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데이터 분석가들이 수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 고객들을 그룹으로 나누거나,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추천 모델을 만들거나, 혹은 그냥 재미로 논문을 읽는다.

나 또한 포함되는 이러한 독특한 그룹의 사람들은 어찌 보면 너드, 어찌 보면 이 시대의 진정한 문과적 공돌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간히 든다. 문제는 우리가 좋아하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쌈박한 수학 알고리즘, 통계들이 대부분의 경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얼추 때려 맞추어 일을 해도 잘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회사들이 수학에 매우 흥미가 많은 데이터 분석가들을 고용했다가 실망한다. 분명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적 무언가를 사용해 서비스가 이러쿵저러쿵 하다는데, 사실 그냥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거나 아니면 말도 안 되는 결과들만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학이라는 정밀한 도구를 사용한 분석은 오히려 쓸모없고, 얼추 때려 맞춘 느낌적인 느낌으로 진행한 일들이 어찌어찌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은 그 사람이 무엇을 이해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나를 포함한 많은 데이터 분석가들은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수학을 데이터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이다. 즉 선후 관계가 바뀐 것이다. 우리는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을 사용하기 위해 고객을 들여다본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수학을 세상에 사용하고자 하는 모티베이션이 우리들이 데이터 분석가가 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즉, 웬만하게 대판 까이지 않는 이상 이러한 관점을 탈출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매출 때문이든 성과 때문이든 고객을 이해해야 하는 마케터들과 PM들의 수학적이지 않은 “개인적 관찰”에 근거한 인사이트는 포커스가 “고객” 이기에 조금 틀릴 수 있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틀리면 다시 고객을 관찰하고, 또 틀리면 다시 고객을 관찰하면서 올바른 인사이트를 찾기 때문이다. 반면 데이터 분석가들은 수학을 통해 이러쿵저러쿵 고객을 분석하다가 뭐가 틀린지도 모르고 그냥 수학적 수식이 무조건 옳다는 것에 근거하여 의견을 밀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혹은 왜 나의 이런 흥미롭고 재미있는 수학적 고객 발견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좋다. 데이터 분석가들이 왜 그렇게 성과를 못 올리는지 알겠다. 

 

 

그렇다면 데이터 분석가는 어떻게 하면 마케터나 PM이 줄 수 없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서비스에 줄 수 있을까? 

 

어찌 보면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분석가는 수학 공식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수학적 모델로 맵핑시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슨 말이고 하니,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알고리즘 쓰려고 하지 말고, 고객의 행동을 수학적 모델로 변환시켜 이해해보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하면서 쉬운 예제로는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말하는 Carrying Capacity 가 있다. 이 지표 또한 결국 고객이 얼마나 들어오고, 또 얼마나 서비스에서 이탈하는지를 수학적 모델로 변경하여 볼 때, 미래에 우리의 서비스가 어떤 상태에 도달할지 분석한 것이다. 즉, 데이터 분석가는 고객의 행동과 서비스의 반응을 수학적 모델로 바꾸어서 보려고 해야만 비로소 커먼 센스 하지 않은 고객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전달할 수 있다.

 

 

 

 

다른 예제로 당신의 인생 총월급을 수식화 해보자

 

 

총 연봉 = 지금 연봉 + 지금 연봉 ^ (1 + 연봉 상승률) + 내년 연봉 ^ (1 + 연봉 상승률)…..

총 연봉 = Σ(1~20)   7천만 x (1.1 ^ (n)) = 44

 

 

내가 30살이고, 앞으로 20년간 일을 할 수 있고, 지금 연봉이 7천만 원이고, 연봉이 매년 10%씩 상승한다면, 그리고 세금을 단 1원도 내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총 44억 원을 벌 수 있다. 이야 신난다!

이와 같이 데이터 분석가는 세상과 고객을 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직관적이지 않은, 즉 사람의 머리로 단순하게 알기 어려운 고객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서비스에 전달할 수 있고 

 

 

그럴 때 비로소 그렇게나 중요하다는 KPI가 정의되는 것이다

 

 

 

여름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