경험들을 통해 그 브랜드에 가치와 이미지를 부여한다. 따라서 브랜딩이란 진정한 경험을 창조하고 소비자와 진실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과 관계의 구축을 통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뭔가 엄청 복잡해 보이지만, 시장에선 두 가지 키워드로 정의됩니다. ‘Trust’ ‘Premium’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신뢰(Trust)를 얻을 수 있게 하고,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Premium)을 붙이더라도 사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래서 아커(David Aaker) 같은 분들은 브랜드를 ‘자산(Equity)’으로 표현했죠. 인터브랜드 같은 회사는 아예 ‘돈’으로 환산해서 발표했구요. 

 

 

인터브랜드 발표 2021 세계 브랜드 TOP 100 중 1-10위 (ⓒ인터브랜드)

 

 

그런데,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광고를 보지 않으며, 금붕어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말도 하고, 그로스 해킹이나 퍼포먼스 마케팅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하며 ‘브랜딩’이라는 건 ‘전통적 마케팅’이라는, 한마디로 다소 올드한 카테고리로 묶여 버렸습니다. 

‘브랜딩’이란 단어가 브랜딩 됐던 시절, 넘사벽 1위 브랜드는 코카콜라였죠, 지금은? 1위부터 5위까지가 죄다 빅테크 기업입니다. 이젠 뛰어난 마케팅과 광고에 의해 어떤 브랜드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손안에 항상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거나, 항상 접속되어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의 가치가 전통 기업들을 압도하는 세상입니다. 

 

 


 

 

근데, 왜 다시 브랜딩인가? 

 

여기까진 잘 알겠습니다. 근데, 한때 좀 시들해질 것 같던 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거지는 이유는 뭘까요? 앞서 말한 대로 소비자들의 ‘충성도’ 같은 건 이제 고대 유물 같은 거라면서..? 

역설적으로, 이제 브랜딩 하기 힘들어진 세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1. 디지털 마케팅의 대부분은 퍼포먼스를 목적으로 한다. 당장의 방문이나 구매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인가는 의문이 든다. 

2. 예전엔 제품의 본질과 브랜딩은 비슷한 의미였다. 멋진 차가 팔리고, 예쁜 옷을 갖고 싶어 했다. 광고는 그걸 잘 포장해서 보여주면 됐다. 지금은? 제품을 안 보여주는 광고가 나오고, 이상한 콜라보 제품 사느라 줄을 선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의 브랜딩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언제 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과연 오늘의 소비자가 다음번에도 우리 브랜드를 기억해줄까 하는 걱정에서 해방시켜 줄 동아줄인 셈입니다. 

 

그래서 브랜딩을 하고 싶다.

그런데 브랜딩 하기 너무 어려워졌다. 

 

 


 

 

브랜딩은 그런 게 아닙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브랜딩’은 마케터가 원하는 것이지,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차이냐구요? 아래의 상황을 보죠.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끈 ‘A사’가 있다. 어느 날 이 회사는 ‘브랜딩’이 하고 싶어졌다. 여기서 ‘브랜딩’이란? 

1. 가성비 갑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 되게 하고 싶다. 

2. 더 비싼 가격으로 팔더라도 다들 갖고 싶어 하고, 갖고 있으면 부러움이 대상이 되는 제품이고 싶다. 

 

 

몇 번일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2번을 선택하죠. 앞서 말했듯 우리가 원하는 브랜딩은 ‘Trust’와 ‘Premium’이니까요. 하지만 그건 마케터가 갖고 싶은 브랜딩일 뿐입니다. 

이젠 저 키워드들은 버려야 합니다. 돈을 써서 광고를 하고 →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소비자는 더 많은 돈을 써서라도 갖고 싶어 하며 → 그럼 그 돈으로 다시 광고를 하고… 이런 선순환(?!)은 진작 깨져 버렸거든요. 

 

이제 이런 구조는 찾기 어렵다.

 

 

위 A사의 사례에 접목시켜 보자. 무엇이 다를까? (ⓒ와이즐리 배너 광고)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기능’적이든, 아니면 ‘감성’적이든.. 공감을 포기하는 순간, 브랜딩은 그냥 욕심이 되죠. 

여기서 소비자란 무엇인가, 공감은 또 뭣인가, 하나하나 뜯어봐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글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 글부터 좀 더 천천히 <요즘 브랜딩>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 참고로, 원래부터 브랜드 회의론자는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아커의 책은 죄다 사 모았고, 브랜딩이나 브랜드 네이미스트 등 브랜드와 관련된 세미나, 강의 등은 다 쫓아다녔죠. 그런 브랜딩을 하는 광고 회사가 멋져 보여 광고 일을 했구요. 

하지만, 실제 우리 브랜드와는 맞지도 않는 가식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며 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더군요. (전 크리에이티브 방면이 취약해서) 하지만 브랜딩에 대한 신화가 깨지는 지금, 이제 제대로 된 브랜딩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