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 플랫폼이란 그냥 형식이고, 핵심은 결국브랜드 유니버스(Brand Universe:브랜드 세계관)인 거다..라는 글을 올렸어요. 그리고 브랜드 유니버스엔고객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앱이나 웹이라는 틀이 없어도 플랫폼이 된다는 얘기잖아?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일부는 맞고, 또 일부는 틀린 얘기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브랜드 유니버스가 내 플랫폼이 아닌 소셜 미디어로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는 ‘내추럴 본 플랫폼’ 기업과 ‘전통 기업’을 나눠서 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냐 하고 싶으실지 몰라도, 주된 비즈니스 영역에서 엄연히 차이를 보이죠. 전통 기업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고객을 유인할 동력이 약하다 보니 별도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쪽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1. 플랫폼 기업의 경우 : 플랫폼의 유니버스화

 

플랫폼 기업은 고객 및 메인 비즈니스가 디지털 공간에 있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자체를 확장하고 싶어 합니다. 요즘 업계에서 자주 쓰는 말로 슈퍼앱을 추구하는 거죠. 얼마 전 글을 올렸던 ‘당근마켓’이나 ‘야놀자’의 경우처럼요. 야놀자의 경우, 이젠 숙박 예약앱이 아니라 ‘여가 슈퍼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야놀자 개편 안내. 여가 슈퍼앱을 강조하고 있다. (ⓒ야놀자)

 

 

전통 기업이라도 기존 오프라인 영역에 대한 장악력이 강하고, 비즈니스 도메인을 온라인으로 옮기고자 하는 경우는 역시 슈퍼앱 확장 전략을 택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마트, 은행 등이 대표적이죠. 본사가 전체 고객 DB와 결제 정보 등을 가지고 있고, 동일 카테고리 내에서 경쟁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확장이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경우입니다. 시중은행 vs. 인터넷은행, 마트 vs. 쿠팡/마켓 컬리, 프랜차이즈 vs. 배민/요기요 등을 들 수 있는데요.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계속 고집하다가는 사업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 있기에 하드랜딩(경착륙:사업 전환 시의 충격)을 감수하고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게 되는 거죠.

 

 


 

2. 전통 기업의 경우 : 브랜드 세계관 형성.

 

전통 기업들은 좋든 싫든 오프라인에 적(籍)을 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보지 않고 사기엔 너무 고가이거나, 배달을 하기엔 너무 저가이거나, 오프라인 유통사와의 관계 등등..

사실 이런 경우,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더라도 고객의 여정(Consumer Journey)이 일원화된 프로세스를 갖추기 어렵죠. 물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루밍*이나, 역쇼루밍 같은 현상도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종 선택이 우리 브랜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쇼루밍 : 오프라인 매장에서 본 후 온라인에서 사는 경우. 역쇼루밍은 그 반대를 말한다.

 

예전에는 전통 기업들 역시 자체 플랫폼을 키우려는 시도들을 많이 했죠. 하지만 태생이 디지털에 최적화된 비즈니스가 아닌지라 플랫폼에 부족한 부분이 생기고, 이런 공백들은 콘텐츠를 새로 만들거나 다른 회사의 제품을 가져와 채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매일아이, 남양아이 등이며, 후자는 한샘몰이나, LFmall 등이 있습니다.

 

 

LFmall에 입점된 브랜드. 자체 브랜드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다. (ⓒLFmall)

 

 

한샘몰이나 LFmall의 경우, 정말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죠. 자체 상품만으로는 충분한 트래픽을 만들기 어려우니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전문몰이나 버티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어차피 외부 제품들은 들러리(?)이기 때문에 강력한 고객 유인 효과가 없습니다.

이 문제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지난 글에 얘기한 플랫폼의 기본 전제, 즉 ‘양면 시장’이 성립되기 어렵죠. 그나마 한샘몰, LFmall 등은 꽤 성공한 사례지만 ‘오늘의 집’, ‘당근마켓’ 같은 곳과 비교해보면 콘텐츠 및 상품을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데서 큰 차이가 있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반대로 접근해 본다면 얼추 해결 방향이 나올 듯합니다.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서, 또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써드파티, 또는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참여해 상품이나 콘텐츠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게 브랜드 유니버스입니다. 공통된 관심사, 또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서 직접 콘텐츠도 만들고 교류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곰표는 다양한 굿즈와 상품을 개발해 팝업 스토어 등으로 지속적인 이슈를 만들고 있다. (ⓒ현대백화점 킨텍스 점)

 

 

살을 내어 주고, 뼈를 취한다.

 

 

무슨 무협지에 등장할 것 같은 표현이지만, 브랜드 유니버스라는 뼈를 취하기 위해 전통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을 포기합니다. 반대로 고객이 있는 곳(SNS, 백화점이나 마트, 성수 등 힙플레이스 등)으로 들어간 겁니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고객 여정의 단절이죠. 플랫폼 내로 고객이 모이게 하는 것과 비교하면 주 비즈니스 영역과 벗어난 세계관이 만든 것이니 최종적인 Action(즉, 구매)으로의 직접적인 링크, 그리고 전환은 해결 과제로 남습니다.  

 

 


 

 

정리해 보면, 플랫폼 기업과 전통 기업의 브랜드 유니버스에 대한 쓰임이 다소 다르다는 점, 그리고 전통 기업들은 그런 공간을 보통 자사 플랫폼 외부에 구축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럼 브랜드 유니버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까요? 그리고 구매와의 단절은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인 걸까요? 요즘 D2C 이야기가 많던데 D2C를 키워 그곳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프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