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업자는 서로 모자란 부분을  상호 보완해주는 관계

 
 

동업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전략임은 틀림없다. 관건은 과연 누구와 동업을 하느냐이다. 페이팔의 창업가이자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벤처투자자인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공동 창업가를 고르는 일은 결혼과도 비슷하며, 창업자 간의 충돌은 이혼만큼이나 지저분해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동업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에 있어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이혼이라는 지저분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또 내 사업이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공동 창업자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사업 아이템은 하다가 바꿀 수도 있지만 파트너를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공동 창업자를 고를 때는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듯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필자의 경우 마케터 출신인 나와 개발자 출신 공동 창업자와의 결합으로, 꽤 이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우리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관계였지만 묘하게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계속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이 친구의 가능성이랄까. 나이는 나보다 훨씬 어리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 강하게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와 함께 시작한 공동 창업자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뼛속까지 공돌이… 개발자 출신의 창업가이다. 서울대학교 학내 창업동아리를 통해 이미 대학교 4학년 때 인터넷 스타트업에 도전해서 꽤 주목을 받기도 했었던 친구다. 하지만 필자와 만났을 당시에는 이후에 도전했던 다른 창업에서 연이어 실패를 맛보고 많이 의기소침해져 있었던 상태였다.

그런데도 내가 이 친구에게 끌렸던 이유는 시대의 흐름을 보는 눈과 인사이트가 정말 남다르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는, 이후 공동 창업자와 계속 만남을 가지면서 내가 가졌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 출신인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나 할까…. 또한 함께 창업을 준비하며 꽤 오랜 시간을 지켜보면서 기본적으로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그가 가진 선함 마음이 기업가 정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공통점도 많았다. 특히 중요한 공통점은 우리 둘 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DNA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 새로운 업무와 분야에 뛰어들었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의욕이 더 생겼던 것 같다. 공동 창업자 역시 연이은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대한 도전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연쇄 창업자였다. 결국 도전 의식이라는 공통점과 서로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던 우리는 그동안 스타트업을 함께 운영해 오면서 말 그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와 동업자 간의 관계가 칭기즈칸과 야율초재의 관계와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유비를 보좌한 제갈량과 함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참모로 꼽히는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이 가장 아낀 책사였으며 3대에 걸쳐 원 제국의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 칭기즈칸이 그를 가장 아끼고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등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력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도자 앞에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곧은 성품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야율초재가 남긴 유명한 명언이 있으니, 바로 “여일이불약제일해, 생일사불약멸일사(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이다. 즉,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 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 하다는 뜻이다. 성과를 내려는 조바심에 새로운 일을 자꾸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이 위정자로서의 야망에 사로잡혀 새로운 일을 벌이고 만들어 낼 때마다 이를 경계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양손에 다 쥐고 있으면 안 된다, 버리셔야 된다, 버려야 더 가치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사실 나와 공동 창업자 간의 관계가 이런 면에서 참 비슷하다. 필자의 공동 창업자는 기술 흐름을 읽고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눈이 그야말로 귀신같다. 기획력도 상당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와 체력까지 갖췄다. 하지만 단점은 조금 성급하고 서두르는 면이 있어서 아무거나 손을 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성과를 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자꾸 새로운 분야에 손을 대고 일을 벌이다 보니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본질을 망각하게 된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이 바로 내 역할이었다. 시대를 좀 앞질러 가는 공동 창업자의 한 템포 빠른 박자를 현실에 맞게 조율해 주는 것. 여러 가지 일을 벌이기보다는 핵심에 집중하게 도와주는 것…. 그게 내 역할이었다. 칭기즈칸과 야율초재처럼, 나와 공동 창업자의 서로 다른 성향과 역량이 만나 이렇게 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상적인 공동 창업자를 선택하는 그 첫 번째 원칙은 서로가 상호보완재적인 관계여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의 모자란 빈틈을 채워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즉, 1+1=2의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1+1=3~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핵심 역량이 서로 다른 동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애플이 디자인 감성을 가진 스티브 잡스와, 컴퓨터광이었던 워즈니악이 시너지를 발휘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물론 서로 비슷한 역량을 가진 사람끼리 동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엔지니어’로 창업을 하거나 ‘경영학+경영학’ ‘디자이너+디자이너’로 동업을 할 경우….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조합은 스타트업 운영에 있어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엔지니어로만 구성된 스타트업은 시장조사와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 있어 난관에 봉착하는 일이 생기기 쉽다. 또한 마케터만으로 이뤄진 스타트업은 실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공동 창업자 중에 개발자가 없는 경우에는 개발을 외부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어서, 자신들의 개발 의도를 완벽하게 전달하고 구현해 내기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제품과 서비스 등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보완하고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로 비슷한 역량을 보유한 동업자일 경우, 오히려 의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너도 전문가고 나도 전문가이니 서로 부딪힐 소지가 많은 것이다.

 

 

 

 

공동 창업자 선택의 두 번째 원칙은 사고방식이나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은 일도 일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다 보니 최소한 마음이 맞아야 굴러갈 수 있다.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맞지 않는다면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다. 물론 오래 지켜 와 본 사람이라면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동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을 지켜보고 함께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지인의 소개나 창업 아카데미 등의 모임에서 몇 번 만난 사람과 공동 창업을 쉽게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럴 경우 매일 부딪히며 일을 하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서로의 다른 성향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그 때문에 급한 마음을 버리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은 필수다.

반대로 오래 알았던 친한 친구나 나와 잘 맞는 직장동료, 선후배가 마음이 맞다고 해서 섣불리 동업을 결심해서는 안 된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공동 창업자를 선택할 때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이 사람이 나의 단점을 보완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이냐이다. 즉, 내가 부족한 비즈니스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마음이 맞다고 해서 이 아이템에 대해 서로 feel이 통한다고 해도, 파트너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능력이 나와 겹치기만 하고, 보완되지 않는 관계라면 이런 동업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공동 창업자를 선택하는 것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배우자를 고르는 것과 같다. ‘잘못된 파트너’와 함께 부실한 기초 위에 시작한 기업은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동업자, 멀고도 험한 길을 함께 의지하고 손잡고 가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