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분석 실전편 : 내가 만약 크림 서비스 기획자라면?

 

 

지난 글에서는 시장분석을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봤다면, 이번에는 실전에 적용할 차례이다.

들어가기 전 용기를 가지고…! 할 수 있습니까?

 

 

 

 

내가 크림의 서비스 기획자이고, 운이 없게도(?) 엘레베이터에서 사장님을 만나

 

‘자네, 크림이 중고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진출해야하는가,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일단 중고거래 시장을 분석해 볼 것이다.

(※이 글에서 의미하는 중고상품은 미착용 새상품이 아닌, 당근마켓에서 주로 거래되는 착용 상품을 의미한다.)

 

 


 

 

KB 증권의 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 (2021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2008년에는 4조원이었던 데 비해, 13년 동안 6배 정도 성장한(2008~2021년 CAGR 14.8%) 중고시장은 다른 시장들에 비해 성장률이 매우 높다.

 

 

 

 

아직 전체 소비 시장에서 여전히 낮은 중고 거래 침투율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연간 15~10% 수준의 고성장이 예측되는 시장이다.

현재 국내 중고시장의 플레이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아래와 같다.

 

(1)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 당근마켓

(2) 상품 중심의 마켓플레이스 –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3) 한정판, 명품 등의 리셀 (Resell) 플랫폼 – KREAM, Sold out

 

이들의 특성은 크게 2개로 나뉜다.

 

1. Category의 범주 : 모든 카테고리를 포괄하는 Cross Category인지 아니면 특정 카테고리가 주류인 Category Specific 인지

2. 판매지역의 범주 : 실제로 가까운 거리에서의 거래를 타겟으로 하는 ‘지역 단위’인지 아니면 지역 상관 없는 ‘전국 단위’인지

 

이 두 개의 축을 기준으로 포지셔닝 을 그려보자.

 

 

 

 

회사들을 분석해보다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서로 다른 점이 많아서 이들을 더 깊이 분석해보며 중고시장을 파악해보았다.

 

 

1. 당근마켓

 

2015년에 출시된 당근마켓은 MAU 1,700만 명으로 인스타그램 수준의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많은 숫자냐면, 그렇게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보다 많은 숫자이다. 

높은 트래픽을 활용한 수익모델만 만들면 수익을 창출할 있다는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강점을 가진다체류시간 자체도 월평균 115분으로 다른 중고 관련 플랫폼 대비 월등히 높다.

내가 생각하는 당근마켓의 가장 큰 강점이자 기회는,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로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거래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인구직, 부동산&중고차, 지역 상인 간의 거래 등등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다만 재무상황을 보면, 현재 수익의 99.2% 모두 광고 수익으로 발생하고 있고, 또 국내 서비스 영역 확대 및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출시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래픽이 많은 서비스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해내는 것이 지금 당근의 가장 중요한 과제고, 그래서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기라는 서비스를 담당했던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2. 번개장터

 

2011년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2022년 5월 기준 MAU 244만 명으로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다.

1) 명품, 스니커즈, 골프 등 취향과 밀접한 제품과 2) 한정판, 고가 제품을 거래하는 리셀을 특화하여 경쟁사와 차별성을 확보했다.

특히 번개장터는 선순환 구조의 수익모델을 만든 것에 높은 가치를 얻고 있다. 중고거래 시 안전택배, 포장택배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얻으면서 플랫폼 내에서 거래가 많을 수록 매출 규모도 늘어나는 선순환의 수익 모델이다.

특히 명품, 한정판처럼 평균 결제단가가 높으니 고객은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안전한 거래를 하고자 하는 타겟의 특성을 잘 집어냈다.

 

 

 

 

재무상황을 보면 19년 이후 영업이익은 연이어 적자이지만, 매출액 성장이 높은 편이다.

 

 

 

 

매출 비중을 보면 39.3%가 오프라인 매장과 중고폰 매입 제품 판매 등의 상품 매출, 30.7%가 결제수수료 매출, 26.1%가 광고 매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회사를 분석해보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1) 서비스가 판매하고 있는 카테고리 & 타겟의 특성을 파악한 중고거래 서비스가 필요하다 

-> 당근마켓은 단가가 낮은 생활용품 중심이기 때문에 수수료보다는 일단 트래픽을 모은 다음 로컬 커머스에서 수익모델을 찾고 있지만, 번개장터는 한정판&명품 구매이기 때문에 안전 거래를 위해 수수료로 수익을 얻고 있다.

(2) 중고거래는 아직 광고 수익의 비중이 높다

-> 당근마켓은 99.2%가 광고 수익이고, 번개장터도 오프라인 매장과 중고폰 매입 제품 판매를 제외하면 광고 수익의 비중이 꽤 높다.

(3) 크림이 중고상품을 한다면, 번개장터처럼 하겠구나

-> 중고시장을 보면서 번개장터와 크림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루는 카테고리나 가격대, 검수에 상당히 정성을 들이는 것 등등. 만약 중고거래로 크림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면, 아마 번개장터처럼 수수료 부과 방식을 쓸 것이다.

