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돌아온 상표, 해외브랜드 생존기 (1) – 선택과 기회비용 

 

 

반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지난 2 상표 소송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한국에 막 진출한 해외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생존기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의 브랜드,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자 꼭 지켜야 하는 고객 가치의 핵심이다. 

그 중심에는 “상표(Trademark)”라는 매개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었는지,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여야 하는지 작은 경험들을 공유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브랜드 관리, 합리적인 선택지를 고르는 과정

 

고객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상표권이 필요한가요?”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영업 활동을 수는 없나요?”

 

내가 가진 브랜드를 상표권으로 보호받는 것은 자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고객들에게 언제나 열린 결말을 제안하는 편이다. 

“반드시”라는 말은 선택의 자유를 뺏어가기 때문이다. 창의력도 사라지게 만든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을 고민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분쟁 위험이 낮거나, IP에 사용할 예산이 부족하면 상표(Trademark)는 후순위에 두면 된다. 나중에 매출이 더 증가하거나, 해외에 진출할 즈음에 상표 출원을 시도하는 것도 합리적인 결정이다.

각자의 사정에 맞는 선택지들이 있다. 브랜드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가진 합리적인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된다.

 

 

 

 

2. 선택의 결과와 기회비용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선택은 항상 기회비용을 만들어 낸다.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 기회비용의 집합을 만들어 내고, 선택의 결과가 파도처럼 되돌아온다.

 

 

상표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가지는 실익은 무엇일까

 

상표를 획득하는 과정은 길고, 복잡하며, 비용이 든다. 상표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 정신적인 에너지, 아낀 IP 비용이 실익이다. 내 상표도 고민해야 하지만, 비슷한 모방 브랜드를 막기 위한 최적의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히 들어간다.

수개월간 고민해서 만든 제품명이 이미 누군가 출시한 상품명과 겹칠 수도 있다. 상표를 획득하기까지 길게는 약 1년의 시간 동안 애정과 관심을 주어 새싹이 자라도록 관심을 주어야 한다. 특허청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도 남아있다.

이렇게 상표를 획득하는 데 드는 노력을 다른 유용한 곳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표출원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자원을 재분배하여 사업을 크게 성공시키는 데 시간, 에너지, 비용을 활용하는 선택지도 좋은 선택이다.

 

 

 

 

■ 그리고, 상표를 포기하여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무엇일까?

 

선택의 결과로 포기한 것이 기회비용이 된다. 1년 동안 마케팅에 힘을 써서 매출을 올리고 난 뒤에 상표를 획득하게 된다면, 조금 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초기에 IP 비용을 사용하지 않고,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

상표를 선택하지 않은 기회비용으로 리스크라는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법적으로 분쟁이 발생할 리스크, 누군가 상표를 선점할 리스크이다.

매출이 많지 않고, 사업 기반을 다지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선택을 많이 한다. 누군가 내 상표를 선점하는 위험은 쉽게 간과되기도 하고, 크게 와닿지 않기도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상표출원을 하고, 로고나 브랜드명에 대해 다양한 상표 포트폴리오를 구비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상호에 대해 상표를 등록받고, “제네시스”나 “GV70″과 같은 하위 브랜드에 대해서도 상표를 등록받는 것이다. 상징적인 로고에 대해서도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따라 기회비용의 득과 실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그리고, 상표를 획득하기로 결정했다면 특허청과 협상의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2부에서 <판사님.. 한국에서 브랜드 출시를 해야합니다> 이어집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