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오아시스는 1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유니콘으로 날아오를까요?

 

 

 

 

왜 이렇게 빨리 제출했을까?

 

오아시스가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였습니다. 공모가를 반영한 예상 시가총액은 약 9,679억 원에서 1조 2,535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이번 상장 도전은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컬리가 결국 상장을 철회하면서, 오아시스는 상장에 성공할 시,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란 타이틀을 얻게 되고요. 오아시스의 상장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 공개를 준비 중인 11번가, SSG, 올리브영 등의 향후 전망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의미를 갖는 이슈이기 때문에, 이번에 오아시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특히 3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를 발견하여 오늘 공유드리려 합니다.

우선 오아시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 자체가 특별했습니다. 작년 12월 30일, 오아시스가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만해도 불과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이렇게 다음 절차에 돌입할 거라 예상한 이들이 많진 않았습니다. 투자시장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여러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였고요. 따라서 예비심사 이후 6개월이라는 기한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상황을 지켜볼 거라는 전망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오아시스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움직인 걸까요?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길이 없지만, 증권신고서 내 2022년 실적을 3분기까지 누적으로 보고 집계한 것에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무언가 4분기 실적을 담기엔 문제가 있어서, 빠르게 제출한 거라고 추정해 볼 수 있었거든요. 처음 예상은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나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아시스의 4분기 실적은 오히려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러 소스들을 통해 봤을 때, 3분기 누적보다는 연간으로 봤을 때 성장률이 훨씬 높았을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좋게 나온 실적을 애써 감출 수밖에 없었던 건 기업 가치 산정을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 방식 기반으로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아시스는 본인들이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정할 때, 매출액에 3.77배를 곱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이렇게 1조 원 내외의 기업가치가 나올 수 있었고요. 그런데 연간 기준으로 매출액을 산정한다면, 아마 기업가치는 1조 원 초반이 아니라 중반대까지 올라갔을 겁니다. 그러면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을 거고요. 결국 적정 시가총액을 맞추기 위한 고심 끝에 ‘빠른 증권신고서 제출’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재구매율(?)은 긍정적인 지표일까?

 

이처럼 순식간에 세상에 공개된 오아시스의 증권신고서. 이 안에는 오아시스의 장밋빛 미래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지표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숫자가, ‘2022년 오아시스 온라인 채널 월별 재구매율’입니다.

 

 

재구매율은 재구매율도 아니고,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보기도 어려운 숫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 뭔가 이상합니다. 월별 재구매율이 평균 98%라니요? 자세히 산정 방식을 뜯어보니, 재구매율보다는 ‘기존 고객의 주문 비중’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한번 뒤집어 보았습니다. 오아시스 온라인 채널 고객의 월평균 주문 수를 2회라고 가정하고, 신규 고객의 비중을 구해본 것이지요. 그랬더니 월별 평균으로 오아시스의 전체 고객 중 4% 남짓 만이 새로 유입된 고객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왜 이 숫자를 그렇게 강조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오아시스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빠른 성장’입니다. 수익을 내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출 볼륨이 경쟁사 대비 작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증권 신고서에도 매출액 성장성 둔화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성장하는 플랫폼 치고는 낮은 신규 고객 비중으로 나타나 있는 겁니다. 오히려 이런 숫자는 감추거나, 다른 지표로 대체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더욱 아쉬웠던 점은 이를 극복할 대안이 문서 내부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오아시스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겁니다.

 

 

쿠팡과 비교하는 게 온당할까?

 

마지막으로 아마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킬 부분은 비교 회사 선정, 그중에서도 쿠팡과의 비교일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아시스는 적정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방법론으로, EV/Sales라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여기서 활용한 거래배수 3.77은 비교 기업들, 메르카도리브르, 씨, 쿠팡, 엣시의 숫자들의 평균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4개 기업 중 3개는 우리와 직접 비교가 어려운 해외기업이었고, 그나마 국내 기업인 쿠팡의 배수는 1.36으로 가장 낮았다는 점입니다.

쿠팡의 낮은 배수를 그대로 적용하면,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는 4천억 원 내외로 하락하게 되는데요. 심지어 누가 보더라도 쿠팡의 매출은 오아시스의 매출보다 가치가 큽니다. 시장 1위 플랫폼으로 규모부터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데다가, 최근엔 비록 분기 기준이지만 흑자 전환까지 성공했으니까요.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오아시스가 몸값을 너무 세게 불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분명 몸값 자체는 거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오아시스에게도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긴 할 겁니다. 사실 오아시스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비슷한 비중으로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오아시스가 거의 유일하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할 수 있는 로드맵이 이번 증권신고서에 담겼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랬다면 오아시스의 가치를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처럼 개인적으로 이번 증권신고서는 우려했던 부분들은 그대로 드러나고, 반대로 오아시스 만의 특장점이 잘 부각되진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오아시스는 정말 유니크한 강점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시장 환경도 그렇고, 분명 이번 상장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텐데요. 그래도 이번 과정을 계기로 오아시스 만의 강점을 조금 더 다듬어서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