 

 


 

 

그렇다면 크림은,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해야 할까?

 

1. 크림의 현재 상황은?

 

크림이 현재 제일 빠르고 중요하게 풀어야하는 문제는 무엇일지 먼저 파악해보자.

크림은 그동안 시장 선점을 위해 수수료·검수비·배송비를 받지 않는 3무(無) 정책을 오랜 기간 시행하면서 적자가 심화되고 있었다. 2021년에는 59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중 433억은 검수 인력 채용, 검수 기술 고도화 등 검수 관련 비용이 포함된 지급 수수료였다.

즉, 크림에게 지금 당면한 문제는 바로 수익성 개선이다. 크림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기준으로 3%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최대 5.5%로 인상하겠다고 이미 공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회사도 흑자를 내고 있지 못하는 중고거래 시장은 Risk 있을 수밖에 없다.

 

 

2. 크림의 비전은?

 

크림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종합커머스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스니커즈 리셀에서 시작한 만큼 아직까지는 특정 카테고리 위주에 특화되어 있지만, 크림은 다양한 카테고리를 커버하는 종합 커머스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카테고리 확장과 동시에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이 종합 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길일 것이다.

실제로 크림은 현재 크림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단독 제품, 크림 한정 선발매 등의 베네핏을 제공하면서 크림에서의 브랜드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또 브랜드사에 현재 3%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인상할 때마다 반발이 생길 수 있는 일반 고객 수수료보다는 더 높고, 안전한 방법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중고상품에 힘을 쏟는 것보다는 힙한 브랜드를 입점시켜서 자사몰에서 구매하던 고객을 끌어모으고, 수익을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3. 크림의 기존 판매와 충돌되는 것은 없는가? (카니발리제이션)

 

크림에서 구매하는 고객을 두 세그먼트로 구분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다시 프리미엄을 붙여서 (미개봉 유지) 리셀하는 고객

2. 실착용 고객

 

실착용 고객이라면 어차피 바로 신을 상품이니 상태가 큰 차이가 없다면 중고상품으로 구매하는 것이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렇다면 원래는 미개봉상품을 구매했을 유저가 더 낮은 가격으로 중고상품을 구매할 것이니 기존 판매와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위 세가지 내용을 가지고 봤을 때 크림은 개인 간 중고상품 거래를 허용하는 것보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이 수익성 개선 측면이나, 종합 커머스 플랫폼 도약 측면에서 더 안전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방안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사장님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좀더 KREAM스럽게 풀어낼 방법이 없을까?

 

그래도 하고 싶다면 기존 상품과 카니발이 나지 않으면서, 수익성까지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는 크림이 이것을 95 상품을 통해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95점 상품이란 크림에서 검수를 받았지만 100점이 아닌, 약간의 미달로 인해 95점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95점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면 원래는 기준 미달로 팔지 못했을 상품을 팔 수 있으니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판매할 때 수수료도 받을 수 있으니 거래 확보가 매출 확보로 이어진다.

중고상품은 아니지만, 크림은 크림스러운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95점 상품의 유저 반응을 찾아봤을 때 기대보다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출처 : https://eomisae.co.kr/fe/71493024

 

 

왜 95점 상품은 유저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줬을까?

 

1) 95점이라는 용어가 이해하기 어렵다.

 

’95점’ 이라는 건, 크림의 검수를 받은 일반 상품은 ‘100점’이라는 걸 전제로 지은 이름일 텐데, 이름만 보고서 바로 그걸 떠올리기는 어렵다. 

차라리 사람들에게 그나마 더 익숙한 리퍼브라고 이름을 지었으면 어땠을까?

 

2) 95 상품이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높다.

 

일반 상품은 83만원인데, 95점 상품은 112만 9천원이다. 당연히 “왜 더 안좋은 상품이 더 비싸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곧 “가격 정확히 책정된 거 맞아?”라는 신뢰도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더 낮은 95점 상품만 전시되도록 하는 로직 개선이 필요하다.

 

3) 고관여도인 상품에서 약간의 할인은 그렇게 차이가 없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사례를 들었는데, 우리는 만 원짜리 물티슈를 살 때 온갖 애를 써서 천원 할인받으려고 하면서 100만 원짜리 티비를 살 때는 굳이 1000원 할인을 안받고 그냥 산다고 한다.

왜냐면 우리는 ‘비율’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1000원을 아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물티슈를 살 때는 크게 느껴지지만 티비를 살 때는 ‘별 차이 안나니 그냥 사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크림의 상품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기 때문에 ‘얼마 차이 안나면 완전한 상품 사는 게 낫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런 점만 개선해도 95점 상품이 더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회사를 다니면서도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분석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보니 계속 우리 서비스 안에 갇힌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시니어 기획자가 되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도 해야하니!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작성한 글이 읽는 분에게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우리 서비스 기획자 파이팅!

 

 

쪼렙 서비스 기획자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